본문 바로가기
교양인/사회과학

[적군파] 책 소개

by 교양인 2013. 1. 29.

한글 파일로 보실 수도 있습니다.

아래 링크를 클릭해서 내려받으세요.

적군파_보도자료.hwp



너희에게 베트남 동지들을 멋대로 죽일 권리가 있다면, 우리에게도 너희를 멋대로 죽일 권리가 있다.

너희에게 흑표범당 동지들을 죽이고 게토를 전차로 짓밟을 권리가 있다면,

우리에게도 닉슨, 사토, 키신저, 드골을 죽이고

펜타곤, 방위청, 경시청, 너희의 집을 폭탄으로 폭파시킬 권리가 있다.

너희에게 오키나와 동지들을 총검으로 찌를 권리가 있다면,

우리에게도 너희를 총검으로 찌를 권리가 있다.

- 공산주의자동맹 적군파 군사혁명위원회, ‘전쟁 선언’ 중에서



혁명을 꿈꾼 청년들은 왜 동지들을 잔인하게 살해했을까?

일본 사회의 지울 수 없는 트라우마, 적군파를 해부한다!


다섯 명의 청년들이 219시간 동안 3만 5천 명의 경찰과 대결한 사상 초유의 인질극 ‘아사마 산장 사건’. 북한에 혁명 기지를 건설한다며 평양으로 간 일본 최초의 비행기 납치 ‘요도호 사건’. 이스라엘 공항에서 총기를 무차별 난사해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텔아비브 공항 습격 사건’. 그리고 잔인한 동지 살해로 일본 진보 운동에 찬물을 끼얹은 ‘연합적군 숙청 사건’…….

40년이 지난 지금도 적군파의 악명은 잊혀지지 않았다. 적군파는 당대의 어떤 학생 운동 조직보다도 과격하고 급진적인 투쟁 노선을 걸었다. 대학에 들어와 사회 문제에 눈뜬 평범한 청년들이 적군파에서 세계 혁명을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투사로 변신했다. 그러나 그들이 다다른 종착점은 동지 살해라는 참혹한 비극이었다. 《적군파》는 일본 진보의 역사에 지워지지 않을 상처를 남긴 이 문제적 조직을, 그들이 저지른 숙청 사건의 실체를 객관적 시선으로 치밀하게 추적한 최초의 책이다.



그때 그곳에 있었다면 당신도 도망치지 못했을 것이다!

내부 폭력의 집단 심리를 분석한 사회심리학 다큐멘터리


혁명을 꿈꾸던 젊은 남녀 31명이 산속에 비밀 혁명 기지를 꾸렸다. 두 달 만에 12명이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그들을 때리고 찔러 죽인 것은 다름 아닌 나머지 19명, 그들의 동지였다. 1972년 3월, ‘연합적군 숙청 사건’이라는 이름으로 역사에 남은 이 참사는 일본 열도를 발칵 뒤집어놓았다. 언론은 앞다투어 ‘피의 숙청’을 세부까지 묘사했다. 좌파 활동가들은 좌파 내부의 자멸적 광란에 망연자실했다. 한때 운동의 지지자였던 이들이 잇따라 등을 돌렸다. 동지 살해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채 ‘혁명’은 일본 사회의 금기어가 되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 비극을 이해하려고 애썼다. 그러나 동지를 살해한 당사자들조차 자신들이 저지른 과오를 쉽게 설명할 수 없었다. 연쇄 살인이 벌어진 산속의 ‘밀실’에서는 희생자를 선택하는 기준이 없었다. 내일은 누가 묶이고 고문당할지 알 수 없었다. 내면에서 솟아오르는 두려움과 의구심을 모두들 하나같이 눌러 죽였고, 오히려 더욱 열성적으로 폭력에 참가했다. 폭력은 동지가 진정한 혁명가로 거듭나게 하기 위한 원조 행위였다. 폭력 앞에서 망설임을 느끼는 건 혁명가답지 못한 일이었다. 그들은 마음이 강하지 못한 자신을 스스로 꾸짖었다. 아무도 자신들이 걸어가는 엇나간 길을 멈추지 못했다.

평균 나이 23.3세, 혁명적 열정 이외에는 여느 또래와 다를 게 없었던 젊은이들을 돌이킬 수 없는 구렁텅이로 떠민 ‘보이지 않는 손’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저자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적군파의 궤적을 탄생부터 소멸까지 추적하며 그들의 내면을 세밀하게 해부한다. 그리고 적군파의 비극이 유별난 악마가 저지른 이례적 범죄가 아니라 보편적 인간 심리에 기반을 둔, 누구나 빠져들 수 있는 자기 함정이라는 것을 밝혀낸다.



일본 진보를 수렁에 빠뜨린 ‘연합적군 숙청 사건’


지금은 정치적 대자보 한 장 찾아보기 힘든 일본 대학의 캠퍼스. 하지만 일본에도 한때 학생 운동이 불타던 시절이 있었다. 1960년대 말 ‘전공투(全共闘)’라는 이름으로 타오른 저항의 불꽃은 순식간에 일본 전역 100개 이상의 대학으로 옮겨 붙었다. 수십만 명의 학생들이 헬멧과 각목으로 무장하고 강의실을 뛰쳐나와 경찰과 부딪쳤다. 베트남 전쟁, 일본 내 미군 기지 건설, 미국의 신탁 통치를 받던 오키나와 문제, 미농촌의 난개발, 대학 당국의 부패 등 맞서 싸울 사회 문제는 차고 넘쳤다. 시민 사회도 열정적 젊은이들의 싸움에 적극 동조했다.

그러나 열도를 휩싼 투쟁의 열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1972년 ‘연합적군 숙청 사건’과 함께 학생 운동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31명의 청년들이 산속에서 서로 죽이고 죽어 두 달 만에 12명이 희생된 전대미문의 연쇄 살인. 전원이 합세하여 동지를 때리고 찔러 살해했다. 동생이 형에게, 아내가 남편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희생자 중에는 고등학생도, 임신한 여성도 있었다. 일본 사회를 충격에 빠뜨린 이 사상 최악의 ‘우치게바(内ゲバ, 학생 운동 파벌의 내부 폭력)’ 이후 “모든 것이 끝났다”고 한 활동가는 회고한다.


숙청은 누구나 빠져들 수 있는 심리적 함정이었다


이 책은 ‘연합적군 숙청 사건’, 그리고 숙청의 중심이었던 급진 학생 운동 조직 ‘적군파’의 실체를 해부한다. 사회학자이자 일본 좌파 운동 연구의 권위자인 저자 퍼트리샤 스테인호프는, 피도 눈물도 없는 악마 또는 정신 이상자의 소행으로 매도되기 십상인 연합적군 숙청 사건에서 인간 심리의 보편성을 발견한다. “내게 이 사건이 주는 진정한 교훈, 진정한 공포는 지극히 일반적인 사회 상황이 뜻밖의 이변을 낳았다는 사실이다.”(154쪽)라고 그는 말한다. 20여 년 동안 현장을 발로 뛰며 적군파 멤버와 숙청 사건의 생존자 및 관계자들을 인터뷰하고 수많은 자료를 탐독한 끝에 다다른 결론이다.

적군파 멤버들은 평범하게 성장하다 대학에 들어와 사회 문제에 관심을 품은, 여느 20대와 다르지 않은 순수한 젊은이였다. 그들이 참혹한 비극에 다다르기까지 걸어간 길은 누구나 빠져들 수 있는 심리적 함정이었다. 이 책은 적군파의 결성부터 소멸까지 전 과정을 추적하며 그들의 내면을 고스란히 독자 앞에 드러내 보여준다. ‘내가 그때 그 자리에 있었다면 과연 벗어날 수 있었을까?’라고 독자로 하여금 스스로 묻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저항과 혁명의 1960년대, 일본 좌파 운동의 생생한 호흡을 느낀다


1960년대 후반은 일본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학생들이 주축이 된 신좌파 운동이 폭발한 시기였다. 운동의 기세가 점차 하향세로 접어들면서 독일의 적군파(RAF), 이탈리아 붉은 여단, 미국 웨더맨 등 폭력 혁명을 주창하는 급진 단체가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당시 미국 학생 운동의 중심지였던 미시간 대학에서 신좌파 운동을 직접 경험한 저자는, 시공간을 넘나드는 폭넓은 시야를 바탕으로 하여 일본 학생 운동을 분석한다. 적군파가 탄생하기까지 일본 학생 운동이 거쳐 온 치열한 분파 갈등과 급진화의 여정, 그리고 그 배경에 깔린 사회 상황이 객관적이면서도 생동감 넘치는 필치로 서술된다.

한국어판에는 일본과 세계의 학생 운동 관련 연표와 풍부한 각주 및 시각 자료가 추가되었다. 특히 20쪽에 달하는 연표는 일본 학생 운동의 핵심 흐름을 명쾌하게 보여준다. 일본 문학과 영화를 비롯한 문화 전반에 커다란 영향을 끼쳐 온 이른바 ‘전공투 세대’의 경험을 이해할 수 있는 좋은 자료가 될 것이다.


한국 최초로 소개되는 적군파 연구의 대표작


‘적군파’의 악명은 한국에도 익히 알려져 있다. 30년간 전 세계를 무대로 테러를 벌이다 2000년에 체포된 ‘테러의 여왕’ 시게노부 후사코도 적군파 간부였다. 일본 전국에 생중계되어 시청률 95%를 기록한 사상 초유의 인질극 ‘아사마 산장 사건’의 주범도 적군파였다. 북한에 혁명 기지를 만들겠다며 일본 최초로 비행기를 납치하여 평양으로 떠난 ‘요도호 사건’의 장본인 역시 적군파 멤버다. 얼마 전(2012년 10월) 작고한 일본 영화계의 거장 와카마쓰 고지 감독의 <실록 연합적군>을 비롯하여 연합적군을 소재로 한 영화 몇 편이 한국에 알려지기도 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1Q84》도 작중의 단체 ‘여명’을 묘사하면서 연합적군을 모티브로 차용했다.

그러나 과격 테러 집단의 대명사라는 인식을 넘어 적군파를 낳은 사회적 배경과 그들의 심리를 이해하려는 시도는 일본 현지에서도 드물었다. 이 책은 사회학과 심리학을 기반으로 하여 적군파를 정면으로 분석한 최초의 연구서이자, 적군파의 전모를 이해하기에 가장 적합한 길잡이다.



지은이*옮긴이


퍼트리샤 스테인호프(Patricia Steinhoff)

하와이 대학 사회학과 교수. 미시간 대학을 졸업하고 1969년 하버드 대학에서 사회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68년부터 현재까지 하와이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일본 사회 전문가로서 특히 일본의 급진 좌파 운동에 관심을 품고 연구해 왔다.

1972년 이스라엘 교도소에서 적군파 테러리스트 오카모토 고조를 인터뷰한 것을 계기로 해 적군파 연구에 뛰어들었다. 이후 20여 년에 걸쳐 일본과 미국을 오가며 관계자 인터뷰와 자료 분석을 통해 평범한 청년들을 광기 어린 비극으로 몰아 간 동인을 밝히는 데 힘썼다. 도쿄대 사회과학연구소 연구원으로 있던 1991년, 마침내 연구 성과를 종합하여 일본 가와데쇼보신샤(河出書房新社)에서 《적군파(日本赤軍派―その社会学的物語)》를 펴냈다. 이방인이기에 지닐 수 있었던 객관적 시선과 당대 일본 사회에 관한 깊은 이해, 특정한 사례에서 인간 심리의 보편성을 추출해내는 통찰력이 담긴 이 책은 적군파 연구의 독보적 저작으로 널리 인정받았다. 2003년 이와나미쇼텐(岩波書店)에서 재출간된 이후 《적군파》는 지금까지 적군파의 전모를 이해하기에 가장 적합한 길잡이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임정은

고려대학교에서 언론학과 사학을 전공하고 와세다대학교 문화구상학부에서 출판을 공부했다.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하며 일본 책을 번역하고 있다. 번역한 책으로 《덴데라》, 《나는 알래스카에서 죽었다》, 《인간은 왜 박수를 치는가?》, 《아내에게 바치는 1778가지 이야기》, 《아빠는 뻥쟁이》가 있다.



차례


한국어판 서문

감사의 말

프롤로그 - 이스라엘 감옥의 일본인 테러리스트


1장 오카모토 고조 - 적군파 병사의 꿈

오카모토 고조와의 인터뷰

일본인의 책임 의식


2장 적군파 - 혁명군 병사라는 이미지

적군파 결성의 이데올로기

무장 투쟁이라는 돌파구

제2세대


3장 연합적군 숙청 사건 - 폐쇄된 집단의 내부 폭력

연합적군이라는 조직

‘공산주의화’

폭력과 정화

폭력과 이론적 정당화의 상호작용

뫼비우스의 띠


4장 아사마 산장 농성 - ‘섬멸전’의 아이러니

숙청의 끝

아사마 산장 농성

‘비밀’의 고백


5장 사건 이후 - 끝없는 이야기 지어내기

자기 비판과 전향 사이

책임의 형태

죽음의 이데올로기


에필로그

참고 문헌

옮긴이 후기

연표

찾아보기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