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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인/심리학

[여성 영웅의 탄생] 책 소개

by 교양인 2014. 5.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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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열등함의 신화를 부수려면 분별의 숫돌에 칼날을 갈아
자신만의 진실의 칼을 지닐 필요가 있다.
여성들은 자신의 목소리를 찾아야 한다.”
 

 

융 심리학으로 읽는 강한 여자의 자기 발견 드라마

 



 
여성은 어떻게 영웅이 되는가?
무력한 어머니와 우상화된 아버지를 떠나
자신의 길을 찾는 강하고 독립적인 여성들의 심리적 모험!

 


 

 
 《여성 영웅의 탄생》은 융 심리학자이자 심리 상담가인 저자가 인류의 집단 무의식이 발현된 신화․민담․동화와, 상담실을 찾은 여성들의 꿈을 분석해 ‘여성 영웅의 원형’을 찾아내고 여성 영웅이 탄생하는 과정을 규명한 책이다. 여성의 정신 발달에 관한 이해의 폭을 획기적으로 넓힌 책으로 평가받는 이 책은 사회적 성취를 위해 분투하던 ‘여성 영웅’들이 갑자기 삶의 의미를 잃고 우울과 상실감에 빠지게 되는 현상의 원인을 밝히고 심리적 고통을 치유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 * * *

 

 

20세기 최고의 신화학자로 불리는 조지프 캠벨은 동서양의 모든 신화를 연구한 끝에 ‘영웅의 원형적 여정’을 찾아냈다. 영웅이란 “보통 사람의 성취와 경험의 범주를 넘어서는 것을 발견하거나 이루어낸 사람” “자기 삶을 자기보다 큰 것에 바친 사람”이다. 그리스 신화의 헤라클레스, 수메르 신화의 길가메시는 물론이고, 예수와 붓다도 영웅이다. 미궁과 지하 세계로 들어가 괴물과 용을 물리치고, 목표를 이룬 뒤 귀환하는 영웅의 여정은 모험으로 가득 찬 인간 삶에 대한 훌륭한 비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위대한 영웅들의 판테온에서 왜 여성 영웅은 찾아보기 어려울까? 여성의 영웅적 여정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융 심리학자이자 심리 상담가인 모린 머독은 1981년 9월 어느 날, 이러한 의문을 품고 직접 캠벨을 찾아갔다. 캠벨의 대답은 예상 밖이었다. “여성은 여정을 떠날 필요가 없습니다. 여성은 그 자체로 완성된 존재입니다.” 정말 그럴까? 《여성 영웅의 탄생》은 바로 그날 시작되었다. 오늘날 대부분의 여성들은 집에서 얌전히 영웅을 기다리고 싶어 하지 않는다. 스스로 영웅의 길에 나선 여성들에게는 그들만의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

 
 

 

 

 

 

 ‘열등한 여성’을 버리고 빛나는 갑옷을 입은 ‘아버지의 딸들’,
성공을 향해 내달리던 그 여성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대체 이 모든 게 다 무엇을 위한 걸까?” 당당하게 삶을 사는 듯 보였던 여자의 입에서 어느 날 갑자기 절망적인 탄식이 터져 나온다. 아무리 노력해도 충분하지 않다는 불안, 성공에 대한 끝없는 강박, 헤어날 수 없는 우울증까지, 모린 머독은 심리 상담가로 일하면서 사회적으로 큰 성취를 이룬 많은 여성들이 공허감과 상실감에 괴로워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저자는 그러한 고통의 이유가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남성 영웅의 길을 따른 데 있음을 밝혀낸다. 또한 낡은 질서를 깨부수고 새로운 사회를 창조하며 진정한 자기를 실현하는 영웅의 과업을 이루기 위해 여성 영웅이 반드시 거쳐야 하는 내적 성장의 길을 찾아낸다.


《여성 영웅의 탄생》은 상처 입고 버림받은 내면의 여성성이 치유되는 과정을 그린다. 이 책에서 저자는 여성이 왜 ‘어머니’로 상징되는 여성성을 거부하고 ‘아버지’를 동일시하며 남성의 길을 좇게 되는지, 남성 영웅의 길에서 여성은 어떠한 고통을 받는지, 또 어떻게 여성성을 회복할 수 있는지를 설득력 있게 들려준다.


저자는 인간 무의식과 삶의 원형이 담긴 다양한 신화와 동화, 민담 속에서 ‘여성 영웅’의 원형을 찾아낸다. 에로스와 프시케 신화에서 ‘낭만적 사랑의 신화’에서 벗어나는 여성을 발견하고, 데메테르 여신과 딸 페르세포네 이야기에서 어머니-딸 관계의 원형을 들여다본다. 호피족 창조 신화의 ‘거미 할머니’와 아프리카의 관능의 여신 ‘오순’에게서 창조하고 보호하는 여성성을 보고, 파르시팔과 어부 왕의 ‘성배 전설’에서는 여성 내면에 존재하는 상처 입은 남성성을 본다. ‘제우스’의 머리에서 태어난 ‘아테나’처럼 차가운 이성으로 무장한 ‘아버지의 딸’들은 이제 내면 깊숙이 감춰 둔 슬픔과 분노를 대면하는 모험을 시작해야 한다.

 

 

우리의 여성 영웅은 갑옷을 입고, 칼을 집어 들고, 자신의 가장 날랜 준마를 골라 타고 전장으로 나아간다. 그리고 학위, 직함, 돈, 권위라는 보물을 발견한다. 남자들은 그녀에게 미소 짓고, 그녀와 악수하고, 자신들의 영역에 온 것을 환영한다. 여성 영웅은 일과 육아를 포함한 모든 것을 완벽히 처리해내면서 처음 자신이 바라던 대로 이루어진 데 만족할 것이다. ……
그러나 성취에 점점 중독되어 자신이 새로 얻은 권력에서 오는 마약 같은 도취감에 빠지게 된다. 내면에서 뭔가 잘못되어 간다는 느낌이 일기 시작하거나, 육체적으로 질병에 걸리거나 사고를 당하기도 하는 단계가 대개 이쯤이다. “도대체 이 모든 게 뭘 위해서지? 내가 얻고자 했던 것들은 다 이루었는데 마음이 너무 허전해. 왜 이렇게 외롭고 황폐하고 갉아 먹히는 느낌이 드는 걸까? 도대체 이 배신감은 뭐야? 대체 내가 뭘 잃어버린 거지?” — ‘머리말’에서

 

 

 
 

 

 

 

 

 

 

여자이기를 거부하는 소녀들,

“난 엄마처럼 살지 않을 거야.”

 

 

남성의 시각이 보편으로 통하는 남성 중심 사회에서 흔히 여성은 산만하고, 변덕스럽고, 지나치게 감정적이어서 일을 제대로 해내지 못한다고 평가되었다. 남성들이 규정한 문화의 잣대로 여성이 스스로 자신을 평가한다면, 자신에게 결함이 있거나 남성과 비교해 어딘가 부족하다고 여기게 될 것이다. 실제로 많은 여성이, 자기도 여성이면서 여성은 나약하다거나 열등하다거나 의존적이라고 여긴다. 그래서 스스로 자신의 여성성을 훼손하고 ‘남자처럼 훌륭해지려고’ 애쓴다. 이 여성들이 가장 먼저 평가 절하하는 대상은 대개 어머니이다.

 

어린 여자아이는 어머니를 보고서 여성이 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배우기 시작한다. 만일 어머니가 무력하다면 딸은 여성이 되는 것을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느낀다. 어머니같이 되고 싶지 않아 다른 필요한 것을 희생하고서라도 힘을 얻으려 애쓴다. 많은 딸들은 자신들의 어머니가 ‘무슨 일이 일어나건’ 너무 쉽게, 너무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에 분노하며 산다. ― 1장 영웅의 길에 선 여자들․47~48쪽에서

 

우리 사회는 어머니라는 자리에 엄청난 책임을 지우지만, 어머니는 결코 그에 합당한 보상이나 갈채를 받지 못한다. “어머니의 공로는 좀처럼 인정하지 않으면서 곧잘 온갖 사회 병폐의 책임을 돌리고 비난하기에 바쁘다.”(37쪽) 이를 알 리 없는 딸의 눈에 비친 어머니는 ‘낡은 질서’를 그대로 보여주는 존재일 뿐이다. 머독의 상담실을 찾은 한 여성은 이렇게 고백한다.

 

“어머니랑 잘 지내본 적이 없어요. 나는 어머니가 나를 질투했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나는 학교 공부를 곧잘 했고 어머니 자신은 받아본 적이 없었던 고등 교육의 기회까지 누렸으니까요. 난 내 인생을 어머니처럼 끝내고 싶지 않았어요. 아빠처럼 되고 싶었죠. 내가 보기에 아빠는 생각이 유연하고 인생에서 성공했고 자신이 하는 일에 만족해하는 것 같았어요. 엄만 행복한 적이 없었어요. 그 당시에 나는 엄마의 희생 덕분에 아빠가 성공할 수 있었다는 걸 몰랐어요. 엄마의 자기 혐오와 엄마가 딸에게 보낸 모순된 메시지가 모두 우리 사회가 여성을 대하는 방식에서 발생했다는 것도 이해할 수 없었죠.” ― 1장 영웅의 길에 선 여자들․41~42쪽에서

 

딸은 자신의 재능과 앞으로 누리게 될 자유로운 삶에 대한 부러움과 질투 때문에 어머니가 자신을 구속하려 한다고 여긴다. 그러다 결국은 자신을 지지하지도 않으면서 시시콜콜히 잔소리나 해대고 완고하기까지 한 어머니에게서 달아나, 강력하고 전지전능해 보이는 남성과 자신을 동일시하기 시작한다.

 

 

 

 

 

 

 
제우스 머리에서 태어난 아테나 여신
— ‘아버지의 딸’의 탄생

 


어머니에게서 도망쳐 ‘구원자’ 아버지 곁으로 온 딸은 ‘아버지의 딸’이 된다. ‘아버지의 딸’은 “어머니를 거부하면서 자신을 주로 아버지와 동일시하고, 아버지와 남성적 가치로부터 관심받고 인정받기를 갈구해 온 여자”(21쪽)를 말한다.


아버지 곁에서 남성이 규정한 기준이 곧 리더십, 개인의 자율성, 성공 여부를 판단하는 사회적 기준임을 지켜보며 자란 여자아이는 남성들이 규정한 매력, 명성, 권위, 독립, 돈 따위의 가치를 추구하게 된다. 여성이 기존의 여성 이미지들과 결별하기로 할 때 그들은 부득이하게 전통적인 ‘남성 영웅의 여정’, 즉 성공을 향한 길을 따라 여정을 시작한다. 남성들이 일을 성공적으로 해내는 모습은 여성의 야망에 불을 지핀다. 이 과정에서 어머니는 철저히 무시된다. 메티스 여신과 제우스 신의 딸인 아테나 여신 이야기는 여성들이 어머니를 멀리하고 아버지와 동일시하는 현상을 설명해주는 좋은 예이다.

 

아테나는 번쩍이는 황금 갑옷을 걸치고 한 손에는 날카로운 창을 들고 벽력 같은 고함을 지르면서 성숙한 여성의 모습으로 제우스의 머리에서 튀어나왔다. 이 극적인 탄생으로 아테나는 자신이 제우스의 분신이라고 생각했고, 제우스를 유일한 부모로 인식했다. 아테나는 한 번도 자신의 어머니인 메티스의 존재를 인정한 적이 없었다. ― 2장 아버지의 딸․72쪽에서

 

아테나는 모성적 유대보다 가부장적 가치를 우위에 둔 인물이다. ‘아테나 유형 여성’을 전형적인 ‘아버지의 딸’로 볼 수 있는데, 이들은 어머니를 경시하고 아버지와 자신을 동일시한다. 또한 총명하고 야심만만하며 일을 척척 해내지만, 정서적인 관계는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아버지의 딸’은 상처 입기 쉬운 약한 존재에게 공감과 연민을 느끼는 능력이 부족하다.

한편, 아버지에게 인정과 격려를 제대로 받지 못하거나 딸에게 무관심한 아버지 밑에서 자란 여성들은 “아버지에 대한 반작용으로 흔히 자아 수준에서 자신을 남성과 동일시하거나 스스로 아버지 역할을 한다.”(82쪽) 겉으로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해도 이 여성들은 자신이 남성들과 다르다는 것, 그리고 여성이 열등하다는 태생적 공포 때문에 열등감을 메우려고 과잉 보상, 과로, 완벽함에 중독된다.

 

어떤 여성들은 남성들처럼 생각하고, 남성들과 경쟁하고, 남성들의 게임에서 남성을 이기는 방법을 배우는 것에 크나큰 자부심을 느낀다. 이런 여성들은 영웅적인 성취를 이룬다. 하지만 많은 여성이 결코 ‘충분하지’ 않을 거라는 느낌, 신경을 갉아먹히는 듯한 괴로움을 느낀다. 그들은 남성들과 같아지고 싶어 점점 더 많은 일을 한다. ― 2장 아버지의 딸․87쪽에서

 

 

 

 

 


여성 영웅을 가로막는 괴물과 용

 


남성 영웅의 길에 들어선 여성 영웅은 빈약한 기회, 저임금, 불충분한 보육 정책, 느린 승진 따위의 외적인 시련을 통과해야만 학위, 승진, 명망 있는 직함, 결혼, 경제적 성공이라는 혜택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그녀를 기다리는 장애물은 외부 세계의 길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여성 영웅은 내적 정신 세계의 길에서 자기 의심, 자기 혐오, 우유부단, 무력감, 공포의 힘과 절대로 해낼 수 없다고 말하는 자기 마음속 악마와 끊임없이 전쟁을 치른다. 이런 식의 다툼은 여성 영웅의 명쾌한 사고, 자신감, 야망, 자존감을 갉아먹는다. 여성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의존성의 신화, 여성의 열등함에 관한 신화, 낭만적인 사랑의 신화를 깨부수는 일은 전혀 쉽지 않다. “이 여정은 겁쟁이를 위한 것이 아니다. 두려움의 밑바닥까지 내려가는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여정이다.”(98쪽)

 


의존성의 신화

 

여성들은 다른 사람의 의존 욕구를 배려하도록 요구받고, 미리 알아차리도록 어릴 때부터 훈련받는다. 이 과정에서 여성들은 의식적으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욕구도 남들이 알아주고 살펴줄 거라고 기대한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남들이 자신의 욕구를 배려하지 않는 것을 보면서 여성은 도리어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고 느끼거나 자신은 욕구를 채울 권리가 없다고 느낀다. 어떤 여성들은 배우자의 자아를 강화하거나 배우자를 보호하느라 의존적으로 행동하기도 한다.

 

남편이 강해지려면 아내가 약해야만 한다는 암묵적인 관계의 법칙이 있다. 이 신화는 한쪽이 자신을 약화시키면 배우자가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즉, 남성의 힘이 아내의 약함을 대가로 하여 나온다는 것이다. 이 신화는 단지 이성 관계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여성 영웅은 다른 한쪽―남편, 동료, 연인, 자녀―이 자기(self)를 획득할 수 있도록 ‘그녀 자신(herself)’을 포기한다. 여성이 다른 사람을 위해 이렇게 무의식적으로 자기를 희생하거나 ‘선물’을 주는 것은 그녀에게 자기 가치감을 주고, 기존 체제가 평형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 해준다. ― 3장 시련의 길․99쪽에서


여성들은 대개 배우자가 기대하거나 원하지 않는 경우에도 ‘다른 사람’을 우선순위에 두는 태도를 보인다. 어린 시절에 어머니가 자신의 욕구를 마지막 차례에 두는 것을 보고 배운 것이다. 이렇게 여성이 수동적이고 의존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은, 자신의 가장 중요한 관계가 지속하도록 상대적으로 약자의 위치에 남아 있어야 한다는 무의식적인 확신과 다른 사람을 받쳐주고 보호하려는 무의식적 동기 때문이다. 여성은 자기의 의지대로 행동할 때 다른 사람들, 특히 남성들에게 ‘상처 주는’ 것을 두려워하고 죄책감을 느낀다.

 

 

‘열등한 여성’의 신화

 

사회가 여성의 가치를 깎아내리기 때문에 여성은 스스로 자신이 결핍된 존재라고 여기며 열등하다는 신화를 벗어던지지 못한다. 여성이 자신만큼 똑똑하거나 창의적이지도 않고 야망이 크지도 않은 남성들이 성취를 이루어내는 상황을 마주할 때, 지금껏 관찰해 온 문화적 관점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된다. “남성이 우월해.” “여성의 가치는 남성들이나 자녀와의 관계에서 나오는 거야.”

 

여성이 열등함의 신화를 부수려면 분별의 숫돌에 칼날을 갈아 자신만의 진실의 칼을 지닐 필요가 있다. 여성에 관한 아주 많은 진실이 가부장적 신화 속에서 흐려졌기 때문에 여성들은 자신들의 앎을 표현하기 위해 새로운 형식, 새로운 스타일, 새로운 언어를 개발해야 한다. 여성들은 자신의 목소리를 찾아야 한다. ― 3장 시련의 길․110쪽에서

 

 

낭만적인 사랑의 신화

 

낭만적인 사랑의 신화에서 여성은 자신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거라고 생각되는 연인이나 아버지나 구원자를 찾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이상형의 남자를 찾는다면 행복해질 거야.” “제대로 된 상사를 만나면 빨리 승진할 텐데.” “권력을 쥔 남자와 함께라면 나도 권력을 누릴 텐데.” 이렇게 여성들은 고대하며 기다리는 사람으로 길들여진다.

 

대부분 동화에서 여주인공은 기다림의 상태, 무의식의 상태에서 꺼내어진다. 그리고 즉시 더 멋진 상태로 극적으로 탈바꿈한다. 이 마법 같은 변화의 촉매는 대개 남성이다. 백설공주, 신데렐라, 라푼첼, 잠자는 숲 속의 미녀까지, 모두가 같은 왕자에 의한 약간씩 다른 변주곡을 공유한다! ― 3장 시련의 길․113쪽에서

 

여성 영웅은 스스로 어려운 결정을 하고 자율성을 획득해야 한다. 자신의 성취가 남성의 손에 달려 있다는 믿음에서 벗어날 때, 진정으로 낭만적인 사랑을 나눌 수 있는 동등한 동반자를 찾을 수 있다.

 


 

 


아버지에게 배신당한 이피게네이아

— 남성 영웅의 여정에서 여성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아주 오랫동안 열심히 자신을 남성의 길로 밀어붙여 온 여성 영웅에게 어느 순간 공허함과 상실감이 찾아든다. “이 모든 게 다 무엇을 위한 거지? 왜 이렇게 공허할까? 내가 스스로 세운 목표는 모두 다 이루었어. 그런데 여전히 뭔가 빠진 것 같아. 어쩐지 속은 것 같고 내가 나를 배신한 느낌이 들어.”

 

목표 지향적인 남성적 사고를 신뢰하면 보상을 받을 것이라고 말하는 문화적 사고방식뿐만 아니라 개인적 사고방식에도 배신감을 느낄 것이다. ‘착한’ 딸이 되어라, 그러면 ‘아버지’가 널 돌봐줄 것이다. 그녀는 이제 위로받지 못하고 철저히 혼자라고 느낀다. 그녀는 바닥으로 추락했다. 그녀의 질서정연한 세계에 금이 간다. …… 세상은 그녀가 짐작했던 것과 달랐다. 그녀는 배신당했다. ― 5장 ‘배신당한 딸’․144쪽에서

 

여성을 배신한 남성을 다룬 이야기와 신화는 숱하게 많지만, 가장 통렬한 것은 그리스 신화의 아가멤논 왕과 딸인 이피게네이아의 이야기다. 아가멤논은 아버지의 사랑을 맹목적으로 믿는 딸의 목숨과 그리스군의 함대가 무사히 트로이까지 가는 데 필요한 순풍(順風)을 맞바꾸었다. 아버지를 향한 이피게네이아의 사랑은 배신당했다. 그런데도 이피게네이아는 아버지가 요구하는 것을 들어주고 싶어 목숨을 희생하기로 한다. 이피게네이아의 선택이 의아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다수 여성은 이피게네이아처럼 아버지의 마음에 들기 위해 무엇이든 할 각오가 되어 있다.

 

선택을 받는다는 것은 무척 기분 좋은 일이기 때문에 여성들은 거절을 어려워한다. 특히 왕에게 선택받았다면 더욱 그렇다. 우리 여성들은 아빠, 상사, 동료, 연인을 기쁘게 하기를 좋아한다. 우리는 다른 사람을 실망시키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데 자아상(self-image)의 많은 부분을 쏟아붓는다. ― 5장 ‘배신당한 딸’․161쪽에서


여성 영웅이 ‘아버지의 딸’을 벗어나려 할 때 ‘위대한 아빠’는 딸을 지지하거나 성원하지 않는다. 대개는 오히려 “어떻게 나를 실망시킬 수가 있니?” 하고 딸을 비난한다. 타인을 실망시키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여성에게 이런 상황은 괴로운 일이다. 하지만 우리가 정말로 성장할 수 있는 때는 지독히 상처받는 이런 순간이다. “여성이 자신의 삶에 이 첫 번째 남성이 끼치는 지속적인 영향력을 깨닫는다면, 남성성을 향한 맹목적인 충성을 버릴 더 좋은 기회를 얻을 것이다.”(149쪽)

 

 

 

 

 

 

내 안의 여신과 만나는 시간

 


여성 영웅은 자신을 해방하기 위해 내면으로 여행을 떠난 적이 없다. 남성 영웅의 여정을 좇아서 성공하는 법은 배웠지만,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법은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다. 이 점을 자각하는 순간은 대개 삶을 통째로 바꿔놓는 상실에서 비롯하는데, 이를테면 자신의 삶이나 정체성과 단단히 얽혀 있는 아이, 부모, 배우자의 죽음을 경험하거나 딸, 어머니, 연인, 배우자 같은 특정한 역할이 끝나는 때이다. 이때 여성 영웅은 내면의 깊은 곳으로 내려간다. “위로 올라가고 빛을 향해 밖으로 나아가는 남성들과 달리 여성들은 그들 존재의 근원 아래로 깊이 내려가 자신에게 돌아가는 길을 찾는다.”(170쪽) 저자가 ‘자발적 소외’라고 이름 붙인 이 여정은, 여성이 스스로 가부장제 사회에서 ‘아버지의 딸’로서 살아왔음을 깨달을 때 문화라는 의복으로 덮어 감추기 전에 ‘자기 것’이었던 그 일부를 되찾는 여정이다.

 

어머니를 거부하면서 여성성의 거울이 산산조각 난 여성은 분리된 자신의 부분들을 되찾기 위해 땅속 깊이 내려간다. 이 여행 중에 여성은 어쩌면 평생 처음으로 자신의 몸, 자신의 감정, 자신의 성적 취향, 자신의 직관, 자신의 이미지, 자신의 가치, 자신의 마음을 알게 된다. 이것들이 그녀가 그 깊은 곳에서 찾는 것들이다. ― 6장 내 안의 여신을 만나다․171쪽에서

 

‘자발적 소외’의 단계에 있는 여성은 뭔가에 사로잡혀 있거나 슬픔에 빠져 있어서 다가갈 수가 없다. 소리쳐 울부짖건, 숨죽여 흐느끼건 대개는 까닭 없이 눈물을 끝없이 흘린다. 외부에서는 이러한 증상을 우울증으로 진단하고, 빨리 벗어나야 하는 부정적인 것으로 여긴다. 하지만 저자는 그저 고통과 함께하면서 자연스럽게 스스로를 치유할 수 있으므로 그 고통 속에 머물러 있으라고 말한다. 이 내면으로의 여행이 매력적인 여정이 아님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 과정은 반드시 여성을 강하게 하고 여성이 자신의 자아를 분명히 느끼게끔 한다.

 


억눌린 감정 풀어놓기, 슬픔 속에 머무르기

 

‘자발적 소외’에서 돌아온 여성은 오랫동안 아버지들에게 보여주었던 착하고 예의 바르고 순종적이며 싹싹한 태도의 가면을 벗는다. 이와 동시에 “자신의 시간을 희생했던 것에 대한 분노, 스스로 자신에게 등을 돌리고 투명 인간 취급한 것 때문에 느낀 혼란스러움, 너무 오랫동안 자신을 방치했다는 슬픔”(224쪽)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수 세기 동안 여성들은 슬픔과 무력감을 느끼지 않으려고 삶을 해야 할 일들로 가득 채우고 애써 감정을 억눌러 왔다.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불편해하는 부모들은 딸에게 “그런 식으로 느끼지 마라.” 또는 “고장 난 수도꼭지냐? 아무 때나 울게.”라고 하며 비웃음을 보냈다. 이런 부모 밑에서는 슬픔뿐 아니라 기쁨도 적당히 표현해야 하고, 아주 행복하다고 표현하는 것은 ‘너무나 바보 같은 짓’이었다.

 

‘지나치다’라는 말을 반복해서 듣고 자란 아이는 마음 놓고 감정을 표현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게 된다. 아이는 슬픔, 실망, 화 또는 신 나게 들뜨는 것조차 부모나 교사에게 받아들여지지 않기 때문에 모두 소용없는 것임을 금방 알아챈다. 인정받지 못한 감정은 없어지지 않는다. 지하에 잠복해서 우리를 과거에 묶어놓는다. ― 7장 여신의 귀환․225~226쪽에서

 

여성 영웅의 여정에서 가장 큰 도전은 자신이 여성성과 분리되어 있다는 데서 깊은 슬픔을 느끼는 것과 어떤 식이든 자신에게 적당한 방식으로 이 상실에 이름을 붙이고 애도하는 것, 그런 다음에 그 슬픔을 발산하고 나서 새로운 단계로 넘어가는 것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슬픔을 두고 그저 다른 사람을 비난하는 데 집중할 것이 아니라 그 원인을 철저히 따져보고 스스로 자기 치유의 책임을 지는 것이다.

 

“슬픔은 존재의 가장 핵심에 놓여 있다. 당신이 마음에서 다른 모든 감정을 걷어내면, 이제 막 움트는 씨앗처럼 푸른 잎을 내려고 그 자리에서 준비 중이던 슬픔이라는 감정과 반드시 맞닥뜨릴 것이다.” 하지만 슬픔을 붙들고 있을 필요는 없다. 슬픔을 놓아버리는 일은 심호흡처럼 훈련의 일종이다. 숨을 들이쉬면서 슬픔을 느끼고, 숨을 다시 내쉬면서 슬픔을 풀어놓는다. 숨을 들이쉬면서 뺨 위로 흐르는 눈물을 느끼고, 숨을 내쉬면서 그 따뜻한 느낌에 감사함을 느낀다. 숨을 들이쉬고 웃어보자. 당신 자신에게 너그러워지라. 작은 것부터 시작하라. ― 7장 여신의 귀환․228쪽에서

 

 

 

 

 

 

 

내 안의 어머니와 다시 만나기

 

여성 영웅이 ‘자발적 소외’의 단계를 거쳐 가부장제의 정신적인 딸이라는 정체성을 끊어버릴 때, 여성성과 다시 연결되고 싶은 강한 열망에 휩싸인다. 즉, 무언가를 돌보거나 관계를 소중히 여기며, 타인의 고통에 연민과 공감을 보낼 줄 아는 여성성의 특질에 대한 열망이다.
여성성과 다시 연결되려면 먼저 현실의 어머니와의 관계를 회복해야 한다. 현실의 어머니가 자상하게 보살펴주는 어머니이건 냉정한 어머니이건, 아이에게 자율을 주건 조종하건, 곁에 있어주건 방치하건 간에 어머니와 내적으로 맺은 관계는 ‘어머니 콤플렉스(mother complex)’로 남아 우리의 정신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숙명처럼 자신의 어머니를 끊임없이 다시 대면하게 된다. 감정의 내용뿐만 아니라 행동 방식에서도 어머니와 자식 관계에서 형성된 반응과 가치관에서 나오는 일정한 양식을 따른다. 우리가 육체적 삶을 대하는 태도부터 우리 몸에 관한 자존감과 자신감, 내적으로나 외적으로 보이는 개인적 기질, 근본적인 공포와 죄의식, 사랑에 빠지는 방식이나 친밀한 관계에서 처신하는 방식, 쌀쌀맞거나 혹은 따스한 마음의 온도, 태도와 취향, 음식을 먹는 방식, 생활 방식, 말버릇, 습관인 몸동작, 음색까지 이 모든 것에 어머니의 흔적이 있다. ― 8장 내 안의 어머니와 다시 만나기․251쪽에서

 

만일 어머니에게 제대로 보살핌받지 못한 것을 두고 계속해서 분노한다면 여성은 “영원히 ‘기다리는 딸’로 남게 된다.”(280쪽) 비록 외부 세계에서는 성숙한 어른의 역할을 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그녀는 성장하기를 거부한다. 또한 마음 깊은 곳에서 자신을 가치 없고 불완전한 존재로 여기게 된다.
현실의 어머니를 용서하는 일은 물론 쉽지 않다. 하지만 현실의 어머니를 용서하고 받아들이지 않으면 ‘내면의 어머니’와의 관계도 회복될 수 없다. 내가 사랑받고 싶은 방식으로 어머니가 나를 사랑하게끔 만들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어머니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어머니에게 제대로 보살핌받지 못한 딸의 고통에 언제까지나 매달려 있을 수 없다. 그 고통을 마주하고 내려놓을 때 온전한 ‘나’가 될 수 있다.

 

오늘날 여성 영웅은 자신을 과거에 묶어놓았던 자아의 굴레를 벗어버리고 자신의 영혼이 추구하는 바를 이루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을 찾기 위한 분별의 칼을 들어야 한다. 어머니를 향한 분노를 놓아버리고 아버지를 비난하거나 우상화하는 것을 그만두어야 한다. 자신의 어둠을 대면할 용기를 찾아야 한다. 그녀의 그림자는 이름 지어주고 껴안아줘야 할 바로 자신의 것이다. ― ‘맺음말’에서

 

영웅적 탐색은 권력, 정복, 지배에 관한 탐색이 아니다. “우리 본성의 여성성과 남성성 두 측면의 결합을 통해 우리 삶에 균형을 가져오는 일”이다.(241쪽) 현대의 여성 영웅은 자신의 개인적 힘, 즉 느끼고 치유하고 창조하고 사회 구조를 변화시키고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는 능력인 여성성을 회복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대면해야 한다. 이것이 오늘날 우리 삶에서 영웅과 여성 영웅을 재정의해야 하는 이유이다.

 

 

 

 

 

 


지은이 · 옮긴이

 

 

모린 머독(Maureen Murdock)
융 심리학에 기반을 둔 심리 치료사이며 교육자, 작가, 사진가로 활동하고 있다. 샌타바버라의 퍼시피카 대학원과 소노마 주립대학교, 앤티오크 대학에서 상담 심리와 심층 심리학을 가르쳤다. 대학 강의와 일반인 대상 프로그램을 통해 자기 성찰을 위한 자서전 쓰기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내면으로의 여행(Spinning Inward)》과 《여성 영웅의 탄생(The Heroine's Journey)》 두 권의 책으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조지프 캠벨의 ‘영웅의 여정’에서 영감을 얻어 쓴 《여성 영웅의 탄생》은 여성 정신에 관한 이해의 폭을 획기적으로 넓힌 놀라운 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 책에서 머독은 딸이자 어머니, 예술가, 심리 치료사로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삼아 고대 그리스, 수메르, 인도, 켈트족의 신화와, 상담실을 찾아온 여성들의 꿈 상징을 차용해 삶의 의미를 잃고 우울증과 상실감에 시달리는 여성의 심리적 고통을 치유하는 길을 제시해준다. 이밖에 《영웅의 딸(Fathers’ Daughters)》, 《Unreliable Truth)》, 《Hooked On Hope)》 등을 썼다.

 

고연수
전남대학교 사범대학을 졸업했고, 현재 번역가로 일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토드를 위한 심리 상담》이 있다.

 

 



감사의 말
머리말  여성은 어떻게 영웅이 되는가


1장 영웅의 길에 선 여자들
남성의 언어에 갇힌 여성
여자이기를 거부하는 소녀들
내면의 ‘그림자’가 된 어머니
모성 공포증, “난 엄마처럼 살지 않을 거야.”
성장을 가로막는 이중 메시지
좋은 어머니가 위험한 이유
성모 마리아와 매춘부
어머니에게 거부당한 딸


2장 ‘아버지의 딸’
내면의 아니무스와 아버지
도전과 성공의 조련사, 아버지
제우스 머리에서 태어난 아테나
영웅의 길에 들어서다
갑옷 입은 아마조네스의 내면
열등감과 완벽주의
아버지와 벌이는 게임


3장 시련의 길
괴물과 용의 대면
의존성의 신화
‘열등한 여성’의 신화
괴물 폭군 죽이기
낭만적인 사랑의 신화
에로스와 프시케


4장 성공의 덫
슈퍼우먼 환상
여성스러움 경멸하기
강한 여성의 딜레마
공허감은 어디에서 오는가


5장 배신당한 딸
우울과 상실의 늪
내면에서 우는 아이
배신당한 이피게네이아
아버지라는 신의 배신
길들여진 딸들 : “나는 항상 가면을 쓰고 있었어요.”
가짜 목소리 거부하기
왕은 죽어야만 한다


6장 내 안의 여신을 만나다
우울증, 자발적 소외의 시간
잃어버린 나의 조각들을 찾아서
데메테르와 페르세포네
모녀 분리와 인격의 변형
어둠으로 하강하는 이난나 여신
암흑의 어머니 만나기
고통 대면하기와 자기 치유


7장 여신의 귀환
내 안의 어린아이 만나기
학대받은 몸, 잃어버린 성
신성한 여자는 왜 요부가 되었나?
다이어트와 중독, 몸을 거부하는 여자들
내 몸의 주인 되기
억눌린 감정, 과거에 묶인 나
슬픔 속에 머무르기
‘거미 할머니’의 지혜
수호하는 여성
창조하는 여성
정화하는 여성


8장 내 안의 어머니와 다시 만나기
어머니에게 외면당한 딸들
어머니 콤플렉스
모성을 찾아가는 순례
현명한 여성 ‘헤스티아’ 만나기
‘어머니 대지’의 품에서 치유받기
지혜의 안내자 할머니
신화를 창조하는 여성들
나의 언어로 말하기
‘마녀’와 ‘계모’ : 동화 다시 쓰기


9장 성배와 ‘남자다움’의 신화
상처 입은 남성성의 치유
폭군이 된 남성성
남자다움 내려놓기
지혜로운 여성과 가슴을 가진 남성
치유하는 여성, 힐데가르트
여성성과 남성성의 신성한 결혼


10장 끝나지 않은 영웅의 여정
남성과 여성을 넘어서
피라미드 사회와 원의 공동체
원의 순환, 원의 평등
오메테오틀, 여자이면서 남자인 신
영지주의와 켈트 기독교
함께 여행하는 순례자들


맺음말  여성 영웅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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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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