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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진짜 감정’을 찾아 나선
내면 탐색의 기록
감정은 어떻게 생겨나고 움직이고 사라지는가?
시기심과 질투, 열등감, 불안, 화, 우울, 죄의식까지
감정의 ‘진짜’ 모습을 들여다본다!
누구나 감정을 느끼고 표현한다. 그런데 정말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이 감정의 본질일까? 그동안 우리가 알던 감정은 감정 자체가 아니라 밖으로 드러난 감정, 다시 말해 표정이나 행동으로 표출된 감정일 가능성이 크다. 예컨대 ‘화’라는 감정에 대해 설명하라고 하면 대다수는 ‘열이 오른다’, ‘인상을 찌푸린다’, ‘소리를 지른다’, ‘심박동 수가 증가한다’는 식으로 외적 특징을 설명한다. 이런 설명으로는 ‘화’라는 감정을 해명할 수 없다.
그뿐이 아니다.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지, 내가 왜 이 감정을 느끼는 것인지 알지 못한 채 감정에 휩쓸려 육체와 정신이 소모되는 일은 아주 흔하게 일어난다. 가령 화의 이면에는 두려움이 감추어져 있고, 열등감에서 나타나는 ‘자기 거부’의 가면 뒤에는 상대의 탁월함에 매혹된 자신이 있다. 이처럼 감정의 진짜 모습은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다. 자기도 모르게 불쑥 낯선 모습으로 고개를 드는 감정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가장 먼저 감정의 본질을 이해해야 한다.
감정을 다룬 보통의 책들이 감정이 표출된 상황이나 신체의 내부 변화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감정들》은 감정 자체를 ‘직접’ 들여다봄으로써 감정의 본성과 작동 원리를 해명한다. 구체적이고 역동적인 저자의 묘사는 눈에 보이지도 않고 손에 잡히지도 않던 감정의 영역을 눈앞에 생생하게 펼쳐놓는다.
내면 탐색을 통한 자기 발견의 여정
무언가 빠진 것 같은 허전함과 혼란스럽고 불안정한 마음 때문에 인간 내면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 저자는 불교식 내관법으로 자기 탐색을 시작했고, 그중에서도 불안, 화, 우울과 같은 부정적 감정의 본질을 밝히는 데 진력했다. 일상에서 흔히 경험하지만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느낌들을 놓치지 않고 붙잡아, 6년에 걸쳐 더듬어 나간 끝에 내면의 ‘진짜 감정’과 마주했다. 《감정들》은 오랜 시간 내면을 탐색하고 사유한 저자가 감정에 관한 주목할 만한 의미들을 발견하고서 그 가운데 보편적이라 해도 좋을 만한 내용을 시기심과 질투부터 열등의식, 불안, 화, 우울과 슬픔, 죄의식, 웃음까지 일곱 가지 주제로 나누어 정리한 책이다.
경험적 사유와 직관을 토대로 한 이 책의 접근 방식은 독자들이 자신의 경험을 떠올리며 쉽게 저자의 이야기에 녹아들 수 있게 한다. 학창 시절 누구나 한 번쯤은 친구에게 생긴 새 친구를 질투해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자신의 경험을 떠올리며 저자가 풀어내는 감정의 세계를 거닐다 보면 마음 깊숙이 숨어 있는 ‘진짜 감정’과 마주할 것이다. 나아가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다스릴 힘을 얻게 될 것이다.
흔히 부정적 감정을 다루는 방법으로 감정이 일어나면 그 느낌을 알아차리고 가만히 바라보라고 말하는데, 막상 이를 실행하기는 말처럼 쉽지 않다. 감정은 ‘나’와 한 몸처럼 붙어 있는 데다가 감정이 일어남과 동시에 몸과 마음이 습관적으로 반응하므로 객관적으로 바라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저자는 감정을 감지하는 즉시 감정의 소용돌이에 휩쓸리지 않도록 뒤로 물러나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왜 감정 자체를 직접 들여다보지 않는 것일까? 그것은 아마도 감정이라는 것이 너무 가까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감정이라는 것은 관찰자와 사실상 밀착해 있다시피 하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바라보기가 결코 쉽지 않다. 게다가 감정은 일어남과 거의 동시에 습관적 반응 속으로 몸과 마음을 끌어들이기 때문에 관찰 대상으로 삼기가 더더욱 힘들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감정을 관찰하는 것은 가능하다. 감정을 감지하는 즉시 기존에 중심을 잡고 있던 자리에서 떨어져 나오면, 감정에 휩쓸리지 않을 수 있을뿐더러 그 감정과의 거리까지도 확보해낼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해서 일단 감정을 대상화해놓고 나면, 이제부터는 그 느낌의 흐름을 따라가면서 움직임과 질감 등을 더듬어볼 수 있게 된다. - ‘머리말’에서
‣‣ 주요 내용
시기심, 뒤얽힌 욕망과 거부감
시기심을 느낄 때면, 마치 덜 익은 열매를 먹을 때 단맛이나 쓴맛과 구분되는 독특한 맛을 느끼게 되는 것처럼 시기심 특유의 불쾌감에 사로잡히게 된다. 시기심은 “상대의 탁월성을 긍정하는 의지와 상대를 향한 어떤 거부감이 중첩되는 지점에서 유발되는 감정”이다. 상대의 탁월성을 향한 욕망의 움직임에서는 무언가 가로막히는 듯한 느낌과 그 차단에 저항하는 느낌이 느껴진다. 이 느낌은 보통 쓰라린 마찰감으로 경험되는데, 이 마찰 또는 충돌의 느낌이 바로 상대방을 향한 거부감의 토대일 것이다. 이 느낌과 더불어 무언가 찢어지는 듯한 느낌 혹은 양방향으로 팽팽하게 잡아당겨지는 듯한 느낌도 감지된다. 이는 “시기심에 고집과 갈등의 측면이 내포되어 있음을 암시해준다.” 이 같은 시큼한 고통과 팽팽한 긴장감은 다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시기심 고유의 질감이다.
요컨대, 시기심은 차단 요인에 의해 양극화된 의지가 서로를 잡아당기면서 팽팽히 맞설 때 일어나는 감정 상태라 할 수 있다. 그것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내적 갈등의 표현으로서, 대립된 요소들 간의 긴장을 자신의 본질로 삼는다. 아마도 이 긴장이 없다면 욕망과 거부감은 단순히 서로를 상쇄해버릴 것이다. ― <시기와 질투>·22쪽
시기심과 관련된 경험을 되뇌다 보면 시기심의 불쾌감에 일종의 인력이 있다는 점부터 알아차리게 된다. 이 감정이 일으키는 불쾌감에는 끈적거리며 달라붙는 욕망의 성질이 섞여 있어, 거기서 벗어나려 하다가도 다시금 끌려 들어가게 된다. … 아마 시기심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대상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눈을 떼지 못하는 것도 바로 이 같은 사정 때문일 것이다. 그들은 마치 미끼에 걸린 물고기처럼 욕망의 대상에 정신이 묶인 채, 의지의 분열에서 비롯되는 심적 통증으로 계속해서 고통받는데, 이 모습은 시기심에 내포된 역설적 측면을 극명하게 드러내준다. ― <시기와 질투>·42쪽
시기심과 질투는 성질이 매우 유사하여 둘의 차이를 구분해내기가 쉽지 않다. 흔히 일상에서 이 두 감정을 구분하지 않고 쓰지만, 질투는 온전한 형태의 시기심에서 욕망의 측면이 떨어져 나간 시기심의 변종에 가깝다. 시기심의 한 측면인 욕망을 다른 누군가가 상당 부분 대신 느끼게 될 때 일어나는 감정이 곧 질투인 것이다. “질투라는 정서는 한마디로 시기심의 특정 부위만 선별적으로 느낄 때 일어나는 감정 상태라 할 수 있다.”
가장 뚜렷한 형태의 질투는 보통 만족스러운 관계를 유지하던 사람들 중 누군가가 외부에 있는 욕망의 대상을 향해 관심을 돌릴 때 촉발된다. 서로에게 관심을 쏟으며 만족스러운 합일감을 누리던 구성원 중 한 명이 외부 대상으로 상대방을 대체하려 할 때 그 상대방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감정, 그것이 바로 가장 일반적인 의미의 질투이다. … 먼저 확실히 해 두어야 할 것은 새롭게 등장한 욕망의 대상이 질투 당사자가 인정할 만한 탁월성을 실제로 지닌다는 점이다. 만일 이 측면이 결여된다면 당사자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감정을 질투라 부를 수는 없을 것이다. … 이 같은 태도에서는 질투 특유의 긴장감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 <시기와 질투>·30쪽
열등감, 나를 거부하는 또 다른 나
열등감을 불러일으키는 가장 큰 요인은 남과 나를 비교하는 행위이다. 이 비교 행위에는 관심이 빨려 들어가는 듯한 과정이 동반되는데, 이 과정을 가장 잘 표현하는 단어는 ‘매혹’이다. 이 같은 매혹의 반작용으로 자기 거부가 일어나고 정체성이 둘로 분열되는 것이다.
매혹은 발생과 동시에 일종의 거부감, 또는 반감까지도 함께 불러일으키는 경향이 있다. 즉, 매혹은 매혹 대상을 중심으로 쾌감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이 대상에게 관심을 빼앗기는 다른 대상을 거부감으로 뒤덮기도 한다. 다른 사람의 화려한 모습이 자신을 상대적으로 초라해 보이게 만드는 것도 바로 이 거부감의 영향 탓일 것이다. ― <열등의식>·57쪽
열등감은 보통 비교 대상에 대한 매혹을 전제로 한다. 이 매혹과 자기 거부 사이에 시간적 간극이 존재할 수는 있지만, 어쨌든 매혹이란 과정 없이는 열등감도 일어나기 힘들다. … 이 과정을 통해 당사자는 잠시나마 자기 자신에서 벗어나 외부 대상의 정체성을 향유할 수 있게 된다. 그는 뒤에 두고 온 자신의 진정한 정체성을 망각한 채 매혹의 대상 속으로 빠져들고, 정신을 차리기 전까지는 그 대상이 된 듯한 느낌을 받는다. 정체성의 중심이 잠시 외부 대상 속으로 이전되는 것이다. ― <열등의식>·60쪽
불안, 역류하는 의지와의 충돌
일반적으로 불안은 ‘위험에 대한 반응’ 정도로 설명된다. 하지만 이는 불안의 본성이라기보다 인접한 환경을 묘사한 것에 가깝다. 저자는 불안이라는 감정에서 통증, 차가움, 수축감이라는 세 가지 특징적인 느낌을 발견한다.
불안의 느낌 중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미묘한 형태의 마찰감이다. 무언가 쏠려 오는 듯한 느낌과 함께 일어나는 모호한 형태의 통증, 그것이 불안의 가장 큰 특징이다. 이 통증은 신체적 통증과는 달리 특정 지점에 국한되어 있지 않으며, 일정 기간 동안 지속되다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리곤 한다. 그것은 말하자면 유동하는 통증, 움직이는 통증이다. … 그 통증은 어딘가 차갑다는 인상도 전해준다. 마찰에 의해 발생했거나 마찰 그 자체인 것처럼 보이는데도 화끈거리기보다는 차갑고 삭막하다. 마치 서늘한 안개가 몸속으로 스며들기라도 하는 듯한 기분이다. 이와 더불어 불안에는 무언가가 수축하는 듯한 느낌도 동반된다. 그것은 보통 중심을 향해 꽉 조여지는 듯한 느낌으로 경험되며, 실제로 일어나는 근육의 수축, 즉 긴장 운동을 통해 가장 뚜렷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 <불안>·86쪽
불안은 내적 균열로부터 비롯된 일종의 자기 파괴 과정이다. 즉, 일시적으로 떨어져 나가 독자적으로 활동하게 된 주체의 일부가 뒤로 후퇴하다 그곳에 이미 자리 잡고 있던 다른 부분과 마찰을 빚으면, 그 쓰라린 통증이 수동적 입장에 놓인 주체 자신에게 불안으로 느껴지게 되는 것이다. ― <불안>·88쪽
흔히 불안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불안의 대상과 마주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 방법이 별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왜 그럴까? 저자는 “양자 사이에 삽입된 기억을 밀어내는 것만이 대상과 진정으로 마주할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다시 말해, 대상과 직면한다는 말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대상을 직면한다는 말에는 기존 기억을 걷어낸 뒤 대상과 ‘새롭게 관계를 맺는’ 과정이 함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 저자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지니고 있는 죽음에 대한 근원적 불안에 관해서도 이야기한다. 저자에 따르면 실제적 죽음, 다시 말해 신체적 죽음에 대한 불안은 대개 삶에 대한 집착의 반작용으로 유발된다. 죽음은 인간이 집착하는 모든 것의 뿌리를 위협한다. 곧 죽음은 모든 욕망의 좌절을 의미한다.
여기서 말하는 욕망의 좌절은 단순히 그 욕망이 실현되지 않는 것과는 다르다. 욕망의 좌절이란 욕망이 거꾸로 실현되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자면, 상대방과 좋은 관계를 맺고 싶어 하는 사람에게 욕망의 좌절은 상대와의 관계를 파탄 내는 것이다. … 그렇다면 불안 대상으로서의 죽음에는 모든 욕망이 거꾸로 실현된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삶을 향한 의지 전체가 거꾸로 실현되는 것, 그것이 곧 죽음인 셈이다. ― <불안>·145~146쪽
모든 불안은 결국 죽음에 대한 근본적 불안이 소규모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불안의 내용이 실현되는 것은 의지나 욕망이 거꾸로 실현되는 것이고, 이는 곧 의지나 욕망의 죽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 <불안>·147쪽
화, 보이지 않는 정신의 몸과 현실의 충돌
화는 매우 단순한 감정이다. 그러나 화만큼 중요한 감정도 없다. 화는 감정을 구성하는 기본 성분과도 같으며, 모든 것을 불태워버릴 정도의 잠재력을 지녔기 때문이다. 화라는 감정이 유발되려면 일단 무언가가 당사자의 의지를 가로막아야 한다.
모든 것을 뜻대로 할 수 있는 상황에서는 의지가 아무리 내달린다 해도 화가 일어나지 않는다. 화의 기본 단위라 할 수 있는 충돌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처럼 방해 요인이 존재한다고 해서 반드시 화가 촉발되는 것은 아니다. 화를 유발하려면 당사자가 기존의 태도를 고집해야만 한다. 방해 요인을 인식하는 즉시 기존의 욕구나 견해 따위를 수정한다면 화는 일어날 수 없다. 화라 불리는 그 느낌은 사실상 의지와 방해 요인의 지속적 충돌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 <화>·156쪽
화를 통해 정신적인 몸의 윤곽이 드러나는 셈이다. 어쩌면 화라는 것은 결국 그 보이지 않는 몸이 현실과 부딪힐 때 일어나는 심리적 통증에 불과한지 모른다. … 화라는 반응을 뒤틀린 회복 의지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화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바는 결국 잃어버린 몸을 회복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화는 몸에 난 상처의 화끈거리는 반응과도 지극히 유사하다. 하지만 화는 신체적 염증과는 달리 본래 목적에서 벗어나 파괴를 향해 곧장 치달을 수도 있다. 회복 의지가 파괴 의지로 변형되고 마는 것이다. ― <화>·158~159쪽
그렇다면 어떤 방법으로 화를 제거할 수 있을까? 저자에 따르면 ‘상황에 대한 이해’는 화를 제거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다. 이해라는 특수한 태도를 보임으로써 문제였던 것을 더는 문제가 아니게 만드는 것이다. 저자는 이 과정이 문제도 아닌 것을 문제로 만드는 지레짐작과 완전히 상반되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현실의 표면에서 공상의 영역으로 부풀어 오르는 대신, 현실 속으로 깊숙이 침투해 사태의 본성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터질 듯이 들끓던 화라도 상황에 대한 이해가 들어서기만 하면 즉시 사라질 수 있다. 이 효과는 거의 놀라울 정도이다. 따라서 현실에 대한 이해력 결여는 생각보다 큰 문제라 할 수 있다. 불필요한 화를 촉발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즉, 현실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면 부족할수록 상황을 제멋대로 해석해놓고 거기에다 화를 내기도 쉬운 것이다. ― <화>·171쪽
우울, 현실 너머로 부풀어 오른 의지의 포기
우울감은 무언가 빠져나가는 듯한 느낌으로 감지된다. 열기를 담고 있는 무언가가 빠져나가며 가슴이 텅 비고 서늘하게 식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정신이 새어 나가기라도 하듯 저릿한 통증이 일어나기도 한다. 이런 느낌은 보통 당면한 외적 현실 때문에 품고 있던 기대나 소망, 사랑, 욕망 등을 포기할 수밖에 없을 때 유발된다. 이는 바꾸어 말하면 기대나 소망과 같은 요인들이 우울감의 전제 조건으로 작용한다는 뜻이다.
우울감의 고통이 이러한 의지의 유출, 또는 소실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당면한 현실 상황과 자신의 의지가 공존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식한 당사자가 현실을 인정하고는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의지를 놓아버릴 때, 정신에 의한 구성 작용을 상실한 의지가 흩어져 소멸하면서 우울감 특유의 불쾌감을 유발하는 것이다. ― <우울과 슬픔>·190쪽
우울한 느낌의 진정한 원인은 현실 상황 자체가 아니라 그 현실 너머로 부풀어 오른 의지의 포기이다. 설령 현실 인식을 포기와 결국 동일한 것으로 간주하고 우울감의 원인으로 설정한다 하더라도, 그 원인과 사실상 일체를 이루고 있는 능동적 측면을 무시한다면, 다시 말해 현실의 압력에 짓눌려 곧 무산되고 말 의지를 굳이 일으키는 이 맹목적 행위를 함께 고려하지 않는다면, 전체 원인의 반쪽을 놓치는 셈이 될 것이다. ― <우울과 슬픔>·193쪽
지은이
김성환
1980년 서울 출생. 연세대학교에서 건축학을 전공했다. 건축가로 일하면서 인간 내면의 문제에 관심을 갖고 불교식 내관법으로 자기 탐색을 시작했다. 《감정들》은 감정이 어떻게 생겨나고 움직이고 소멸하는지를 6년에 걸쳐 관찰하고 정리한 기록이다. 현재는 번역가로 활동하며 글쓰기를 계속하고 있다. 번역한 책으로는 《모나리자를 사랑한 프로이트》《자비심 일깨우기》《지친 당신을 위한 인생 매뉴얼》 등이 있다. slouu@naver.com
차 례
■ 머리말
시기와 질투
관심의 차단
질투로의 이행
대응
열등의식
내적 분열
부분 의식의 재점유
불안
역류하는 의지
불안의 대상
회피와 추출
억압
억압의 원인
집착
죽음의 의미
화
충돌과 과속
화에 대한 취약성
강도 변화
우울과 슬픔
의지의 유출
발생 유형
인식의 황폐화
사랑의 혼입
울음과 고통
죄의식
공감 능력의 발달
양심의 가책과 죄책감
웃음
긴장의 해소
웃음의 종류
이행
■ 참고문헌
■ 찾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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