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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과 자유를 향한 끝없는 투쟁의 기록,
‘구약성서’를 지금 우리의 눈으로 다시 읽는다!
천지 창조에서 유대 민족의 탄생까지, 아담과 하와에서 모세까지
성서의 주요 사건과 인물을 한눈에 읽는다!
《교양으로 읽는 구약성서1》은 ‘태초에’ 천지만물이 생겨난 순간부터 대홍수를 거쳐 이스라엘의 뿌리가 된 아브라함과 유대인의 이집트 탈출을 이끈 모세에 이르기까지 구약성서 속 주요 사건과 인물들을 따라, 누구나 쉽게 구약성서를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쓴 책이다.
성서는 비약과 생략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에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저자는 성서 읽기를 어렵게 하는 성서의 빈틈을 폭넓은 신학적 지식, 인문학적 교양, 문학적 상상력으로 메우고 해석하여 이면에 숨겨진 의미를 명료하게 드러낸다. 또한 뛰어난 내면 묘사로 성서 속 인물들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마치 한 편의 소설을 읽는 듯 역동적이고 생동감이 넘친다. 여기에 구약성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메소포타미아에서 이스라엘이 노예 생활을 한 이집트, 유대 민족의 탄생 무대인 시나이 반도,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팔레스타인)에 이르기까지 고대 근동의 정치적․지리적 상황과 신화, 종교, 관습 등 문화에 관한 정보를 더해 머릿속으로만 상상해 왔던 성서의 세계를 독자의 눈앞에 생생하게 펼쳐놓는다. 이 책은 서양 문화의 뿌리가 된 고전으로서 구약성서를 읽으려는 일반인과 구약성서를 처음 접하는 종교인 모두에게 훌륭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
유대교, 그리스도교, 이슬람교의 성스러운 책이자
서구 문명의 뿌리가 된 인류 문화의 고전!
《교양으로 읽는 구약성서》 첫 권인 ‘모세오경과 유대인의 탄생’은 구약성서 중에서도 흔히 ‘모세 오경’이라 부르는 <창세기> <출애굽기> <레위기> <민수기> <신명기> 다섯 권의 책을 다룬다. 구약성서는 종교 경전이기 이전에 유대 민족의 역사이며, 나아가 수천 년 전 인류 문명을 담은 경이로운 기록이다. 예를 들어 에덴 동산의 생명나무를 지키는 하느님의 심부름꾼 ‘케루빔’은 바빌로니아의 ‘쿠리부’나 이집트의 ‘스핑크스’와 유사한 존재이며, 이 이야기를 통해 신을 보좌하는 수호신이 있다는 믿음이 고대 어느 곳에서나 존재했던 사고방식임을 알 수 있다. 또 하늘에 닿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에 분노한 하느님이 인간의 언어를 혼란스럽게 함으로써 인간이 뿔뿔이 흩어졌다는 바벨탑 이야기에서는 인간 삶에서 ‘언어’가 지니는 중요성, 즉 소통에 관한 고대인들의 인식을 읽을 수 있다.
구약성서 속 인간은 타인을 배려하는 선함과 고난을 극복하는 의지를 지닌 긍정적 존재이면서 동시에 오만과 탐욕에 눈멀고 거짓과 배반을 일삼는 존재이기도 하다. 아버지를 속여 장자의 축복을 가로챈 야곱, 노예로 팔려갔다가 이집트의 재상이 되는 ‘꿈꾸는 소년’ 요셉, 살인을 저지르고 도망자로 숨어 살다가 위대한 지도자가 되는 모세까지 구약성서는 파란만장한 인간 드라마로 가득하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구약성서는 위대한 문학 텍스트이자 인문학 텍스트로서 굳건히 고전의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구약성서에서 길어 올린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을 만나보자.
수천 년 인류의 역사와 지혜가 집약된 위대한 고전,
구약성서가 인문 교양서로 다시 태어났다!
오늘날 구약성서를 고전의 반열에 올리기를 망설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하지만 ‘고전으로서 성서’를 읽으려다 비유와 상징으로 가득한 성서의 낯선 언어와 옛 말투의 생경함 탓에 책장을 덮어버리는 사람들이 상당수인 것 또한 사실이다. 구약성서는 유대인 특유의 언어와 문화와 종교를 바탕으로 쓰였기 때문에 종교인조차 그 행간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저자는 성서 읽기를 어렵게 하는 장벽들을 신학적 지식과 인문학적 교양이라는 도구로 무장하고 솜씨 좋게 넘어선다. 특히 인물들의 심리를 꿰뚫는 저자의 문학적 상상력은 구약성서를 한 편의 재미있는 ‘이야기’로 재탄생시켰다.
《교양으로 읽는 구약성서》는 1권 ‘모세오경과 유대인의 탄생’, 2권 ‘역사서와 왕들의 시대’(근간), 3권 ‘예언서와 고난의 시대’(근간)로 구성된다. 저자는 3년에 걸쳐 200자 원고지 3,700장 안에 구약성서의 세계를 고스란히 담아냈다. 이번에 소개하는 시리즈 첫 번째 책 《교양으로 읽는 구약성서1 - 모세오경과 유대인의 탄생》은 우주의 창조와 인류의 기원을 담은 <창세기>, 이스라엘 민족의 이집트 탈출과 40년의 광야 생활을 다룬 <출애굽기>와 <민수기>, 이스라엘의 종교 의식, 예배, 일상생활 속에서 지켜야 하는 율법을 규정한 <레위기>와 <신명기> 세 부분으로 나뉜다.
저자는 성서를 글자 그대로 믿고 절대시하는 축자주의적 해석에서 벗어나 구약성서를 유대교와 기독교의 기원이 담긴 책이자 유대인의 역사서로 바라보는 데서 출발한다. 독자들은 이 책에서 단순한 종교의 경전이 아니라, 수많은 주변 민족과 경쟁하면서 자신들의 역사를 세운 이스라엘 민족의 저항과 투쟁의 드라마를 만나게 될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특히 구약성서에 드러난 이스라엘의 초기 역사는 수메르와 가나안의 신화와 종교 체계와의 싸움이었다. “이스라엘 역사는 국가의 역사라기보다는 종교와 문화 투쟁사라는 측면이 더 강하다. 야훼 종교와 바알 종교 사이의 기나긴 투쟁사가 이스라엘 역사 내내 지속된 긴장과 투쟁, 발전과 번영, 쇠락과 패배와 멸망으로 가득한 고난의 역사를 형성했다.”(16쪽)
이 책에서 또 다른 주목할 점은, 지나치게 종교적이고 비신자가 이해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구약성서를 소개하는 다른 책들에서 거의 다루지 않는 <레위기>와 <신명기>를 꼼꼼히 들여다본다는 점이다. 저자는 율법과 예배 의식을 다룬 항목에서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비롯해 여러 숨은 의미를 읽어낸다. 이를테면, 먹어도 되는 음식과 먹으면 안 되는 음식을 규정한 대목에서 당시 가나안 지역의 동식물 분포와 그 속에 담긴 고대 이스라엘인들의 생태적 배려를 엿볼 수 있다. 또한 이스라엘의 이집트 탈출 경로를 비롯한 성서 인물들의 행적을 그린 지도와 다양한 삽화, 이스라엘 12지파의 가계도를 곁들여 독자들의 이해를 도왔다. ‘열 가지 재앙의 의미’, ‘십계명에 담긴 뜻’처럼 설명이 더 필요한 부분을 <깊이 읽기>라는 코너에서 별도로 다루어 인문교양적 깊이를 더했다.
아브라함, 야곱, 요셉, 모세…… 구약성서 속 인물들이
수천 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오늘 우리에게 말을 걸어 온다
저자는 구약성서에서 과거의 실수와 그로 인해 겪어야 했던 고난을 돌아보며 끊임없이 현재를 반성하는 이스라엘의 모습을 발견한다. 다음은 이스라엘의 헌법이라 할 수 있는 ‘십계명’의 전문(前文)이다. “너희 하느님은 나 야훼다. 바로 내가 너희를 이집트 땅 종살이하던 집에서 이끌어낸 하느님이다.” 여기에서 ‘이집트 땅 종살이하던 집’이란 말을 달리하면 “우리는 이집트의 노예였다!”라는 고백이다. 이스라엘은 십계명을 통해 매 순간 이 사실을 되새기며 조상들이 걸었던 고난의 길을 반복하지 않으려 마음을 다잡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아브라함, 야곱, 요셉, 모세에 이르기까지 ‘모세오경’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의 행적은 바로 이스라엘의 살아 있는 교훈이라 할 수 있다.
이스라엘 민족의 기원, 아브라함
이스라엘 민족은 유일신 신앙이나 ‘하느님’과 맺은 계약의 기원을 아브라함에게서 찾는다. 하란에서 살던 아브라함은 하느님의 부름을 받고 무작정 고향을 떠나 미지의 땅 가나안으로 향했다. 아브라함은 타락한 세상을 다시 에덴 동산처럼 행복하고 평화로운 곳으로 만들려는 하느님의 계획을 이룰 실행자로 선택받은 것이다.
“네 고향과 친척과 아비의 집을 떠나 내가 장차 보여줄 땅으로 가거라. 나는 너를 큰 민족이 되게 하리라. 너에게 복을 주어 네 이름을 떨치게 하리라. 네 이름은 남에게 복을 끼쳐주는 이름이 될 것이다. 너에게 복을 비는 사람에게는 내가 복을 내릴 것이며 너를 저주하는 사람에게는 저주를 내리리라. 세상 사람들이 네 덕을 입을 것이다.”(창세기 12:1~3) ― ‘아브라함’․70쪽에서
하느님의 명령은 얼핏 일방적인 선언으로 보이지만, 실은 쌍방의 의무와 권리가 담긴 계약의 형태이다. 저자는 아브라함이 ‘떠나서 가는 탈출(脫出)과 지향(指向)의 삶’을 실천할 때에 하느님의 보호와 복을 받을 권리를 얻는다는 데 주목한다. “‘떠나다’라는 말은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유목민(nomad)의 삶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본질적인 의미는 언제나 토지, 권력, 재산, 명예, 안전, 자식 따위의 욕심을 일체 끊어버리는 내적 결단의 삶이라 할 수 있다.”(72~73쪽) 이러한 탈-향의 삶은 구약성서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이자, 후에는 이스라엘 민족의 사명으로 집약된다.
신과 씨름한 사나이, 야곱
아브라함이 이스라엘 ‘민족’의 시조라면, 야곱은 ‘이스라엘’이라는 이름의 기원이 된 사람이다. 아브라함의 손자인 야곱은 좋게 말하면 삶에 대한 강인한 의지를 지닌 사람이고, 나쁘게 보면 자기 한 몸을 위해 아버지와 형을 속인 교활한 인간이라고 할 수 있다.
야곱은 한날한시에 태어난 형 에서를 속여 장자의 권리를 빼앗았다. 어느 날, 사냥을 갔던 에서가 허탕을 치고 허기진 상태로 집으로 돌아왔다. 마침 야곱이 마당에서 죽을 끓이고 있었고, 몹시 배가 고팠던 형은 죽을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야곱은 형에게 죽 한 그릇과 장자의 상속권을 바꾸자고 요구했고, 음식에 정신이 팔린 에서는 장자의 권리를 야곱에게 넘겨주었다.
형제의 의리를 저버리고 장자의 권리를 빼앗은 것도 모자라 야곱은 어머니와 짜고 아버지를 속여 장자인 형에게 돌아갈 아버지의 축복을 가로챘다. 야곱은 화가 나 자신을 죽이려는 형을 피해 하란의 외삼촌 집으로 도망쳤다. 그 뒤 야곱은 외삼촌 집에서 지내며 그의 두 딸과 결혼하여 12명의 자식을 낳았다. 양과 염소를 치는 목자로 20여 년의 세월을 보낸 야곱은 고향으로 돌아가라는 하느님의 말을 듣고 외삼촌 집을 떠나 고향으로 향했다. 도중에 형이 자신을 만나러 사람들을 몰고 온다는 소식을 듣고 눈앞이 깜깜해진 야곱은 식솔들을 먼저 보낸 뒤 홀로 밤을 지냈다. 그리고 그 밤에 그는 ‘이스라엘’이라는 새 이름을 얻게 된다.
깜깜한 새벽에 갑자기 누군가가 목덜미를 잡아채는 것이 느껴졌다. 본능적으로 그 팔을 붙들자 그 손도 야곱의 팔을 붙잡았다. 그리하여 어둠 속에서 씨름이 벌어졌다. …… 직감으로 야곱은 상대가 천사일 거라고 느꼈다. 상대는 날이 새니 자기를 놓으라 했지만 야곱은 자기에게 축복해주지 않으면 절대 보내지 않겠다고 떼를 썼다. 그런데 그가 느닷없이 이름을 물었다. ‘야곱’이라고 대답하자, 상대가 말했다. “너는 하느님과 겨루어냈고 사람과도 겨루어 이긴 사람이다. 그러니 다시는 너를 야곱이라 하지 말고 이스라엘이라 하여라.”(창세기 32:29) 그가 떠나자, 이윽고 해가 떠올랐다.(이스라엘은 ‘하느님과 겨루다’라는 뜻이다.) ― ‘야곱’․117~118쪽에서
그러나 야곱은 하느님의 뜻을 잘 알아듣지 못했다. 오직 복을 받아 성공하는 것만이 하느님의 뜻이라고 확신했다. 야곱은 평생 자식들 때문에 속을 끓였는데, 저자는 야곱이 수난을 겪는 원인을 “하느님 뜻을 거스르며 욕심과 무자각 속에서 살아간 데”(120쪽)서 찾는다.
훗날, 이스라엘 민족이 자기들을 아브라함이나 이삭이나 요셉이 아닌, 야곱과 동일시한 것은 늘 믿음과 욕심의 경계선에서 평생 수난받는 자로 살면서도 하느님을 버리지 않았던 야곱의 아슬아슬한 생애와 그렇게 살아온 자기들의 면모가 비슷했기 때문이다. 야곱은 이스라엘이고, 이스라엘은 야곱이다. ― ‘야곱’․120쪽에서
구원자가 된 ‘꿈꾸는 소년’ 요셉
저자에 따르면, 요셉은 “히브리 인간상의 영원한 본보기”이다. “믿음, 고난, 인고, 지혜, 승리의 상징이자 겸손하고 덕스러운 인격의 소유자인 요셉은 하느님이 아브라함에게 한 약속을 이룬 사람의 전범(典範)”(149쪽)이다.
야곱과 라헬 사이에서 태어난 요셉은 야곱의 사랑을 독차지했고, 그 때문에 요셉은 이복형제들의 시기와 미움을 받았다. 요셉의 형제들은 눈엣가시인 요셉을 처리할 기회를 엿보다 마침내 요셉이 아버지 심부름으로 음식을 들고서 멀리 형들이 목축하는 곳까지 찾아왔을 때, 이집트로 가는 상인들에게 그를 팔아넘겼다. 그렇게 해서 요셉은 이집트인의 노예가 되었다.
요셉의 비극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요셉은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히고 만다. 그러나 모든 일을 하느님께 내맡긴 그는 “곡식과 별들의 꿈을, 자기가 장차 사람들을 먹여 살리며 빛을 비추어주는 일을 하라는 하느님의 뜻과 계획으로 받아들였다.”(137쪽) 어떤 수모든 참아내기로 마음을 다잡았다. 언젠가 감옥에 들어온 시종장의 꿈을 풀이해준 적이 있었던 요셉은 그 일을 계기로 파라오의 꿈을 해몽하게 되었다.
“앞으로 올 일곱 해 동안 이집트 온 땅에는 대풍이 들겠습니다. 그러나 곧 뒤이어 흉년이 일곱 해 계속될 것입니다. 이집트 땅에서 언제 배불리 먹은 일이 있었더냐는 듯이 옛일을 까마득히 잊어버리게 될 것입니다. 이런 흉년으로 나라는 끝장이 납니다.”(창세기 41:26~30) ― ‘요셉’․140~141쪽에서
요셉의 꿈풀이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 파라오는 요셉을 이집트의 총리로 임명해 7년 후 닥칠 대기근을 대비하도록 했다. 10년이 넘는 노예 생활과 감옥살이를 끝에 이집트 제국의 총리가 된 요셉은 가나안 땅에 있는 가족들을 기근에서 구원하는 데 쓰려고 하느님이 자기를 먼저 이집트로 보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요셉은 세상과 야곱의 후손들을 대기근에서 구원하여 ‘만민에게 복을 끼쳐주는 자’로서 아브라함의 약속을 이루는 하느님의 도구가 되었다.”(142쪽)
“지상에서 가장 겸손한 사람”, 모세
모세는 《교양으로 읽는 구약성서1》의 명실상부한 주인공이라 할 수 있다. 분량으로도 그렇고, 내용으로도 그렇다. 저자는 이스라엘의 이집트 탈출과 광야 생활을 그린 <출애굽기>와 <민수기>에서 구약성서가 그리는 이스라엘 역사의 축소판을 발견한다. 이 과정에서 이스라엘 사람들은 하느님과 맺은 계약을 어기고 어리석음과 이기심의 노예가 되어 함부로 행동하다가 하느님의 노여움을 사서 벌을 받고 뉘우치고 용서받는 일을 반복한다. 그리고 그 모든 일의 한복판에 “지상에서 가장 겸손한 사람”(민수기 12장 3절) 모세가 있었다. 그는 “히브리들의 아버지, 백성과 생사고락을 함께한 지도자, 한 번도 권력을 탐하지 않은 지도자”(342쪽)였다.
이집트의 총리가 된 요셉 덕분에 야곱과 그 일족이 모두 이집트로 건너와 살게 된다. 이후 나일 강 삼각주의 비옥한 고센 땅에서 350년이 넘도록 풍요와 안락을 누리던 이스라엘은 새 파라오가 등장하면서 노예로 전락하고 말았다. 새 파라오는 그간 이스라엘이 누려 온 모든 자유와 권리를 빼앗고, 그들을 강제 노동에 동원했다. 심지어 히브리인들이 계집아이를 낳으면 살려 두되, 사내아이를 낳으면 모두 강물에 집어넣으라는 끔찍한 명령까지 내렸다. 모세는 이 잔혹한 시대의 한복판에서 태어났다. 모세의 어머니는 석 달 동안 아이를 숨겨서 길렀지만 아이가 자라 더는 숨겨 둘 수 없게 되자, 아이를 갈대 상자에 담아 강가의 갈대 사이에 두었다. 다행히 파라오의 딸이 갈대 상자에 든 아기를 발견해 양자로 들였다. 노예의 아들로 태어나 이집트의 왕자가 된 것이다.
이후 구약성서에서 모세의 삶은 크게 3단계로 나뉜다. 출생부터 이집트 왕자로서 안락한 삶을 산 시간이 40년, 이후 동족을 핍박하는 이집트인을 죽이고 도망쳐 미디안 땅에서 숨어 살다가 신의 소명을 받기까지 목자(牧者)로 산 세월이 다시 40년이었다. 마지막으로 모세는 이집트에서 고통받는 이스라엘 민족을 이끌고 나와(‘출애굽’) 광야 생활을 하며 40년을 민족의 지도자로 살다가 세상을 떠나게 된다.
저자는 모세가 “이스라엘을 이집트의 압제로부터 구해내는 하느님의 일을 수행하기 위하여 인격적이고 역사적인 계시 앞에 선 도구”(189쪽)였다고 말한다. 구약성서에서 저자가 찾은 모세의 모습은 세속의 영광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고독한 영웅이다.
이스라엘 백성은 광야 생활을 하는 동안 자신들을 이집트에서 데리고 나온 모세에게 감사하기는커녕 그를 원망하고 번번이 하느님을 의심했다. 광야에서 먹을 것과 마실 물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을 때도 그랬고, 하느님에게서 40년 방랑 선고를 받았을 때도 원망과 비난이 온통 모세에게 쏟아졌다. 모세의 고난은 그뿐이 아니었다. 친형제인 아론과 누이 미리암에게 배신을 당하고, 심지어 그는 “젖과 꿀이 흐르는” 약속의 땅 가나안에 들어가지도 못한 채 광야에서 죽음을 맞는다. 그러나 모세는 하느님과 이스라엘 백성 사이에서 흔들림 없이 자신의 소명을 지켰다. “평생토록 민족 생각뿐이었던 그는 한순간도 민족을 위해 고뇌하지 않은 때가 없었다. 모세는 민족의 제단에 자신을 번제물로 바쳤다.”(337쪽) 바로 그러한 점 때문에 모세는 이스라엘 민족에게 영원히 잊히지 않는 지도자로 남을 수 있었던 것이다.
노예의 자식으로 태어나 석 달 만에 강물에 버려졌다가 기적적으로 살아난 아기, 동족을 위한 분노로 사람을 때려죽이고 모래 속에 묻어버린 열혈 청년, 그리고 양을 치며 숨어 지낸 세월 40년. 그러다가 알 수 없는 하느님을 만나 고난당하는 동포들에게 걸어 들어가 그들의 해방을 이끈 사람. 그리고 또 40년의 세월 동안 그 동포들을 이끌고 약속한 대로 목적지까지 데리고 온 사람. 비운의 종교적 천재.
그것으로 다 된 것이다. 처절하게 고독하고 슬퍼서 오히려 찬란한 삶이었다. 모세의 삶 자체가 이스라엘 민족에게 영원히 잊히지 않을 기념탑이다. 그로부터 모세는 무수한 사람들이 그를 기억하고, 그를 말하고, 그를 흠모하고, 그를 닮아가는, 결단코 지워지지 않고 아무도 지울 수 없을, 역사와 영혼에 새겨진 푸른 글이 되었다. ― ‘모세를 생각하며’․338~339쪽에서
지은이
이범선
감리교신학대학교에서 신학․서양철학․역사학을 공부했다. 조직신학을 전공했으며, 히브리어․그리스어․라틴어 등의 고전어를 익혔다. 함석헌 선생과 김흥호 목사에게서 동양 고전을 배우기도 했다. 서울의 100년 넘은 교회에서 7년 동안 부목사로 일하다가, 영성을 깊이 탐구하려는 뜻을 품고 팔당 호반의 작고 아름다운 ‘삼성감리교회’로 내려가 지금까지 13년 넘게 목회자로서 기도하고 명상하고 연구하고 있다. 감리교 본부 교육국의 속회공과 집필위원과 평신도 교육위원을 지냈으며, 한국신학원․연합신학원․서울신학원 등에서 ‘기독교 고전과 문학․철학’을 강의했다. 저서로 《들의 백합, 공중의 새》(1996년), 《사람을 찾는 하느님, 하느님을 찾는 사람》(1999년), 《기도서》(2003년)가 있다. 이메일 prophet-lee@hanmail.net
차 례
• 머리말
• 들어가는 글
1장 창세기…시작의 책
천지 창조 ― 존재하는 모든 것은 어디서 왔는가?
에덴 동산의 아담과 하와 ― ‘기쁨의 땅’을 지키는 흙의 사람
잃어버린 낙원 ― 신이 만든 세계에 왜 악이 존재하는가?
카인과 아벨 ― 분노와 시기심, 인간의 굴레
대홍수 ― “공연히 사람을 만들었구나!”
바벨탑 이야기 ― 하늘에 닿은 교만의 최후
깊이 읽기 구약성서 ― 욕망하는 인간, 구원하는 신
아브라함 ― “너는 떠나서 가거라.”
사라 ― “하느님께서 내게 웃음(이삭)을 주셨구나!”
하갈과 이스마엘 ― 이방 민족의 조상이 된 ‘방랑자’
이삭 ― 묵묵히 따르는 참된 믿음의 전형
에서 ― 죽 한 그릇과 바꾼 장자의 권리
야곱 ― 신과 씨름한 사나이
레아와 라헬 ― 이스라엘 12지파의 뿌리
야곱의 자식들 ― “네 후손 가운데 왕들이 태어나리라.”
요셉 ― 구원자가 된 ‘꿈꾸는 소년’
2장 출애굽기 · 민수기…해방의 책, 광야의 책
노예가 된 이스라엘 ― 뿌리를 잊은 자들의 고난
모세의 출생과 성장 ― 갈대숲에 버려진 아이
모세의 망명 생활 40년 ― 이집트 왕자에서 도망자로
양떼를 모는 자 모세의 소명 ― 신의 목소리를 듣다
모세와 파라오 ― 이집트의 신과 야훼의 대결
열 가지 재앙 ― “이집트 땅이 피로 물들었다.”
깊이 읽기 ― 열 가지 재앙의 의미
이집트 탈출 ― ‘약속의 땅’으로 가는 ‘야훼의 군대’
광야 생활 40년 ― 완전한 자유를 향한 투쟁
모세와 70인 장로 ― 광야의 지도자 모세와 히브리 자치 공동체
미리암과 아론 ― 배반당한 모세와 금송아지 숭배
십계명 ― 이집트 노예 체험이 낳은 법과 윤리
깊이 읽기 ― 십계명에 담긴 뜻
깊이 읽기 ― 계약법전, 십계명의 실천 세칙
가나안 정탐과 방랑 선고 ― 이스라엘이 가나안에 들어가지 못하는 이유
코라와 아비람의 반란 ― 어느 하느님이 진짜인가?
거짓 예언자 발람과 말하는 나귀 ― 거짓 예언을 경계하라
바알브올 우상 숭배 ― 야훼 신앙과 바알 신앙의 투쟁
3장 레위기 · 신명기…거룩함의 책, 율법의 책
레위기 ― “너의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여라.”
신명기 ― 이스라엘의 역사 철학
모세를 생각하며 ― “지상에서 가장 겸손한 사람”
• 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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