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사자분의 실명은 본인의 승낙을 받고 비공개 처리하였습니다.
저희의 경솔한 행동을 반성하고 사과드립니다.
교양인 출판사에서 A씨와 독자 여러분께 올리는 말씀
안녕하십니까, 교양인 출판사입니다. 사과문을 올린 후 사내 협의에 시간이 걸려 후속 조치를 빨리 취하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주말 동안 교양인 구성원 모두가 A씨의 입장 글과 더불어 많은 분들이 적어주신 댓글, 트윗, 블로그 포스트를 꼼꼼히 살펴보았습니다. 사과를 했음에도 여전히 고민이 부족했던 부분을 다양한 측면에서 지적해주셨고, 그런 지적들에 충분히 공감하며 겸허히 받아들이겠습니다. 여러분의 지적을 통해 저희가 스스로 보지 못했던 교양인 출판사의 문제점들을 더욱 선명히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A씨께서 보여주신 판례를 잘 읽어보았고, 구두계약을 통한 고용 또한 엄연한 고용 계약으로 성립된다는 점을 이해했습니다. 현재 5인 미만 사업장은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으나, 교양인 출판사는 법 적용 여부와 상관없이 저희가 근로기준법상의 부당 해고와 다름없는 일을 A씨께 행했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A씨께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 드립니다.
저희의 경솔함으로 벌어진 일에 책임을 지고 사과하기에 앞서 A씨의 성격을 문제 삼은 무례함에 대해서도 죄송하다는 말씀 드립니다. 트위터의 글을 근거로 함부로 A씨의 성격을 판단하고 이를 인사에 반영한 것에 대해서도 사과드립니다. 저희가 채용 과정에서 신중하지 못했고 인권 의식이 모자랐기 때문에 저지른 잘못이라는 것을 온전히 인정합니다. 또한 처음 올린 해명에서 굳이 적시할 필요가 없는 동행자의 성별을 적은 것에 대한 A씨의 지적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며 깊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교양인 출판사는 영세 사업장이라는 핑계로 회사로서, 그리고 인권을 말하는 책을 다수 출간한 출판사로서 반드시 지켜야 할 노동자의 권리를 경시하고 저희의 잘못을 공동체적 정서를 핑계로 얼버무리려 했습니다. 이런 문제를 저희 스스로 각성하고 바꾸기 위해서는 말뿐만이 아니라 어떤 구체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절감했습니다. 그 첫걸음으로 교양인 출판사의 노동자들은 사내에서 노동권과 관련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노동자의 입장에서 문제 제기하고 해결하기 위해 노동조합을 결성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채용을 비롯한 인사 처리 과정에서 이번 일과 같은 문제가 결코 발생하지 않도록 회사 차원에서의 노력이 행해질 것이지만, 그와 더불어 노동조합의 존재는 만에 하나 발생할 수 있는 회사의 잘못된 행정을 비판하고 정정할 수 있는 견제 장치가 될 것입니다. 물론 직원이 2명인 영세 사업장에서의 노동조합이 형식적인 존재에 그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저희는 인지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비하여, 노동조합은 언론노동조합 출판사 분회와 현재 노조를 운영하고 있는 출판사를 찾아가서 노조 운영에 관해 조언을 구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노동조합은 회사 대표와의 협의를 통해 채용 등 회사 운영의 핵심적인 부분에 관해 명시적인 규약을 만들어 갈 것입니다. 교양인 출판사의 과오가 다른 출판사들에게 반면교사가 되는 것을 넘어서 이후의 저희의 노력이 출판업계의 노동 조건 개선에 조금이나마 이바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 일환으로 이제까지 관행적으로 이루어져 온 구두계약이 아닌 정식 근로계약서 작성을 추진하겠습니다. 그리고 노동 조건 개선을 위한 모든 방안을 계속 공부하고 실천에 옮기겠습니다.
A씨께서 입으신 피해에 관해서는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며, 대화를 통해 A씨께서 납득하실 수 있는 조치를 취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A씨와 교양인 출판사에 실망하신 많은 분들께 다시금 정중하게 사과드립니다. 이번 일을 교훈 삼아 저희의 문제를 철저하게 반성하고 개선함으로써 저희가 출간하는 책에 비추어 부끄럽지 않은 출판사가 되겠습니다. 저희가 생각하고 계획하고 있는 이 모든 것들이 저희의 부족함을 채워나가기에 한없이 부족할지도 모릅니다. 앞으로도 여러분의 지적에 계속 귀를 기울이며, 끊임없이 고민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자 다짐합니다.
감사합니다.
교양인 출판사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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