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하는 번역 _ 김선희
처음 번역을 시작한다면 알아야 할
‘어린이책 번역 세계의 모든 것’
어떻게 하면 번역가가 될 수 있을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무엇을 공부해야 할까?
3백여 권의 책을 우리말로 옮기고 60여 명의 번역가를 길러낸
베테랑 번역가가 안내하는 ‘최소한의 번역 공부’
번역가를 꿈꾸거나 이제 막 번역 일을 시작한 이들은 진입 장벽이 낮아 보이는 그림책과 어린이책에 도전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외국어를 잘하는 것과 우리말로 글을 옮기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라 둘 사이에서 혼란을 겪거나, 어린이책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해 실수를 범하곤 한다. 외국어는 잘 아는데 번역은 왜 어렵기만 할까? 어떻게 하면 초보 번역가에서 전문 번역가로 성장할 수 있을까? 그림책과 어린이책을 바르게 옮기려면 어떤 능력이 필요한 걸까?
《공감하는 번역》은 어린이책 번역이라는 낯선 세계에 첫발을 내디딘 이들에게 주는 생생하고 명쾌한 실전 안내서다. 20년 넘게 번역 최전선에서 뛰어온 어린이책 전문 번역가인 저자가 책과 강의실을 오가며 갈고닦은 경험을 이 책에 모두 담았다. 저자는 심오한 번역 이론은 제쳐두고, 초보자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번역 원칙을 제시하며, 어린 독자의 눈높이에 닿는 표현의 감각과 기술을 차근차근 들려준다. 간결한 주어 만들기, 전달력을 높이는 문장 나누기, 입말을 살리는 소리말·모양말 다루기, 말장난·유행어·신조어를 우리말답게 풀어내기 같은 번역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유용한 가르침이 풍부한 예문과 함께 알차게 정리돼 있다.
숨은 뜻부터 말맛, 리듬, 숨결까지 살리는 ‘공감의 번역’
번역가가 친절하면 독자가 편해진다!
《드래곤 길들이기》 《윔피 키드》 《베서니와 괴물》 시리즈, 《마지막 이야기 전달자》 《문제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등 국내 독자들에게 꾸준히 사랑받는 어린이책들을 옮겨 온 베테랑 번역가이자, 15년 넘게 어린이책과 그림책 번역에 대해 가르쳐 온 ‘번역가들의 멘토’ 김선희 번역가가 자신만의 번역 노하우를 담은 실전 지침서를 펴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번역이란 결국 ‘공감하는 일’이라고 강조한다. 번역가라면 글의 의미와 형식을 헤아리는 것은 물론이고, 그 안에 숨은 맥락과 문화에도 적절히 반응해야 한다. ‘원문에 충실해야 한다’는 이유로 ‘단어 대 단어’ ‘문법 중심’의 번역에 강박적으로 매달리면, 우리말이 어색해지고 독자가 이해하지 못하는 암호문을 만들 수 있다. 이 책은 이런 시행착오를 줄이고 바른 번역을 위해 우리말 표현 능력을 기를 수 있는 다양한 공부법을 안내한다. 번역가 지망생부터 초보 번역가, 어린이책을 만드는 편집자에게 딱 맞는 책이다.
“그림책과 어린이책으로 번역을 시작하면 좋은 이유 중 하나는,
번역자가 쉽사리 ‘문법 번역식’으로 텍스트에 접근하지 않게 된다는 점일 듯합니다.
대상 독자를 염두에 두면 맥락과 의미에 집중하게 되고
자연스레 ‘품사 유지 강박’에서도 벗어나게 되거든요.
더불어 어린이를 위한 바람직하고 모범이 될 만한 표현을 고민하는
기본에 충실한 번역을 하게 되고요.” _프롤로그
그림책과 어린이책으로
번역을 시작하는 이들을 위한 실전 지침서
‘게으른’ 번역에서 ‘능동적’ 번역으로
이 책은 번역 입문자들이 가장 먼저, 가장 많이 도전하는 장르인 ‘그림책’에서 시작한다. 그림책은 짧고 단순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시적 함축과 시각적 조화, 낭독의 리듬까지 고려해야 하기에 섬세한 접근이 필수다. 저자는 그림책만의 고유한 특징을 차근차근 짚어 가며, 초보 번역가들이 반드시 익혀야 할 번역의 기본기를 체계적으로 정리한다. 단어나 문법 해석에만 치중하는 번역은 ‘원문 충실’이라는 착각에 빠진 게으른 번역에 불과하다. 이 책은 ‘의사소통 중심’의 능동적 번역을 지향하며, 번역 투를 탈피하기 위한 ‘최소한의’ 우리말 지식, 화법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요령, 그림책 특유의 반복성을 효과적으로 살리는 다채로운 기법 등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번역에도 공감의 기술이 필요하다
숙련된 번역가로서 저자는 동화부터 판타지 소설, 그래픽노블, 실용서, 고전 문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어린이책의 장르별 번역 전략을 제시한다. 나아가 이러한 전략들이 어린 독자의 이해와 몰입으로 어떻게 이어지는지 깊이 들여다본다. 좋은 번역가는 단순히 언어 해석자가 아니라, 아이의 시선에서 이야기를 풀어내는 안내자이자 문화적 장벽을 넘어 이해의 문턱을 낮추는 중재자다. 어린 독자가 혼란스럽지 않도록 주어를 글머리에 배치하고, 긴 수식어는 입말에 따라 적절하게 끊어주고, 모호한 대명사(그/그녀/그들)는 분명한 관계어(엄마/언니/선배)로, 외국의 낯선 단위(마일/파운드)는 우리에게 친숙한 표현으로 바꾸는 등의 감각이 필요하다. 저자는 어린 독자에 대한 공감을 잃지 않는 태도가 번역의 품격을 어떻게 높이는지 생생한 사례를 통해 선명하게 보여준다.
전문 번역가로 성장하기 위한 길잡이
이 책 전반에는 전문 번역가로 발돋움하는 데 필요한 실질적인 조언이 빼곡히 담겨 있다. 저자는 자신의 오역 사례들을 솔직하게 털어놓으며 스펠링 오독, 고유명사를 일반명사처럼 번역하는 오류, 문화적 배경지식이 부족해 발생하는 오해 등 번역가라면 누구나 겪는 실수의 유형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다. 또한 작은 전치사 하나, 문장 부호 하나까지 세심히 살피는 섬세함의 숙련을 강조하고, 어문 규정과 외래어표기법 등을 꾸준히 공부해야 하는 이유를 설득력 있게 풀어낸다. 영한‧영영 사전과 AI 번역기의 활용법부터 출판 과정에서 발생하는 편집자와의 소통 문제와 대처법까지, 20년 현장 번역가의 지혜가 가득 담겨 있는 책이다.
원문에 충실하다는 착각
대명사와 소유대명사를 곧이곧대로 다 옮기는 글이 원문에 충실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초보 번역자들이 오해하는 것 중 하나이고, 혹자는 이것을 과잉 번역, 원문 충실의 과욕이라고 부르기도 해요. 문법 요소를 하나도 빼놓지 않고 그대로 표기하는 것은 영어식 문장 구조와 한국어식 문장 구조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해서 발생하는 흔한 오류입니다. _22쪽
문법 중심에서 의사소통 중심으로
문법 번역식은 말 그대로 문법 형식을 그대로 옮기는 방식이어서 명사는 명사로, 형용사는 형용사로 옮기는 것인데, 번역학에서는 흔히들 직역, 축자역, 단어 대 단어식 번역을 가리킵니다. … 반면 의사소통 중심의 번역은 화자의 의도를 파악하는 게 우선 목표입니다. 이 말을 왜 하는지, 의도를 먼저 생각하는 것이지요. _27쪽
입말이 살아 있는 그림책
왜 소리말, 모양말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라는 것일까요? 대부분의 소리말, 모양말은 모음 조화의 성질을 갖추고 있어요. 모음이 조화로우면 입으로 소리 내어 말할 때 부드럽고 매끄럽다는 장점이 있고요, 더불어 눈에 보일 듯 선명하게, 즉 언어의 시각화에 도움이 되어 더 오랫동안 기억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물론 과용하면 “오글거린다”, “너무 유치하다”는 혹평을 듣기도 하니, 당연히 적절한 사용이 필요할 거예요. _40쪽
어린이책의 어린 독자
어린이책을 번역할 때는 먼저 장르의 특수성을 파악하고 대상 독자의 연령을 파악하는 게 좋습니다. 성인책에 비해 대상 독자의 분류가 촘촘해서 초등 저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책과 초등 고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책은 표현하는 언어가 달라질 수밖에 없거든요. 번역은 등가의 표현을 찾아서 작품의 내용과 문체를 옮기는 일이며, 동시에 한 작가의 작품과 그 작품 속에 깃든 문화도 오해 없이 독자에게 전달하는 일입니다. 어린이책 번역가 역시 이 모든 역할을 수행하며, 아름다운 우리말을 살려서 어린이에게 바른 말, 바른 표현, 바른 정보, 바른 지식을 전달할 의무도 따라야 합니다. _73~74쪽
대명사를 관계어로 바꾸기
저 역시 어린이책은 물론이고 청소년책이나 성인책을 번역할 때도 가능하면 대명사(그녀는/그의/그들의 등)를 사용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아직 주의력이 부족한 어린 독자는 ‘그’가 누구인지 곧잘 놓쳐버리고 말아서, 책 내용에 집중할 수 있도록 콕 집어 밝혀주는 편이 좋아요. 대명사를 대체할 표현은 한국어에 상당히 풍부하기에, 대명사를 기계적으로 남겨 두면 자칫 게으른 번역으로 보이기도 해요. _77쪽
‘그녀’ 번역하기
‘그녀’는 요즈음 사람들 사이에서 자주 언급되는 ‘성평등’과 ‘성중립’ 분위기와도 맞지 않아서 언론사나 공공 기관에서도 잘 사용하지 않습니다. … 여의사, 여선생, 여배우같이 특정 ‘성’이 강조되는 표현은 시대와 맞지 않는다는 것이 여러 분야, 여러 사람들의 의견이기에 번역어를 선택할 때도 주의가 필요합니다. 그렇다고 ‘그녀’를 무조건 ‘그’로 옮겨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도 결국은 대명사이니까요. _80, 84쪽
큰머리 주어를 피해야 하는 이유
Pax canted toward the scent and found the warren.팍스는 그 냄새를 쫓아가서 토끼굴을 찾아냈다. → 냄새를 쫓아가던 팍스가 토끼굴을 찾아냈다.
습관적으로 큰머리 주어를 자주 사용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주어를 무겁게 꾸미는 스타일의 글이 조금 더 멋있어 보이고 매끄럽다고 여기는 개인적인 취향, 선호에서 비롯됐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자연스럽고 매끄럽다는 생각도 굉장히 주관적인 견해입니다. 어린이책에서 주어는 글머리에 배치해야 안정적인 문장이 되어 독자가 내용에 좀 더 집중할 수 있을 거예요. 큰머리 주어 문장은 문장과 문장 사이 서로 밀접한 관련이 있을 때 쓰입니다. _86쪽
문체를 어떻게 느낄 수 있을까요?
독자는 작품의 문체를 어떻게 느낄 수 있을까요? … 사람마다 자주 사용하는 말투가 있듯이 저자마다 자주 사용하는 글투, 또는 자기 나름대로 고유의 의미를 담아 사용하는 단어가 있습니다. 한 편의 시와 같은 그림책에 운율이 있는 것처럼, 자유롭게 쓴 것처럼 보이는 글에도 저자는 의도적으로 구나 절의 반복, 문장의 대구, 수미상관과 같은 호응을 이용하기도 해요. 이런 것들이 모여 자연스레 저자의 ‘writing style(문체)’이 이루어질 거예요. 그런 세세한 요소를 소홀히 보지 않고 번역문에도 가능한 살려주는 것이 저는 훌륭한 번역이라고 생각합니다. _119쪽
번역에도 유통 기한이 있다
저는 번역에도 유통 기한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세월이 흘러 새로운 번역이 필요한 이유 중 하나는 어문 규정, 즉 한글맞춤법, 표준어 규정 등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또 언어 문화도 나이를 먹어 사라지기도 하고, 새로운 문화가 등장하기도 해요. 고전 작품에는 성인지감수성이라든가 성평등, 사회적 약자(여성, 장애인, 어린이, 유색인)에 대한 인식과 배려가 부족한 경우가 흔히 나타납니다. _169쪽
오역의 유형들
선입견이 작용하여 핼러윈이라고 하니 nightmare가 제게 먼저 떠올랐나 봅니다. 원문에는 분명히 nighttime이라고 되어 있는데요. 이렇듯 스펠링이 비슷하여 잘못 보고 발생하는 오역이 의외로 많았어요. … 안타깝게도 고유명사의 대문자를 독해해서 발생하는 오역도 적지 않습니다. 어떻게 이런 오역을 할까 싶은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번역자들은 대개 영어로 된 글을 보면 본능적으로 독해하려는 성향이 있거든요. 그러니 고유명사까지도 번역을 하곤 합니다. _193, 195쪽
편집의 배신
개인적으로 저는 번역자의 결을 유지하며 오역이라든가 비문을 찾아 바르게 고치는 편집을 좋아합니다. 언어를 공부하는 이들 사이에서는 문법 번역식보다는 맥락 중심의 번역글을 높이 평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내가 물로 보이니?”라는 문장을 글자 그대로 옮기는 것보다는 “I was not born yesterday.” 또는 “Do I look like a pushover(호구)?” 등으로 번역하는 것에 칭찬을 보내곤 하거든요. 저 역시 번역은 맥락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동안 제가 경험한 출판사나 편집자 중에는 오히려 문법 번역식을 선호하며, 이를 ‘원문에 충실한’ 것으로 이해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_208~209쪽
번역체도 문체가 될 수 있을까?
어쩌면 문법 번역식으로 옮기는 게 맥락 중심보다 훨씬 수월할 수도 있을 겁니다. 맥락 중심으로 옮기려면 번역자는 한 번 더 생각해야 하거든요. 문법 번역식이 훨씬 쉽고 시간도 덜 걸리는 길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맥락 중심으로 옮기는 번역자들이 꽤 많습니다. 번역체 문장은 한국어에서는 가독성이 떨어지고 비문을 생산할 확률이 높지만, 적지 않은 이들이 살짝 불편하고 낯설기에 문학적인 것 같다고도 이야기합니다. 그것이 아마 문법 번역식 문장의 장점이라면 장점이 될 수도 있을 거예요. 그러나 매번 비슷한 패턴의 영어식 문장이 나열되면 금세 식상해지고 고루한 문장이 되고 맙니다. _229쪽
김선희
어린이책 전문 번역가. 한국외대를 졸업하고 직장 생활을 하다가 2002년 번역 공부를 시작해 2004년부터 번역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아동서부터 성인 도서까지 다양한 연령층을 대상으로 한, 여러 장르의 책을 우리말로 옮겼으며, 특히 그림책과 어린이책을 꾸준히 번역해 왔다. 2007년 뮌헨 국제청소년도서관 프로그램 참여가 계기가 돼 ‘한국어 교육’에 관심을 품게 되었고, 이후 대학원에 진학해 한국어 교육을 공부하고 한양대 국제교육원에서 7년 동안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쳤다. 2009년부터 지금까지 한겨레 교육문화센터에서 ‘어린이책 번역 작가 과정’ 수업을 이끌고 있으며, 2021년부터 ‘김선희’s 언택트 번역 교실’도 운영하고 있다.
《드래곤 길들이기》 《멀린》 《윔피 키드》 《구스범스》 시리즈와 《문제아》 《마지막 이야기 전달자》 《팍스》 《킨포크 트래블》을 비롯해 3백여 권의 책을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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