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여신을 찾아서 _ 모린 머독
The Heroine’s Journey _ Maureen Murdock
무력한 어머니와 우상화된 아버지를 떠나
자신의 길을 찾는 강하고 독립적인 여성들의 심리적 모험!
“우리는 여전히 이 책이 필요하다”
전 세계 여성들에게 30년 동안 사랑받아 온
페미니즘 분석심리학의 고전
가부장적인 신화를 내던지고 다양한 신화적 서사 속 여성들의 여정을 재조명한 모린 머독의 획기적인 저작, 《내 안의 여신을 찾아서》가 출간 30주년을 기념해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왔다.
융 심리학자이자 심리 상담가인 저자는 이 책에서 인류의 집단 무의식이 발현된 신화·민담·동화와, 상담실을 찾은 여성들의 꿈을 분석해 ‘여성 영웅의 원형’을 찾아내고 여성 영웅이 탄생하는 과정을 규명한다. 여성의 정신 발달에 관한 이해의 폭을 획기적으로 넓힌 책으로 평가받으며 스테디셀러로 사랑받은 이 책은 지금도 전 세계 여성들에게 자기 탐구라는 내적 여정으로 안내하고 있다. 출간 30년을 맞아 개정판으로 다시 나와 삶의 의미를 잃고 방황하는 ‘여성 영웅’들에게 자신의 상처 입은 내면을 마주하고 치유하는 방법을 제시하는 이 책은 페미니즘 분석심리학의 고전이다.
무력한 어머니와 우상화된 아버지를 떠나
자신의 길을 찾는 강하고 독립적인 여성들의 심리적 모험!
20세기 최고의 신화학자로 불리는 조지프 캠벨은 동서양의 모든 신화를 연구한 끝에 ‘영웅의 원형적 여정’을 찾아냈다. 미궁과 지하 세계로 들어가 괴물과 용을 물리치고, 목표를 이룬 뒤 귀환하는 영웅의 여정은 모험으로 가득 찬 인간 삶에 대한 훌륭한 비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위대한 영웅들의 판테온에서 왜 여성 영웅은 찾아보기 어려울까? 여성의 영웅적 여정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융 심리학자이자 심리 상담가인 모린 머독은 1981년 9월 어느 날, 이러한 의문을 품고 직접 캠벨을 찾아갔다. 캠벨의 대답은 예상 밖이었다. “모든 신화에서 여성은 전통적으로 ‘거기’, 그 자리에 있습니다. 여성이 해야 할 일은 그저 사람들이 도달하려고 하는 곳이 바로 자신임을 깨닫는 것입니다.” 정말 그럴까? 《내 안의 여신을 찾아서》는 바로 그날 시작되었다. 오늘날 대부분의 여성들은 집에서 얌전히 영웅을 기다리고 싶어 하지 않는다. 스스로 영웅의 길에 나선 여성들에게는 그들만의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
“대체 이 모든 게 다 무엇을 위한 걸까?”
용을 무찔러도 공허한 여자들, 내면의 여신을 발견하다
모린 머독은 심리 상담가로 일하면서 사회적으로 큰 성취를 이룬 많은 여성들이 괴로워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저자는 그러한 고통의 이유가 ‘어머니’로 상징되는 여성성을 거부하고 ‘아버지’를 동일시하며 남성의 길을 따른 데 있음을 밝혀낸다. 여성이 고통에서 벗어나려면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존재의 근원 아래로 깊이 내려가 자신에게 돌아가는 길을 찾는 내적 탐구의 여정에 올라야 한다.
《내 안의 여신을 찾아서》는 다양한 신화적 서사에 등장하는 여성들의 여정을 재조명함으로써 여성이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게 만드는 자기 발견 안내서다. 저자는 인간 무의식과 삶의 원형이 담긴 여러 신화, 동화, 민담 속에서 ‘여성 영웅’의 원형을 찾아낸다. 제우스의 머리에서 태어난 아테나 이야기에서 ‘아버지의 딸’로 자라는 여성을 발견하고 데메테르 여신과 딸 페르세포네 이야기에서 어머니-딸 관계의 원형을 들여다본다. 또 호피족 창조 신화의 ‘거미 할머니’와 아프리카의 관능의 여신 ‘오순’에게서 창조하고 보호하는 여성성을 보고, 파르시팔과 어부 왕의 ‘성배 전설’에서는 여성 내면에 존재하는 상처 입은 남성성을 본다.
저자는 여성은 열등하다는 가부장적 신화에서 벗어나 내면의 남성성과 여성성을 긍정하고 통합하는 길이 진정한 자기를 발견하는 내적 성장의 길임을 설득력 있게 들려준다. 남성의 길을 좇던 ‘아버지의 딸’들은 이제 내면 깊숙이 감춰 둔 슬픔과 분노를 대면하는 모험을 시작해야 한다.
우리의 여성 영웅은 갑옷을 입고, 칼을 집어 들고, 자신의 가장 날랜 준마를 골라 타고 전장으로 나아간다. 그리고 학위, 직함, 돈, 권위라는 보물을 발견한다. 남자들은 그녀에게 미소 짓고, 그녀와 악수하고, 자신들의 영역에 온 것을 환영한다. 여성 영웅은 일과 육아를 포함한 모든 것을 완벽히 처리해내면서 처음 자신이 바라던 대로 이루어진 데 만족할 것이다. ……
그러나 성취에 점점 중독되어 자신이 새로 얻은 권력에서 오는 마약 같은 도취감에 빠지게 된다. 내면에서 뭔가 잘못되어 간다는 느낌이 일기 시작하거나, 육체적으로 질병에 걸리거나 사고를 당하기도 하는 단계가 대개 이쯤이다. “도대체 이 모든 게 뭘 위해서지? 내가 얻고자 했던 것들은 다 이루었는데 마음이 너무 허전해. 왜 이렇게 외롭고 황폐하고 갉아 먹히는 느낌이 드는 걸까? 도대체 이 배신감은 뭐야? 대체 내가 뭘 잃어버린 거지?” - ‘머리말’에서
내용 소개
여자이기를 거부하는 소녀들, “난 엄마처럼 살지 않을 거야.”
남성의 시각이 보편으로 통하는 남성 중심 사회에서 흔히 여성은 산만하고, 변덕스럽고, 지나치게 감정적이어서 일을 제대로 해내지 못한다고 평가되었다. 남성들이 규정한 문화의 잣대를 습득한 많은 여성들은 자기도 여성이면서 여성은 나약하다거나 열등하다거나 의존적이라고 여긴다. 그래서 스스로 자신의 여성성을 훼손하고 ‘남자처럼 훌륭해지려고’ 애쓴다. 이 여성들이 가장 먼저 평가 절하하는 대상은 대개 어머니이다.
어린 여자아이는 어머니를 보고서 여성이 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배우기 시작한다. 만일 어머니가 무력하다면 딸은 여성이 되는 것을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느낀다. 어머니같이 되고 싶지 않아 다른 필요한 것을 희생하고서라도 힘을 얻으려 애쓴다. 많은 딸들은 자신들의 어머니가 ‘무슨 일이 일어나건’ 너무 쉽게, 너무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에 분노하며 산다. ― 1장 딸들, 영웅의 길에 서다 · 57∼58쪽에서
우리 사회는 어머니라는 자리에 엄청난 책임을 지우지만, 어머니는 결코 그에 합당한 보상이나 갈채를 받지 못한다. 이를 알 리 없는 딸의 눈에 비친 어머니는 ‘낡은 질서’를 그대로 보여주는 존재일 뿐이다. 딸은 자신의 재능과 앞으로 누리게 될 자유로운 삶에 대한 부러움과 질투 때문에 어머니가 자신을 구속하려 한다고 여긴다. 그러다 결국은 자신을 지지하지도 않으면서 시시콜콜히 잔소리나 해대고 완고하기까지 한 어머니에게서 달아나, 강력하고 전지전능해 보이는 남성과 자신을 동일시하기 시작한다.
제우스 머리에서 태어난 아테나 여신
- ‘아버지의 딸’로 자라다
어머니에게서 도망쳐 ‘구원자’ 아버지 곁으로 온 딸은 ‘아버지의 딸’이 된다. ‘아버지의 딸’은 “어머니를 거부하면서 자신을 주로 아버지와 동일시하고, 아버지와 남성적 가치로부터 관심받고 인정받기를 갈구해 온 여자”(31쪽)를 말한다. 아버지 곁에서 남성이 규정한 기준이 곧 리더십, 자율성, 성공 여부를 판단하는 사회적 기준임을 지켜보며 자란 여자아이는 남성들이 추구하는 독립, 명성, 돈, 권력 따위의 가치를 따르며 전통적인 ‘남성 영웅의 여정’, 즉 성공을 향한 여정을 시작한다. 이들은 일을 성공적으로 해내는 남성의 모습을 보고 야망에 불을 지피며 어머니는 철저히 무시하는데, 메티스 여신과 제우스 신의 딸인 아테나 여신 이야기가 이러한 현상을 설명해주는 좋은 예이다.
아테나는 번쩍이는 황금 갑옷을 걸치고 한 손에는 날카로운 창을 들고 벽력 같은 고함을 지르면서 성숙한 여성의 모습으로 제우스의 머리에서 튀어나왔다. 이 극적인 탄생으로 아테나는 자신이 제우스의 분신이라고 생각했고, 제우스를 유일한 부모로 인식했다. 아테나는 한 번도 자신의 어머니인 메티스의 존재를 인정한 적이 없었다. ― 2장 ‘아버지의 딸’로 자라다 · 82쪽에서
아테나는 모성적 유대보다 가부장적 가치를 우위에 둔 인물이다. ‘아테나 유형 여성’을 전형적인 ‘아버지의 딸’로 볼 수 있는데, 이들은 어머니를 경시하고 아버지와 자신을 동일시한다. 또한 총명하고 야심만만하며 일을 척척 해내지만, 정서적인 관계는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다.
여성 영웅을 가로막는 괴물과 용
남성 영웅의 길에 들어선 여성 영웅은 빈약한 기회, 저임금, 불충분한 보육 정책, 느린 승진 따위의 외적인 시련을 통과해야만 학위, 승진, 명망 있는 직함, 결혼, 경제적 성공이라는 혜택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그녀를 기다리는 장애물은 외부 세계의 길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여성 영웅은 내적 정신세계의 길에서 자기 의심, 자기혐오, 우유부단, 무력감, 절대로 해낼 수 없다고 말하는 자기 마음속 악마와 끊임없이 전쟁을 치른다. 이런 식의 다툼은 여성 영웅의 명쾌한 사고, 자신감, 야망, 자존감을 갉아먹는다. 여성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의존성의 신화, 여성의 열등함에 관한 신화, 낭만적인 사랑의 신화를 깨부수는 일은 전혀 쉽지 않다.
의존성의 신화
어머니가 자신의 욕구를 마지막 차례에 두는 모습을 보고 자란 여성들은 자연스레 다른 사람의 의존 욕구를 배려하고 미리 알아차리도록 훈련받는다. 그래서 이들은 대개 배우자가 기대하거나 원하지 않는 경우에도 ‘다른 사람’을 우선순위에 두는 태도를 보이며 간혹 배우자의 자아를 강화하거나 배우자를 보호하느라 의존적으로 행동하기도 한다. 이렇게 여성이 수동적이고 의존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은, 자신의 가장 중요한 관계가 지속하도록 상대적으로 약자의 위치에 남아 있어야 한다는 무의식적인 확신과 다른 사람을 받쳐주고 보호하려는 무의식적 동기 때문이다.
남편이 강해지려면 아내가 약해야만 한다는 암묵적인 관계의 법칙이 있다. 이 신화는 한쪽이 자신을 약화시키면 배우자가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즉, 남성의 힘이 아내의 약함을 대가로 하여 나온다는 것이다. 이 신화는 단지 이성 관계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여성 영웅은 다른 한쪽―남편, 동료, 연인, 자녀―이 자기(self)를 획득할 수 있도록 ‘그녀 자신(herself)’을 포기한다. 여성이 다른 사람을 위해 이렇게 무의식적으로 자기를 희생하거나 ‘선물’을 주는 것은 그녀에게 자기 가치감을 주고, 기존 체제가 평형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 해준다. ― 3장 시련의 길에 오르다 · 109∼110쪽에서
낭만적인 사랑의 신화
낭만적인 사랑의 신화에서 여성은 자신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거라고 생각되는 연인이나 아버지나 구원자를 찾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이상형의 남자를 찾는다면 행복해질 거야.” “제대로 된 상사를 만나면 빨리 승진할 텐데.” “권력을 쥔 남자와 함께라면 나도 권력을 누릴 텐데.” 이렇게 여성들은 고대하며 기다리는 사람으로 길들여진다.
대부분 동화에서 여주인공은 기다림의 상태, 무의식의 상태에서 꺼내어진다. 그리고 즉시 더 멋진 상태로 극적으로 탈바꿈한다. 이 마법 같은 변화의 촉매는 대개 남성이다. 백설공주, 신데렐라, 라푼첼, 잠자는 숲 속의 미녀까지, 모두가 같은 왕자에 의한 약간씩 다른 변주곡을 공유한다! ― 3장 시련의 길에 오르다 · 123쪽에서
여성 영웅은 스스로 어려운 결정을 하고 자율성을 획득해야 한다. 자신의 성취가 남성의 손에 달려 있다는 믿음에서 벗어날 때, 진정으로 낭만적인 사랑을 나눌 수 있는 동등한 동반자를 찾을 수 있다.
아버지에게 배신당한 이피게네이아
- 남성 영웅의 여정에서 여성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아주 오랫동안 열심히 자신을 남성의 길로 밀어붙여 온 여성 영웅에게 어느 순간 공허함과 상실감이 찾아든다. “이 모든 게 다 무엇을 위한 거지? 왜 이렇게 공허할까? 내가 스스로 세운 목표는 모두 다 이루었어. 그런데 여전히 뭔가 빠진 것 같아. 어쩐지 속은 것 같고 내가 나를 배신한 느낌이 들어.”
목표 지향적인 남성적 사고를 신뢰하면 보상을 받을 것이라고 말하는 문화적 사고방식뿐만 아니라 개인적 사고방식에도 배신감을 느낄 것이다. ‘착한’ 딸이 되어라, 그러면 ‘아버지’가 널 돌봐줄 것이다. 그녀는 이제 위로받지 못하고 철저히 혼자라고 느낀다. 그녀는 바닥으로 추락했다. 그녀의 질서정연한 세계에 금이 간다. …… 세상은 그녀가 짐작했던 것과 달랐다. 그녀는 배신당했다. ― 5장 아버지에게 배신당하다 · 154쪽에서
여성을 배신한 남성을 다룬 이야기와 신화는 숱하게 많지만, 가장 통렬한 것은 그리스 신화의 아가멤논 왕과 딸인 이피게네이아의 이야기다. 아가멤논은 아버지의 사랑을 맹목적으로 믿는 딸의 목숨과 그리스군의 함대가 무사히 트로이까지 가는 데 필요한 순풍(順風)을 맞바꾸었다. 아버지를 향한 이피게네이아의 사랑은 배신당했다.
내면의 여신과 만나는 시간
여성 영웅은 남성 영웅의 여정을 좇아서 성공하는 법은 배웠지만, 내면으로 여행을 떠나는 법은 알지 못한다. 이들은 대개 삶을 통째로 바꿔놓는 상실을 겪을 때 이 사실을 자각하며 내면의 깊은 곳으로 내려간다. “위로 올라가고 빛을 향해 밖으로 나아가는 남성들과 달리 여성들은 그들 존재의 근원 아래로 깊이 내려가 자신에게 돌아가는 길을 찾는다.”(180쪽) 저자가 ‘자발적 소외’라고 이름 붙인 이 여정은, 여성이 스스로 가부장제 사회에서 ‘아버지의 딸’로서 살아왔음을 깨달을 때 문화라는 의복으로 덮어 감추기 전에 ‘자기 것’이었던 그 일부를 되찾는 여정이다.
어머니를 거부하면서 여성성의 거울이 산산조각 난 여성은 분리된 자신의 부분들을 되찾기 위해 땅속 깊이 내려간다. 이 여행 중에 여성은 어쩌면 평생 처음으로 자신의 몸, 자신의 감정, 자신의 성적 취향, 자신의 직관, 자신의 이미지, 자신의 가치, 자신의 마음을 알게 된다. 이것들이 그녀가 그 깊은 곳에서 찾는 것들이다. ― 6장 내면의 여신을 만나다 · 181쪽에서
잃어버린 어머니와 재회하기
여성 영웅이 ‘자발적 소외’의 단계를 거쳐 가부장제의 정신적인 딸이라는 정체성을 끊어버릴 때, 여성성과 다시 연결되고 싶은 강한 열망에 휩싸인다. 즉, 무언가를 돌보거나 관계를 소중히 여기며, 타인의 고통에 연민과 공감을 보낼 줄 아는 여성성의 특질에 대한 열망이다. 여성성과 다시 연결되려면 먼저 현실의 어머니와의 관계를 회복해야 한다. 현실의 어머니가 어땠건 간에 어머니와 내적으로 맺은 관계는 ‘어머니 콤플렉스(mother complex)’로 남아 우리의 정신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숙명처럼 자신의 어머니를 끊임없이 다시 대면하게 된다. 감정의 내용뿐만 아니라 행동 방식에서도 어머니와 자식 관계에서 형성된 반응과 가치관에서 나오는 일정한 양식을 따른다. 우리가 육체적 삶을 대하는 태도부터 우리 몸에 관한 자존감과 자신감, 내적으로나 외적으로 보이는 개인적 기질, 근본적인 공포와 죄의식, 사랑에 빠지는 방식이나 친밀한 관계에서 처신하는 방식, 쌀쌀맞거나 혹은 따스한 마음의 온도, 태도와 취향, 음식을 먹는 방식, 생활 방식, 말버릇, 습관인 몸동작, 음색까지 이 모든 것에 어머니의 흔적이 있다. ― 8장 잃어버린 어머니와 재회하다 · 261쪽에서
만일 어머니에게 제대로 보살핌받지 못한 것을 두고 계속 분노한다면 여성은 “영원히 ‘기다리는 딸’로 남게 된다.”(290쪽) 비록 외부 세계에서는 성숙한 어른의 역할을 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그녀는 성장하기를 거부하며 마음 깊은 곳에서 자신을 가치 없고 불완전한 존재로 여기게 된다.
현실의 어머니를 용서하는 일은 물론 쉽지 않다. 하지만 현실의 어머니를 용서하고 받아들이지 않으면 ‘내면의 어머니’와의 관계도 회복될 수 없다. 내가 사랑받고 싶은 방식으로 어머니가 나를 사랑하게끔 만들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어머니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어머니에게 제대로 보살핌받지 못한 딸의 고통에 언제까지나 매달려 있을 수 없다. 그 고통을 마주하고 내려놓을 때 온전한 ‘나’가 될 수 있다.
오늘날 여성 영웅은 자신을 과거에 묶어놓았던 자아의 굴레를 벗어버리고 자신의 영혼이 추구하는 바를 이루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을 찾기 위한 분별의 칼을 들어야 한다. 어머니를 향한 분노를 놓아버리고 아버지를 비난하거나 우상화하는 것을 그만두어야 한다. 자신의 어둠을 대면할 용기를 찾아야 한다. 그녀의 그림자는 이름 지어주고 껴안아줘야 할 바로 자신의 것이다. ― ‘맺음말’에서
모린 머독 (Maureen Murdock)
융 심리학에 기반을 둔 심리 치료사이며 교육자·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샌타바버라의 퍼시피카 대학원과 소노마 주립대학, 앤티오크 대학에서 상담 심리와 심층 심리학을 가르쳤다. 대학 강의와 일반인 대상 프로그램을 통해 자기 성찰을 위한 자서전 쓰기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내면으로의 여행(Spinning Inward)》과 《내 안의 여신을 찾아서(The Heroine’s Journey)》 두 권의 책으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조지프 캠벨의 ‘영웅의 여정’에서 영감을 얻어 쓴 《내 안의 여신을 찾아서》는 여성 정신에 관한 이해의 폭을 획기적으로 넓힌 놀라운 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밖에 《Fathers’ Daughters》, 《Unreliable Truth》, 《Hooked On Hope》 등을 썼다.
옮긴이_고연수
전남대학교 사범대학을 졸업했고, 현재 번역가로 일하고 있다. 한국어로 쓰인 소설을 영어로 번역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꿈을 꾸며 날마다 글쓰기를 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토드를 위한 심리상담》, 《자존감의 첫 번째 계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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