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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인/심리학

편견

by 교양인 2020. 5. 11.

편견 _ 고든 올포트

The Nature of Prejudice _ Gordon W. Allport

 

 

“사회심리학 역사상 가장 많이 읽힌 책” 

 

 

 

편견과 차별의 기원과 메커니즘을 밝힌 현대의 고전 

사회심리학으로 밝힌 편견의 모든 것 

개인의 심리 역동에서 역사, 사회문화적 요인까지 

혐오와 차별의 뿌리와 작동 방식, 해결 방안을 다룬 편견 백과사전  

 

 

인간의 마음은 왜 이토록 쉽게 편견에 물드는가?

“그 사람들은 너무 따로 놀아요. 돈에 집착하는 것도 보기가 좀 그래.” “그 동네에 가봤어요? 더럽고 위험해서 밤에 거리를 나다닐 수가 없다니까. 저들이 들어오면 집값이 떨어질 수밖에 없지.” 남의 나라에서 끼리끼리 뭉쳐 살면서 이기적으로 군다고 비난받는 ‘그들’, 허구이거나 부풀려진 부정적 이미지에 갇혀 편견과 차별의 대상이 되는 ‘그들’은 누구인가? 나치 독일의 유대인, 미국의 흑인, 일제강점기의 재일 조선인이 ‘그들’이었고, 지금 한국 사회에선 중국 동포, 난민, 성소수자, 여성이 ‘그들’의 자리에 있다. 

인류 역사상 편견 없는 사회, 편견 없는 시대는 없었다. 타자에 대한 적개심은 인간의 본성인가? 미국의 심리학자 고든 올포트는 《편견(The Nature of Prejudice)》에서 이 심리적 편향성의 문제를 개인의 성격 발달, ‘희생양 만들기’의 역사, 사회 규범, 종교, 경제적 요인에 이르기까지 가능한 모든 측면에서 탐구했다. 오늘날 편견 문제를 다루는 모든 연구자는 올포트가 내린 편견의 정의에서 논의를 시작하고, 그가 쓴 연구 방법을 차용한다. 《편견》은 편견 연구의 출발점이자 건너뛸 수 없는 고전이다. 

 

 

편견적 인간과 관용적 인간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사회 규범을 따르는 동조자부터 타협의 여지가 없는 편견적 인간까지 편협함에도 차이가 있다. 편견적 인간은 흑백 논리로 판단한다. 모든 관계는 친구 아니면 적이고, 어떤 일을 하는 올바른 방법은 단 하나뿐이다. 예의범절과 형식적 도덕에 집착하고, 모호한 상황을 참지 못한다. 새로운 해결책이 필요할 때면 확실히 믿을 수 있는 검증된 습관에 매달린다. 편견적 성격은 문제가 생기면 다른 사람을 탓하지만, 관용적 성격은 현실을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먼저 자신에게서 원인을 찾는다. 관용적 성격은 상대를 가리지 않고 존중하며 공감 능력이 뛰어나다. 저자는 편견적 성격과 관용적 성격의 특징을 자세히 살피고, 부모의 영향과 교육, 사회적 관행 등 우리를 편견 혹은 관용으로 기울게 하는 다양한 원인을 확인한다. 

 

 

개인의 변화가 먼저인가, 사회 구조의 변화가 먼저인가?

왜 많은 예의 바르고 선량한 사람들이 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혐오를 아무렇지 않게 드러낼까? 특정 종교, 특정 지역 출신 중에 편견이 심한 사람이 유독 많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회적 합의’ 없이 차별금지법을 도입하면 정말 분열이 더 심해질까? 어째서 한 집단은 증오의 대상이 되고 다른 집단은 그렇게 되지 않을까? 피부색이나 국적, 종교에 상관없이 어울려 살면 편견이 사라질까? 집단 간 갈등을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무엇인가? 

 

《편견》이 시대를 뛰어넘어 고전의 지위에 오른 것은 바로 이런 현실적인 고민과 실현 가능한 해결 방안을 구체적으로 다루기 때문이다. 20세기 전반기 미국에서 이루어진 다양한 편견 연구와 차별 시정 방안을 비교 분석하고 미래를 예측한 내용은 출간 후 반세기가 훨씬 지난 지금도 법과 정책 분야에서 실용적 가치를 인정받는다. 특히 올포트는 고용, 주거, 교육에서 차별을 제거하는 단호한 행정적 결정과 입법 조치가 편견을 줄이는 데 매우 유용한 수단임을 강조한다. “입법이 곧 교육이 된다. 대중은 미리 전향자가 되지는 않는다. 기정사실이 그들을 바꾼다. 자신의 편견 때문에 반대하던 사람도 그 법이 양심에 부합하면 받아들인다.” 

올포트는 이 책이 이론과 실천에서 모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랐다. 실제로 이 책은 흥미롭고 구체적인 사례와 명료한 설명으로 일반 독자들에게 널리 읽혔고 미국 시민권 운동에 영향을 끼쳤다. 흑백 인종 차별에 맞선 두 주요 인물 맬컴 엑스와 마틴 루서 킹에게도 영향을 주었다. 

 

 

 

★★★ 추천사 ★★★

 

 

차별과 혐오가 만연하는 이 시대에 올포트의 《편견》은 지성의 갈증을 풀어주는 단비처럼 다가온다. 차별과 혐오의 뿌리를 체계적으로 파헤친 연구이기 때문이다. 인권을 공부하고 인권 정책을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올포트의 통찰에서 큰 영감을 얻을 수 있다. 특히 사회 구조적 요인을 다룬 4부는 이 책의 백미다. 《편견》이 왜 단순한 심리학 저서가 아니라 사회심리학의 명저인지 확실히 드러난다. 선동의 위해성, 입법 조치의 효과를 다룬 부분은 오늘의 한국 사회를 위해 집필된 것이 아닌가 할 정도로 메시지의 현재적 울림이 강렬하다. 현대의 고전이라는 표현이 이렇게 잘 어울리는 저서도 드물 것이다.

 

- 조효제 (성공회대학 사회과학부 교수, 한국인권학회장 역임)

 

혐오와 차별은 오늘날 세계가 직면한 가장 중요한 사회 문제 중 하나이다. 그리고 이 혐오의 밑바탕에는 ‘편견’이 자리하고 있다. 《편견》은 이러한 편견이 어디에서 기원하고 사회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분석한다. 1954년에 쓰인 책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시사적이다. 2020년 현재의 문제를 검토하기 위한 분석틀과 관점으로도 손색이 없다. 나에게 수년간 혐오 문제를 연구하면서 가장 큰 참고가 되었던 문헌을 하나 고르라면 주저 없이 이 책을 택하겠다. 인종 차별, 여성혐오, 성소수자,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배제, 그리고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불거진 외국인과 이주자에 대한 혐오까지…….

우리 시대의 혐오·차별 문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읽어야 할 현대의 고전이다. 

 

- 홍성수 (숙명여자대학 법학부 교수, 《말이 칼이 될 때》 저자) 

 

 

 

 

편견적 인간과 편견 사회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뿌리 깊은 혐오와 차별을 걷어내고 관용을 키울 방법은 무엇인가?

 

편견, 팬데믹으로 폭발한 인류 보편의 문제 

 

사이버 외교 사절단 반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유럽과 미국 등지에서의 아시아인 차별과 혐오 범죄에 대응하는 글로벌 캠페인을 전개한다고 4일 밝혔다. 인종 차별과 혐오 범죄를 막지 못하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에 의해 유럽의 유대인들이 대량으로 학살된 ‘홀로코스트’ 비극이 인류 앞에 재현될 수도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 미국의 아시아퍼시픽정책기획위원회(A3PCON)는 증가한 아시아계 대상 폭력ㆍ범죄 신고를 받고 대책을 모색하기 위해 고발 사이트를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3월 중순부터 한 달 동안 신고된 피해 사례는 1,500건이 넘을 정도라고 A3PCON는 전했다. - 연합뉴스(2020년 5월 4일)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으로 감염병이 대유행하는 사태)을 계기로 세계 곳곳에서 인종 차별과 혐오가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다. 중국이 바이러스의 진원지라고 알려진 이후 곧바로 서구 여러 나라에서 중국인을 비롯한 아시아인들이 거리를 지나다 물병을 맞거나 욕설을 듣거나 칼에 찔리는 등 폭력을 당하는 일이 잇달아 벌어졌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었다. 국내에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중국인은 물론이고 국내에 거주하는 중국 동포를 향한 편견이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중국 동포를 근거 없이 비난하고 경멸하는 혐오 표현이 인터넷에서 확산되고 중국 동포들이 다수 거주하는 서울 대림동은 기피 지역이 되었다. 

그러나 소수 집단에 대한 편견과 차별 행위는 어느 시대, 어느 장소에나 존재했다. 이전에도 한국 사회에서 중국 동포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종종 범죄자 집단으로 묘사되었다. 전라도라는 특정 지역, 북한 이탈 주민, 난민, 성소수자, 여성에 대한 차별과 혐오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미국의 오래된 인종 차별, 이슬람과 비이슬람의 끊임없는 갈등은 편견이 결코 쉽게 해결할 수 없는 문제임을 보여준다. 

어쩌면 ‘내’가 속하지 않은 집단에 대한 근거 없는 적개심, 부정적 편견은 인간의 타고난 조건이 아닐까? 그렇다면 결국 인류는 자기 파괴의 길로 갈 수밖에 없지 않을까? 《편견》은 바로 이 같은 의문을 품은 모든 사람, 편견이 만연한 사회를 민주적이고 관용적인 사회로 바꾸기 위해 고민하는 모든 사람을 위한 책이다. 

 

이슬람교도들은 비이슬람교도들을 믿지 못한다. …… 난민은 황량한 땅을 방랑한다. 전 세계의 수많은 유색인은 백인이 자신들의 오만을 정당화하기 위해 만든 공상적 인종 차별주의 이론으로 모욕을 겪고 있다. 아마도 편견의 체스보드가 가장 복잡한 곳은 미국일 것이다. 이 끝없는 적대감 중 일부는 실제 이해관계의 충돌에 근거를 둔 것처럼 보이지만, 대부분은 상상이 빚어낸 공포의 산물이 아닐까 의심된다. 하지만 상상 속의 공포가 실제로 고통을 일으킬 수 있다. - ‘1954년판 머리말’ㆍ19∼20쪽 

 

 

 

편견에 대한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분석 

《편견》은 1954년 초판이 출간된 이래 사회심리학(사회적 상황에서 개인의 생각, 감정, 행동을 연구하는 경험과학) 분야에서 편견 연구의 토대를 놓은 중요한 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여기서 저자는 편견에 관한 기존 이론들과 자료를 철저히 선별하고 종합해 편견의 다양한 원인을 규명한다. 인간이 ‘왜’ 그리고 ‘어떻게’ 편견을 지니게 되는지 분석하고, 나아가 교육, 대중매체, 입법 등 차별을 통제하고 방지하기 위한 여러 방안과 효과를 살핀다. 

 

편견과 차별이 어떤 단 하나의 뿌리에서 비롯되며, 그 뿌리가 경제적 착취, 사회 구조, 관행, 공포, 억압, 성 갈등, 그 밖의 다른 만만한 토양으로 침투한다고 여기는 것은 심각한 오류이다. 앞으로 살펴보겠지만 편견과 차별은 이 모든 조건과 다른 많은 조건에서 양분을 얻어 자라날 수 있다. - ‘1954년판 머리말’ㆍ24∼25쪽 

 

이 책에서 편견은 대체로 미국에서 전통적으로 차별받아 온 흑인, 유대인, 가톨릭교도에 대한 백인 (남성) 개신교도(올포트 자신이 속한 미국 사회의 기득권 집단)의 태도로 제시된다. 주로 미국 사회를 예로 들고 있지만, 편견이 개인의 심리와 사회에서 수행하는 역할과 작동 방식에 대한 과학적 분석을 통해 시대와 장소를 뛰어넘는 보편성을 획득한다. 그리하여 4부 흑인과 백인의 거주지 분리와 집단 간 접촉 문제를 다루는 부분에서 우리 사회의 중국 동포들을 떠올리게 되고, 8부에서 차별과 혐오를 방지하는 입법의 효과를 다루는 부분에서는 지금 우리 사회의 주요 쟁점 중 하나인 차별금지법을 떠올리게 된다. 

 

이 책은 주로 미국의 연구와 사례를 들고 있지만, 나는 이 책의 편견 역동 분석이 보편 타당성을 지닌다고 믿는다. 물론 나라마다 편견이 드러나는 방식은 매우 다양할 것이다. 희생자로 선택되는 대상도 같지 않다. 경멸당하는 집단과의 물리적 접촉을 대하는 태도도 저마다 다르다. 비난과 고정관념도 가지각색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제시하는 다른 나라의 증거들은 근본 원인과 상관관계가 본질적으로 동일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 ‘1954년판 머리말’ㆍ25∼26쪽 

 

 

책의 구성과 특징 

고든 올포트는 성격심리학자로 널리 알려졌지만 그의 저술 가운데 가장 유명하고 가장 많이 인용된 것은 바로 《편견》이다. 특히 이 책에서 올포트가 편견과 고정관념, 집단 간 접촉에 관해 내놓은 새로운 견해는 이후 편견 연구와 사회심리학의 발전에 중대한 영향을 끼쳤다. 올포트는 편견이라는 복잡한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 심리학, 사회학, 인류학, 역사학, 문학 등 다양한 분야의 수많은 자료와 연구들을 균형 잡힌 시각으로 검토하고 참조했다.

한국어판은 25주년 기념 특별판을 옮긴 것으로, 한국에서 완역판이 출간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별판에는 미국의 심리학자이자 흑인 인권 운동가인 케네스 클라크, 올포트의 제자이면서 그와 함께 편견 문제를 연구했던 토머스 페티그루의 글이 추가로 실려 있다. 

 

이 책은 총 8부 31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편견 문제와 관련된 기본 개념(외집단과 내집단, 태도와 믿음, 범주화 등)을 정의하는 1부와 편견과 차별의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8부를 제외하면, 전체 본문은 편견의 원인을 다층적으로 분석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2부에서는 어떤 집단에 대한 편견의 근거로 흔히 내세워지는 집단 간 차이의 문제를 확인한다. 편견의 대상이 되는 어떤 집단이 적개심의 이유로 지목되는 차이를 실제로 지니고 있는지, 차이가 편견의 근거가 될 수 있는지 검토한다. 

3부에서는 범주화, 고정관념 같은 편견의 인지적 요인에 주목한다. 대상을 지각하고 사고하는 과정,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편견적인 사람과 관용적인 사람의 차이점, 편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명칭의 문제 등을 다룬다. 

4부에서는 편견의 사회 구조적 요인을 탐구한다. 편견을 유발하는 사회문화적 조건, 희생양 선택에 관한 역사적 고찰, 편견 감소에 효과적인 접촉 방식 등을 살펴본다. 

5~7부에서는 주로 편견의 심리적 요인에 관해 알아본다. 동조 심리, 가정과 학교와 사회에서 편견을 습득하는 과정, 무의식적 정신 작용과 편견, 편견적 성격과 관용적 성격의 형성과 특징 등을 다룬다. 

 

 

신중한 학술 연구와 민주적 가치관이 탁월하게 결합된 편견 연구의 결정판! 

올포트가 이 책을 쓰던 시기에 세계는 히틀러의 홀로코스트와 세계대전에서 받은 충격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냉전의 위기에 빠져 있었다. 미국에서는 흑백 인종 분리와 차별에 맞선 저항의 움직임이 점점 더 커지고 있었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이 《편견》의 배경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올포트는 ‘머리말’에서 “인간 편견의 본질이라는 근본 문제 한 가지를 명확하게 설명하고자 한다.”(22쪽)라고 밝히고 있다. 그는 적개심(편견)의 뿌리에 관한 지식이 적개심의 파괴성을 효과적으로 통제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고 믿었고 그러기를 바랐다. 

 

나는 편견 분야 자체를 전반적으로 명료하게 설명하는 것을 주된 목표로 삼았지만, 그 외에도 집단 간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새로 얻은 지식을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특히 8부에서 보여주고자 했다. …… 우리가 주장한 바를 실제 현장과 비교해 확인해보지도 않고 배타적으로 어떤 학술적 관점을 취하는 것은 오류이다. 마찬가지로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 과학적이지 않은 교정 방안에 시간과 돈을 투자하는 것은 낭비이다. - ‘1954년판 머리말’ㆍ27쪽 

 

민주주의 가치관은 다종다양한 인간 집단을 위한 평등한 정의와 평등한 기회를 지향한다. 이 책에서 보여주었듯이, 민족 갈등과 편견의 뿌리와 해결책을 찾는 일은 민주주의의 가치 지향에 의해 지속된다. 다른 사람들처럼 사회과학자들 역시 자신의 가치관에서 동기를 부여받는다. …… 이 책은 제시된 사실과 이론이 집단 간 갈등을 개선하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쓰였다. - 31장 변화의 시작ㆍ796, 797쪽

 

올포트는 “사려 깊고 도덕적이며 합리적인 사회과학자라면 당대에 정의 같은 영속적인 인간적 가치를 수호해야 한다는 주장, 무지와 미신과 불의에 맞서 싸우는 계속되는 투쟁에서 훈련된 인간 지성이 중요한 무기라는 주장을 몸소 체현했다.”  

 

 

 

본문 내용 소개 

 

 

사람은 왜 쉽게 편견에 빠지는가? 

‘편견’은 무엇인가? 편견을 타고나는 사람은 없다. 편견은 습득되는 것이다. 편견은 개인의 존엄을 부인하고 사람들 사이의 단합을 깬다. 아주 간략히 표현하면 편견은 ‘충분한 근거 없이 다른 사람을 나쁘게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은 다른 사람을 충분한 근거 없이 그냥 좋게 생각할 수도 있다. 우호적인 편견도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우리가 보통 ‘편견’이라는 말을 쓸 때에는 거의 대부분 부정적 편견을 뜻한다. 이 책에서는 주로 민족 집단, 인종 집단에 대한 부정적 편견을 다룬다. 여기서 편견은 ‘잘못된 일반화에 근거해 어떤 집단과 그 구성원에 대해 지니는 적대적 태도와 감정’이다. ‘잘못된 일반화’라는 표현은 사람들이 쉽게 편견에 빠지는 이유를 암시한다. 일반화(범주)는 인간의 뇌가 정보를 저장하고 처리하는 정상적인 정신 과정에 속한다. 범주는 정신생활의 기본 요소이고 범주의 작용은 불가피하게 예단(prejudgement)을 낳는데 그것이 점차 편견으로 바뀔 수 있다. 

 

우리는 일상에 적응하기 위해 깨어 있는 시간의 대부분을 이미 존재하는 범주들을 떠올리는 데 쓴다. 하늘이 어두워지고 기압계 수치가 떨어지면 비가 올 것이라 예단한다. 그리고 이런 부류의 일들에 적응하고자 우산을 챙긴다. 거리에서 성난 개가 달려들면 ‘미친 개’로 범주화하고 피한다. 병에 걸려 의사를 찾아가면 의사가 우리를 어떠한 방식으로 대하리라 예상한다. 이와 같은 수많은 경우에서 우리는 단일한 사건을 ‘유형화’하고, 친숙한 범주 속에 넣은 후 그에 따라 행동한다. - 2장 편견에 쉽게 빠지는 이유ㆍ62쪽 

 

우리가 부적합한 대상까지 아우르는 잘못된 일반화(비합리적 범주)에 익숙해지면 우리의 사고는 점점 더 편파적이 될 것이다. 

 

이 장에서는 인간에게 편견의 성향이 있다는 점을 설명했다. 편견의 성향은 일반화, 개념, 범주를 형성하려는 인간의 정상적이고 자연스러운 경향 속에서 발견할 수 있다. …… 인간의 합리적 범주는 직접적인 경험과 밀접한 관계가 있지만 인간은 비합리적 범주도 합리적 범주만큼 쉽게 형성할 수 있다. 비합리적 범주는 순전히 소문에 의한 증거와 정서적 투사 그리고 망상으로 구성될 수 있으며, 따라서 거기에는 일말의 진실조차 없을 수 있다. - 2장 편견에 쉽게 빠지는 이유ㆍ73∼74쪽 

 

 

농담도 못해? 때리거나 차별을 한 것도 아닌데 뭐가 문제야? 

- 적대적인 말에서 집단 학살까지, 편견의 단계  

편견의 형태는 크게 세 가지인데, 단계적으로 발전한다. 적대적인 말, 차별적 행위, 물리적 공격.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편견을 적대적인 말로 표현하는 데 그칠 뿐 다음 단계로 나아가지 않는다. 그러나 거부의 언어가 일상이 되면 차별적 행위에 나서게 되고, 더 나아가 물리적 폭력, 집단 학살 같은 참혹한 결과를 낳기도 한다. 지난 20세기에 이미 인류는 홀로코스트를 통해 편견의 최후 단계를 목격했다.

 

일반적으로 차별은 편견보다 직접적이고 심각한 사회적 결과를 낳는다. 모든 부정적 태도는 어떻게든 그리고 어디서든 행동으로 드러나는 경향이 있다. 반감을 마음속에만 간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부정적 태도가 심할수록 강렬한 적대 행위로 귀결될 가능성이 더 크다. - 1장 무엇이 문제인가?ㆍ53쪽 

 

독일 사람들이 유대인 이웃과 유대인 옛 친구를 회피하게 된 이유는 바로 히틀러의 적대적인 말 때문이었다. 이런 예비 활동이 뉘른베르크 유대인 차별 법을 제정하기 수월하게 했고, 결국 유대교 회당을 방화하고 길거리에서 유대인을 공격하는 일을 자연스럽게 만들었다. 이 섬뜩한 과정의 최종 단계가 바로 아우슈비츠의 소각장이었다. - 1장 무엇이 문제인가?ㆍ55쪽 

 

 

‘차별받아 마땅한’ 자들에 관하여

사람들은 특정 집단을 향한 자신의 반감이 합리적이라 여기며, 비난의 책임을 그 대상에게 지우는 경향이 있다. 흑인에 대한 편견을 지닌 백인은 곧잘 흑인은 몸에서 불쾌한 냄새가 난다거나 지능이 낮고 본성이 게으르기 때문에 거부당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정말로 어떤 집단은 다른 집단과 달리 ‘차별받아 마땅한 특성’을 지니고 있을까? 무엇이 진짜 차이이고 무엇이 상상의 산물일까? 집단 차이가 존재한다면 차별이 정당화될 수 있을까? 혹시 그 혐오할 만한 차이라는 게 차별의 원인이 아니라 오히려 차별의 결과는 아닐까? 

 

보통 편견이 있는 사람은 자신의 부정적 태도의 근거가 무엇인지 질문받았을 때 아마도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그 사람들을 한번 보세요. 그들의 못마땅한 특성이 우리와 다르다는 게 보이지 않나요? 나는 편견이 있는 게 아니에요. 그자들이 인기가 없는 것은 받아 마땅한 평판에 따른 것입니다.” - 6장 차이와 적개심ㆍ161쪽

 

집단 차이는 사람들이 보통 추정하는 것보다 훨씬 …… [작다.] 집단 내 차이가 거의 언제나 집단 간 차이보다 더 크다. - 9장 방어 기제ㆍ237쪽 

 

 

편견과 관용 중 어느 쪽으로도 움직일 수 있는 사람들 

- 동조자의 심리, 편견적 성격과 관용적 성격   

“한 인터뷰에서 홀로코스트에서 무엇을 배웠는가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손택은 어떤 집단에서든 무슨 일이 있어도 10퍼센트는 잔인하고 또 다른 10퍼센트는 자비로울 것이며 나머지 80퍼센트는 어느 쪽으로든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커트 보니것) 

홀로코스트에 관한 수전 손택의 말은 《편견》에 등장하는 편견적 성격과 관용적 성격을 지닌 사람, 그리고 그 사이에 있는 동조자들을 떠올리게 한다. 

이 책에서 올포트는 편견을 성격화된 편견과 동조 편견으로 나누어 본다. 관용도 마찬가지로 성격화된 관용과 동조 관용으로 나뉜다. 강렬한 성격화된 편견을 지닌 사람은 어떤 상황에서도 소수 집단에 대한 자신의 편견을 바꾸지 않는다. 이런 사람은 자신의 편견에 대해 전혀 가책을 느끼지 않으며 거리낌 없이 표출한다. 편견이 그의 성격 구조에 깊이 뿌리 박혀 그의 삶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에 비해 동조자들은 법이나 종교, 관습 같은 사회 규범과 집단 분위기에 영향을 받는다. 

 

많은 동조자들에게는 상황을 모면하는 것을 넘어서는 더 깊은 동기가 없다. 편견을 지닌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는 그들을 따라간다. 굳이 무례하게 굴 이유가 있나? 지역사회의 관행에 도전할 필요가 있나? 완고한 이상주의자들이나 남에게 폐를 끼치는 법이다. 고지식한 사람이 되는 것보다는 앵무새처럼 사회적 관행을 흉내 내는 편이 낫다. - 17장 동조의 심리ㆍ452쪽 

 

편견의 경우에 그랬듯이(17장) 동조 관용과 성격화된 관용을 구분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민족 문제가 일어나지 않거나 민족 문제를 습관적으로 관용의 관례에 따라 처리하는 공동체에서는 사람들이 평등을 당연하게 여길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다. 관용적인 집단 규범에 좌우되는 사람들은 동조자들이다. …… 성격화된 관용을 지닌 사람은 상대가 누구든 가리지 않고 모든 사람을 적극적으로 존중한다. - 27장 관용적 성격ㆍ669쪽 

 

 

흑인을 혐오하는 흑인, 반유대주의자가 된 유대인 

- 차별과 혐오의 피해자에게서 발달하는 방어 기제 

편견의 피해자 집단에서 간혹 같은 집단 구성원들을 혐오하는 사람들이 나타난다. 자신도 흑인이면서 흑인을 경멸하거나, 남성의 눈으로 여성을 혐오하는 여성이 그런 경우이다. 그들은 대체 왜 그럴까? 올포트는 이것을 박해에서 비롯된 자아 방어로 설명한다. 박해받는 소수 집단에서 발달하는 자아 방어에는 강박적 근심, 구성원 지위의 부인, 위축과 수동성, 어릿광대 노릇, 내집단 연대의 강화, 지배 집단과 동일시(자기 혐오) 등 여러 유형이 있다. 올포트에 따르면, 어떤 유형의 자아 방어가 발달할지는 대체로 개인의 문제이다. 

 

나치 강제수용소에 관한 연구를 보면, …… 처음에 수용자들은 내심 박해자들을 경멸하면서 교활하고 은밀한 방식으로 자기들의 삶과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고 자신들의 자기 존중이 손상되지 않도록 애썼다. 그러나 2, 3년 동안 극한의 고통을 겪자 다수의 수용자들은 감시자들의 비위를 맞추려는 노력이 정신적 굴복으로 이어졌음을 깨달았다. 그들은 감시자들을 모방했고, 일부는 (상징적 힘을 지닌) 감시자의 복장을 따라 입었으며, 새로 들어온 수용자들을 적대시했고, 반유대주의자가 되었다. - 9장 방어 기제ㆍ251쪽 

 

우리가 타인의 성질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그 사람이 어떤 성질을 드러낼지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물론 사람들이 증오 집단에 부정적 이미지를 품는다고 해서, 실제로 그 집단이 증오받아 마땅한 특질을 발달시켜 우리의 나쁜 예측이 맞다는 걸 확인해주는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부정적 의견에 대한 어느 정도의 부정적 반사작용이 있을 가능성은 있다. 따라서 이 상호작용이 멈추지 않는 한 집단 간의 사회적 거리를 점점 벌어지게 하고 편견의 토양을 탄탄하게 만드는 데 기여할 악순환이 확립된다. - 9장 방어 기제ㆍ264쪽 

 

 

왜, 어떤 집단이 편견의 희생양이 되는가? 

한 사회에서 지배적 다수 집단에 의해 편견의 대상이 되어 차별 대우를 받고 모욕당하는 소수 집단을 ‘희생양’이라 부른다. 올포트는 희생양 선택과 희생양 만들기에 관련된 심리적 과정을 여러 장에 걸쳐 자세히 살펴본다.  

 

희생양이라는 용어는 <레위기>에 묘사된 히브리인의 유명한 의례에서 유래했다. …… 여기에 관련된 사고 유형은 흔히 볼 수 있는 것이다. 죄와 불행이 다른 사람에게 옮겨질 수 있다는 이런 생각은 태곳적부터 있었다. 애니미즘적 사고는 정신적인 것과 물리적인 것을 혼동한다. 만약 나무 한 짐이 옮겨질 수 있다면, 어째서 슬픔 한 짐이나 죄악 한 짐은 안 된단 말인가? 오늘날 이런 정신 과정에는 투사라는 이름을 붙이곤 한다. 우리는 내 안에 존재하는 공포, 분노, 욕망을 다른 사람에게서 본다. 나의 불행에 책임이 있는 사람은 나 자신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다. 일상적으로 쓰이는 ‘대신 매 맞는 소년’, ‘개한테 화풀이하기’, ‘희생양’ 같은 표현에서 사람들이 인간의 이런 약점을 인지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 15장 희생양 선택ㆍ389쪽 

 

빨갱이 희생양 만들기의 두드러진 특징은 바로 기름 얼룩 효과다. 주제가 무엇이건 상관없이, 반대되는 가치관을 지니고 있다고 의심되는 사람 혹은 그런 이유로 반감을 산 사람은 거의 다 공산주의자로 불린다. 특히 진보적이거나 노동자 친화적인 사람들, 관용적 견해를 옹호하는 사람들, 심지어 공산주의와 빨갱이 희생양 만들기의 두드러진 특징은 바로 기름 얼룩 효과다. 주제가 무엇이건 상관없이, 반대되는 가치관을 지니고 있다고 의심되는 사람 혹은 그런 이유로 반감을 산 사람은 거의 다 공산주의자로 불린다.  공산주의 정책을 분석하는 사람들마저 공산주의자 취급을 당한다. - 15장 희생양 선택ㆍ408쪽 

 

 

함께 일하고, 이웃에서 어울려 살면 편견이 줄어들까? 

- 적개심을 줄이는 접촉의 조건  

올포트는 이 책에서 집단 간 접촉에 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함으로써 편견 연구에 크게 기여했다. 이전까지는 집단 간의 접촉은 편견과 갈등을 키울 위험이 있다고 믿는 연구자가 많았다. 이와 달리 올포트는 어떤 집단이 다른 인종이나 민족 집단의 구성원과 더 많이 접촉할수록 그 집단에 대한 편견을 훨씬 덜 지니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흑백 분리 정책은 오히려 흑인에 대한 편견을 강화할 뿐이며, 분리를 철폐하는 것이 인종 간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된다. 실제로 1950년대와 1960년대에 시민권 운동과 반차별 법안 제정에 공헌한 사회과학자들 가운에 많은 사람이 올포트의 접촉 가설을 이용해 자신들의 견해를 뒷받침했다. 

 

많은 소수 집단에게 분산은 쉬운 일이 아니다. 경제적ㆍ사회적 이유 때문에 특정한 나라나 지역에서 온 이민자들은 서로 뭉쳐 사는 경우가 많다. 북부 도시로 이주한 흑인들은 흑인 인구가 이미 조밀한 구역에서만 거처를 구할 수 있다. - 14장 사회 구조와 문화 유형ㆍ366쪽 

 

만일 한 집단이(보통 흑인이다) 과밀화된 슬럼 지역으로 어쩔 수 없이 들어간다면, 질병과 범죄 발생률이 높아질 것이다. 분리로 인해 빈곤 지역이 형성된다는 사실이, 흑인은 본래 범죄를 저지르기 쉽고 불건전하며 부동산 가치를 떨어뜨리기 십상이라는 고정관념의 주된 원인일 수 있다. 주거 분리 정책 때문에 벌어진 일이 부당하게도 인종 탓이 된 것이다. - 16장 접촉의 효과ㆍ427∼428쪽 

 

더 나아가 올포트는 접촉의 성질에 주목했다. 여러 조사와 연구에 따르면, 접촉이 실제 편견 감소로 이어지는 데는 집단 간 상호작용을 촉진하는 상황적 조건이 중요하다. 

 

동등한 지위의 흑인과 직업적으로 접촉하는 것이 편견을 줄이는 경향이 있다. 직업상 자기보다 지위가 높은 흑인들을 아는 것도 편견 해소에 도움이 된다. 마찰을 최소한으로 줄이면서 흑인을 고용하려면, 최고위급 경영진에서 차별 철폐에 앞장서는 것이 현명해 보인다. 마찬가지로 정책을 확고하게 밀고 나가야 정책 도입 초기에 발생하는 저항을 상쇄할 수 있다. - 16장 접촉의 효과ㆍ437∼438쪽 

 

(개인의 성격 구조 안에 깊이 뿌리내린 것이 아닌 한) 편견은 다수 집단과 소수 집단이 공동의 목표를 추구하면서 동등한 지위에서 접촉할 때 감소할 수 있다. 만일 그 접촉이 제도적 지원(법률, 관습, 지역의 분위기)을 통해 승인된 것이라면, 그리고 두 집단의 구성원들로 하여금 자신들이 공동의 이해관계와 공통된 인간성을 지니고 있음을 지각하도록 이끄는 것이라면 편견 감소 효과는 더욱 커질 것이다. - 16장 접촉의 효과ㆍ445쪽 

 

 

“내 가장 친한 친구 몇 명은 유대인이야, 하지만 유대인은…”

- 편견을 방어하고 합리화하는 장치 

편견이나 차별의 문제를 제기했을 때 사람들은 흔히 자신의 편견을 부인한다. 편견을 인정하는 것은 곧 자신이 비합리적이고 비윤리적인 존재라고 고발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심지어 다른 사람이 보기엔 편견으로 가득 찬 사람들까지 “나는 편견이 없어요.”라고 말하곤 한다. 여성에 대한 편견을 지닌 남성이 자신은 어머니를 깊이 사랑하고 여자 친구도 많기 때문에 여성 혐오와 상관없다고 주장하는 경우를 떠올릴 수 있다. 편견 때문에 내적 갈등에 빠지는 곤경에서 벗어나기 위해 심리적으로 억압, 방어, 타협 등 다양한 방법이 동원되곤 한다. 

 

자신의 편견을 보강하고, 그럼으로써 윤리적 가치와 충돌할 때 편견을 보호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유리한 ‘증거’를 나열하는 것이다. 여기서 선택적 지각이 도움이 된다. 이를테면 편견을 지닌 사람은 흑인의 부정직함이나 유대인의 야비함에 관련된 사건들을 줄줄이 이야기한다. 그는 이탈리아 갱단의 전체 목록을 입에 올리거나, 로마가톨릭 성직자들의 온갖 비민주적인 견해들을 읊어댄다. 그는 이런 증거가 결정적이라고 스스로 굳게 믿는다. …… 이미 형성된 가설을 확증하기 위한 선택적 지각은 가장 흔한 방어적 합리화 형식이다. - 20장 내적 갈등의 해결ㆍ530쪽

 

“내 가장 친한 친구 몇몇은 유대인이야. 하지만…….” “교양 있고 진보적인 가톨릭교도를 몇 명 알기는 해. 하지만…….” 이 장치를 예외 만들기에 의한 합리화라고 부를 수 있다. 몇 가지 예외를 만든다면, 해당 범주에서 나머지 부분을 고스란히 편견 어린 눈으로 보는 일을 정당화할 수 있다. …… 만약 누군가 어떤 집단 안에 좋은 친구들이 있다면, 그 집단의 나머지 구성원들에 대해 그가 품은 부정적 견해는 도저히 편견에서 비롯된 것일 수 없게 된다. 그의 견해는 심사숙고하고 구별한 끝에 내린 판단처럼 보인다. - 20장 내적 갈등의 해결ㆍ532쪽

 

 

“당신은 속고 있다! 재앙이 코앞에 다가와 있다!” 

- 편견을 먹고사는 선동가와 그의 추종자들  

역사상 많은 정치 선동가들이 지배 집단과 다른 인종이나 민족 집단, 다른 이념을 지닌 집단에 대한 편견을 이용했다. 이 책에서 올포트는 민주적 이상과 가치를 공격하고 대중의 관심을 진짜 쟁점에서 가짜 쟁점으로 돌려 이득을 취하는 선동가들과 그들의 선동 방식을 자세히 보여준다. 선동가들은 대중 연설과 팸플릿에서 하나같이 이렇게 주장한다.(646~648쪽) “당신은 속고 있다.” “현 정부는 부패했다.” “재앙이 코앞에 다가와 있다.” “우리를 위협하는 음모가 널리 퍼져 있다.” “나는 당신을 위해 희생하는 순교자다.” 이런 주장은 지금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다. 공포와 불안을 이용하는 선동가에게 가장 열렬히 응답하는 부류는 편견적 성격을 지닌 사람들이다. 

 

선동가들이 번성하는 이유는 권위주의적 성격 유형의 사람들에게 그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선동가의 동기가 이타적인 것은 아니다. 그들의 속셈은 따로 있다. 많은 경우 민중 선동은 수지맞는 갈취 수단이다. 회비와 선물, 셔츠나 다른 상징물 구입 덕분에 선동 단체의 지도자들은 풍족하게 살 수 있다. 이런 수법으로 소소하게 돈을 모을 수 있는데, 부실 운영이나 법적 분쟁, 새로운 것을 원하는 추종자들의 욕망 등으로 인해 운동이 실패로 끝날 무렵이면 꽤 많은 돈을 숨겨 두게 된다. - 26장 선동가는 누구인가?ㆍ655쪽 

 

선동가들은 대중 사이에 대규모의 불안이 존재하지 않는 한 성공할 수 없다. 만약 선동가가 자신의 추종자로 삼고자 하는 사람들이 내적 안정과 성숙한 자아 발달을 이룬 사람들이라면 선동은 실패한다. 그러나 보통은 선동가들의 노력이 보상받을 만큼 많은 잠재적 추종자들이 존재한다. 선동가에겐 대중이 반드시 필요하다. 선동가가 없을 때 대중은 흥분해 불타오를 가능성이 크지 않다. - 26장 선동가는 누구인가?ㆍ657쪽 

 

 

법이 편견에 영향을 끼칠 수 있을까?

- 집단 간 관계 개선과 입법의 효과 

이 책 8부에서 올포트는 입법, 정규 교육, 대중매체, 접촉과 친분 쌓기, 개인 심리 치료 등 편견을 줄이고 집단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여러 방안을 과학적으로 검토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입법을 통한 교정 방안에 많은 지면을 할애한다. “법은, 그것이 집행된다면 차별에 맞서는 전투에서 날카로운 무기가 될 수 있다.” 올포트는 차별을 규제하는 입법 조치로 집단 간 갈등을 줄일 수 없다고 보는 반대 입장도 충실히 소개한다. 반대자들은 ‘법은 원인이 아니라 증상을 공격할 뿐이다, 소수자에게 동등한 대우를 보장하는 법을 강제한다고 해서 사람들의 마음을 바꾸지는 못한다, 그런 법은 오히려 대중의 감각을 거스르기 쉽다’ 같은 주장을 내놓는다. 그러나 올포트는 이런 주장에 대한 훌륭한 반론을 증거와 함께 제기한다. 

 

어지간히 많은 사람들이 지지하지 않는 한, 그 법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은 옳다. 하지만 사회적 관행이 언제나 국가의 방식보다 앞선다는 말은 잘못이다. 남부에서 짐 크로 법은 사회적 관행을 양산했다. 이와 비슷하게, 우리는 공정고용실행위원회 법이 공장과 백화점에서 새로운 사회적 관행을 빠르게 탄생시키는 것을 보았다. 지난 수십 년간 흑인, 멕시코인, 유대인을 배척해 온 직업들이 겨우 몇 주 만에 그들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였다. - 29장 법의 역할ㆍ731쪽

 

흔히 교육을 통해 교정 입법의 길을 열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진술은 어느 정도는 의심할 바 없이 참이다. 토론, 공청회, 각성한 유권자, 이 모든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그런 초기 작업이 완료되고 나면 이제는 법이 곧 교육이 된다. 대중은 미리 전향자가 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기정사실이 그들을 바꾼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흥분을 가라앉히고 난 후에는 선거나 입법의 결과를 오히려 기꺼이 받아들인다는 것은 잘 알려진 심리학적 사실이다. - 29장 법의 역할ㆍ731∼732쪽

 

교정 입법을 옹호하는 마지막 주장은 법에 악순환을 깨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집단 간 관계가 나쁠 때 그런 관계는 더 악화되는 경향이 있다. 평등한 고용 기회, 평등한 교육 기회, 건강과 성장에 필요한 시설의 평등한 사용권을 박탈당한 흑인은 열등한 지위로 내려앉는다. 그는 그렇게 해서 더 하등 인간으로 취급당하며 경멸적인 대우를 받는다. 따라서 그에게 주어지는 기회는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그의 상황은 더 나빠진다. 개인의 노력이나 배움도 이렇게 악화되어 가는 혼돈 상황을 타파할 수는 없다. 오로지 강력한, 공적으로 지지받는 법만이 그렇게 할 수 있다. 주거, 건강, 교육, 고용 등을 개선하는 선순환을 시작하려면 경찰력이 필요할 수도 있다. - 29장 법의 역할ㆍ733쪽 

 

법은 생각을 강요할 수도 없고 주관적인 관용을 주입할 수도 없다. 결국 법이 전하는 메시지는 이렇다. “당신의 태도와 편견은 오직 당신만의 것이다. 그러나 당신은 그것을 동료 시민의 생명이나 생활이나 마음의 평화를 위태롭게 할 정도로 실행에 옮겨서는 안 된다.” 법은 오로지 외부로 표현되는 불관용을 통제하는 데 목표를 둔다. 하지만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외적 행위는 내면의 사고 습관과 감정에 궁극적으로 영향을 끼친다. 바로 이런 이유에서 우리는 입법 조치를 공적인 차별만이 아니라 사적인 편견까지 감소시키는 주된 수단 중 하나로 포함시킨다. - 29장 법의 역할ㆍ740쪽 

 

 

 

지은이 ㆍ 옮긴이

 

 

고든 올포트 (Gordon Willard Allport, 1897~1967)

미국의 심리학자. 성격심리학 분야의 선구자이자 편견 이론의 권위자로서 학계와 사회에 큰 영향을 끼쳤다. 하버드대학에서 철학과 경제학을 공부했고, 1922년 같은 대학에서 심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30년부터 1967년 사망할 때까지 하버드대학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개인의 성격과 사회 문제를 연구했다. 1939년 미국심리학회 회장을 지냈으며, 1963년에는 연구 성과를 인정받아 미국심리학재단에서 금메달을 받았고, 이듬해에는 미국심리학회 우수과학공헌상을 수상했다. 대표 저서로 《편견》(1954), 《성격: 심리학적 해석(Personality: A Psychological Interpretation)》(1937), 《성격의 유형과 성장(Patternand Growth in Personality)》(1961) 등이 있다. 특히 《편견》은 편견 이론의 틀을 세운 고전적 저작이며 사회과학 내에서는 논쟁의 여지 없이 편견에 관한 최고의 책으로 인정받고 있다.

 

석기용 

서강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언어철학을 전공하여 박사 학위를 받았다. 여러 대학에서 강의하였고 현재는 인하대학교에서 철학을 가르치고 있다. 다수의 전문 철학서와 교양 인문서를 번역했다. 옮긴 책으로 《좌절의 기술》 《난파된 정신》 《그리고 나는 스토아주의자가 되었다》 《비트겐슈타인과 정신분석》 《과학의 미래》 《철학으로 읽는 괴테 니체 바그너》 《비트겐슈타인과 세기말 빈》 《삶의 품격에 대하여》 《스피노자는 왜 라이프니츠를 몰래 만났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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