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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미,카비르,머튼,틱낫한이 노래하는
사랑과 기쁨의 연금술
어두운 마음에 불을 켜고 고요히 그 안을 들여다보라.
나무와 새와 바람의 소리를 들어라.
‘나’는 ‘너’이고. ‘우리’는 사랑이다.
“지금이 바로 삶을 가득 껴안을 수 있는 시간이며,
그럴 때 삶은 기적이 된다.”
내면의 어두운 밤을 환히 밝히는 사랑과 기쁨의 노래
《영혼을 깨우는 시읽기》는 13세기 페르시아의 수피 신비주의자 루미부터 15세기 인도의 종교개혁가 카비르, 20세기의 가톨릭 영성 지도자 머튼, 평화운동가이자 ‘깨어있기’ 명상을 세계에 전파한 승려 틱낫한의 작품까지, 우리 내면 깊은 곳의 영혼을 흔들어 깨우는 시 60편을 소개한다. 저자 이현경은 각 시인의 대표작 15편씩을 엮고, 영혼을 깨우는 시를 처음 접하는 독자를 위해 각 시마다 짤막한 해설을 덧붙였다. 더불어 시인의 삶과 사상과 작품 세계를 상세히 소개하는 글을 함께 실어 더욱 풍성한 내용을 담은 ‘영혼을 깨우는 시집’이 완성되었다.
시는 가슴이 먼저 알아듣는다. 머리가 이해하기 전에, 까닭 모를 눈물과 탄식과 환희에 사로잡힌다. 어떤 시들은 감정의 현(絃)을 건드리는 것을 넘어 우리 안에 있는 진실한 존재, 영혼에 직접 다가선다. 가슴 밑바닥까지 내려와 쉽게 잠잠해지지 않는 소용돌이를 일으키고, 혹은 갑자기 불을 켠 듯 어두웠던 마음 구석을 밝혀준다.
첫 장을 여는 ‘루미’의 시들은 신과의 합일을 향한 열망을 아름답고 놀라운 사랑의 언어로 표현한다. 그는 더없이 애틋하고 간절한 목소리로 모든 것을 사랑에 걸라고, 심지어 “사랑 안에서 죽으라”고 말한다. 평생 베를 짜며 소박하게 살면서 구도자의 길을 간 ‘카비르’는 구도의 길을 묻는 이들에게 가슴을 따르라고 일러준다. 진리가 멀리 있다고 믿고 이를 찾아나서는 일이 얼마나 어리석은지를 따뜻하고 유쾌한 노래로 일깨워준다.
‘토머스 머튼’의 시에서는 침묵 속에서 길을 찾는 수도자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고독에 잠길 때 수도원의 벽들이 영혼에 말을 걸어오고 숲에서 나무와 새와 바람과 더불어 멋진 예배를 드리게 되는 순간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틱낫한’의 시들은 세상 만물이 연결되어 있음을, ‘서로 안에 있음’을 일깨워준다. 그리하여 ‘나’는 곧 ‘너’임을 아는 순간, 자비로운 마음이 깨어난다.
‘영혼을 깨우는 시’를 읽는 것은, 늘 쫓기듯 앞으로만 나아가는 일상의 수레바퀴를 잠시 멈추고 지금 나의 마음자리를 고요히 들여다보는 것이다. 시간과 공간을 가로질러 삶의 진실을 전하는 시인들의 발길을 따라 참된 자신을 찾아가는 가슴 설레는 내면의 여정이다.
그러나
그런 이야기들에 만족하지 말라.
다른 사람들이 어찌 했다는 그런 이야기는
너 자신의 신화를 펼쳐라.
복잡하게 설명할 것 없이
하여 누구나 그 여정을 이해할 수 있도록
너에게 모든 게 열려 있으니
- 루미, <너 자신의 신화를 펼쳐라>에서
“이 사랑 안에서 죽어라.”
- 루미와 ‘사랑의 연금술’
메블라나 젤랄룻딘 루미(1207?~1273?)는 13세기 페르시아를 대표하는 시인이자 신학자, 수피 신비주의자이다. 그는 오늘날 아프가니스탄의 북부 지역 발흐에서 명망 있는 신학자인 바하엣딘 왈라드의 아들로 태어났다. 1219년 무렵 루미의 가족은 몽고의 침략을 피해 방랑길에 올라 1220년경 아나톨리아의 룸 지방에 이르렀는데, 이때부터 룸에서 온 사람이란 뜻인 루미로 불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후 터키 콘야로 옮겨 가 그곳에서 존경받는 수피즘(이슬람 신비주의 사상) 지도자가 되었다.
루미의 시 세계를 대표하는 시집은 영혼의 도반이었던 샴스엣딘과 나눈 정신적 사랑을 노래한 《타브리즈의 샴스 시집》과 페르시아의 코란이라 불리는 위대한 교훈시집 《마스나비》 두 권이다. 루미의 시에는 하층민부터 상류층 사람들까지 다양한 인간들이 빚어내는 종교적, 문화적, 정치적, 성적, 가정적 사건과 일화가 실려 있다. 루미는 자신이 만든 신비로운 회전 춤을 추며 신의 가슴에 녹아드는 황홀함을 느꼈고, 자신의 시에서 ‘모든 것을 사랑에 걸어야 한다’고 절절히 노래했다. 루미가 말한 사랑이란, “분리된 인간이라는 헛된 생각에서 벗어나 신과의 합일 안에, 궁극의 실재인 빛나는 사랑 안에 잠기라는 것”을 뜻한다. 그리하여 그는 “모든 대립을 하나로 아우르고, 속된 것들이 신성함을 되찾는 사랑의 연금술이 부디 각 사람의 가슴에서 이루어지기를” 기원했다.
20세기 후반부터 루미의 시는 서구에서 크게 주목받기 시작했고, 2007년 유네스코에서는 루미 탄생 800주년을 맞아 ‘세계 루미의 해’를 선포하기도 했다.
인간이란 여인숙
매일 아침 새로운 손님이 도착한다.
기쁨, 우울, 초라함
몇 가지 순간적인 깨달음들이
뜻밖의 손님으로 찾아온다.
……
그 누가 오든지 감사하라.
각각의 손님은 안내자로서
저 위로부터 보내졌을 테니.
- <여인숙>에서
“인간이란 여인숙, 그것도 꿈으로 지은 여인숙이다. 많은 것이 꿈처럼 몽롱하여서 자신의 삶에 다가오는 사람들, 경험들, 상황들의 실상을 생생하게 보지 못한다. 돌이켜 보면 장미의 향기와 색깔에 취해 기쁨이라 이름 붙이고 다가갔다가 가시에 찔리는 아픔을 맛본 적이 얼마나 많았던가. 눈물 뚝뚝 흘리도록 슬픔의 긴 옷자락을 끌고 왔던 일이나, 자신의 내면을 ‘난폭하게 휩쓸고 가구들을 다 없애는’ 듯한 고통스런 경험 끝에, 별빛 같은 깨우침을 얻고 새로운 변화와 성장으로 돌아선 일 또한 얼마나 많았던가. …… (루미는) ‘감사하라’고 말한다. 기쁨의 모습으로 오든 슬픔의 모습으로 오든, 그 모든 것은 손님, ‘나’라는 여인숙에 꿈결처럼 잠시 머물다 떠나갈 손님일 뿐이므로. 그것도 위대한 근원이 축복 속에 보낸 안내자이므로.” (20쪽)
각자의 내면에는 가을이 계속된다네.
우리의 잎들은 떨어져 물 위로 날아가지.
까마귀 한 마리가 검은 나뭇가지에 앉아
가버린 것들을 이야기한다네.
그래야 비로소 그대의 관대함이 돌아온다네.
봄이, 촉촉함이, 지성이
그리고 히아신스와 장미의 향기가
또한 삼나무의 향기가 돌아온다네.
- <내면에는 가을이 필요하다네>에서
“지금 바깥의 계절이 여름이든 겨울이든 상관없이 내면의 계절은 가을이다. 인생을 사계절로 보았을 때 현재 봄으로 피어나든 얼어붙은 겨울을 통과하는 중이든, 마음 속 계절만은 가을이어야 할 것이다. 계속 잎들을 떨구어 새로움을 회복하려면 말이다. …… 생각이 끌고 가는 운명은 돌처럼 굳은 사고를 벗어나지 못하는 고뇌의 운명이다. 내면에서 생각의 잎새들이 떨어지고 마음이 비워져야 봄처럼 촉촉하고 생명을 품는 운명이 찾아온다. 그런 삶에 들꽃이 아름답게 피어나고 장미와 삼나무의 싱그러운 향기가 풍긴다.” (37쪽)
“그대 안에서 님을 찾으라.”
- 카비르, 일상에서 찾은 신의 숨결
15세기 인도의 종교개혁가였던 카비르(1440?~1518)는 오늘날 인도인들에게 널리 사랑받는 시인이다. 그는 “수백만 북인도인들이 믿는 종파인 시크교의 창시자인 나나크를 포함해 인도의 정신적 인물들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인도의 시성 타고르 역시 카비르의 시에서 깊은 영향을 받았다. 카비르는 겉보기에는 평생 글을 모르는 문맹이자, 베틀 일을 하며 소박하게 살아간 가난한 하층민이었다. 하지만 힌두교와 이슬람교를 융합하는 종교 사상을 일구고, 오늘날까지 인도와 전 세계에 진리의 영감을 불어넣는 시들을 남긴 탁월한 영혼의 소유자였다.
다른 종교인들과 달리 카비르는 금욕적이거나 종교 예식을 중시하는 삶을 추구하지 않았다. “오히려 가정생활 및 하루하루 이어지는 일상의 현실성과 가치를 사랑과 절제의 기회로서 찬양했고, 자신들의 거룩함을 돋보이게 하려는 요가 수행자들의 노력들을 경멸했다.” 그리하여 카비르는 당시 인도 사람이 친근하게 느끼는 요소인 구루와 제자, 순례자, 농부, 철새 따위를 시에 등장시켰다. 또한 대중적인 힌디어와 방언, 문어체가 아닌 구어체로 시를 읊음으로써 서민들에게 폭넓은 공감을 얻었다. 카비르는 베를 짜며 일상생활 요소 모든 것에 두루 스며 있는 ‘님’을 유쾌하게 노래한 음유시인이었다.
꽃들의 정원으로
가지 말아요.
친구여
거기 가지 말아요.
그대 몸 안에
꽃들의 정원이 있답니다.
- <꽃들의 정원으로 가지 말아요>에서
“이 시는 밖으로 나서는 마음의 옷자락을 붙잡는다. ‘가지 말아요./ 그대 몸 안에/ 꽃들의 정원이 있답니다.’라고 속삭인다. 멀지도 않고 어쩌면 더 아름다울 수도 있는 꽃들의 정원이 내 안에 있다고 가리킨다. 회광반조(廻光反照)라고 했다. 밖으로 향하던 시선, 의식의 빛을 거두어 자신의 안을 비추라는 말이다. 그렇게 내면을 향하여 거기 이미 찬란한 꽃들의 정원에 자리를 잡으라고 이끈다.” (78쪽)
물속의 물고기가 목마르다는 말을 듣고
나는 웃었다.
실제가 자기 집에 있는 걸 못 보고
그대는 숲에서 숲으로
끝도 없이 헤맨다.
- <물속의 물고기가 목마르다>에서
“삶의 매 순간이 기적이라고 한다. 버스를 타고 안전하게 출퇴근을 하고, 직장을 다니며 할 일이 있고, 가족과 맛있는 식사를 할 수 있는 일상생활이 모두 은총 속에서 이루어진다. 그런데 늘 부족함을 헤아리며 더 좋은 것을 갈구하는 심사는 ‘물속의 물고기가 목마르다’ 하는 것과 같다.
목이 마르다고, 행운이 필요하다고, 더 많은 축복을 달라고, 삶이 더 유쾌하고 기뻤으면 좋겠다고, 여기저기로 끝도 없이 헤매보아도 답은 없다. 행복과 기쁨을 발견하고 목마름을 풀려면 자신의 영혼으로 돌아와야 한다. 그 영혼은 이미 행복과 기쁨의 출렁임 속에 미소 짓고 있다.” (104쪽)
“나의 끝에 나의 시작이 있다.”
- 토머스 머튼, 고독과 묵상의 참뜻을 노래한 영혼의 시인
20세기를 대표하는 영적 스승으로 꼽히는 토머스 머튼(1915~1968)은 가톨릭 신부이자 작가, 평화운동가였다. 머튼은 엄격한 금욕주의 전통을 지닌 트라피스트 수도회의 신부이자, 37권의 방대한 저술을 남기고 수백 편의 글을 쓴 인기 작가이기도 했다. 그는 평생 은수자(隱修者)로서 삶을 갈망했으면서도 달라이 라마를 포함해 전 세계의 종교가와 철학자, 예술가들과 폭넓게 교류했다.
머튼은 1941년부터 27년간 미국 켄터키에 있는 겟세마니 수도원에서 생활하면서 자전적 고백록인 《칠층산》, 《명상의 씨앗》, 《요나의 표징》 같은 저작을 내놓아 전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에게 영적으로 큰 영향을 끼쳤다. 그는 글쓰기를 병행하면서 철저한 고독 속에서 내면을 수련해 나갔다. 그의 시에서는 신의 근원에 닿고자 묵상하는 수도자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나중에 머튼은 가톨릭을 뛰어넘어 동양 종교까지 관심을 넓혔다. 머튼은 선불교에 심취했고, 특히 장자를 좋아하여 1965년에 《장자의 도(道)》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한편, 1960년대는 핵전쟁의 위협이 거세지고 미국 내에서 인종 갈등이 첨예해지는 등 세계가 파국으로 치닫던 시대였다. 머튼은 여러 매체에 핵전쟁에 반대하는 글을 기고하고, 인도 콜카타에서 열린 세계 종교 간 회의에서 ‘우리는 이미 하나이며, 우리가 되어야 하는 것은 본디 그대로의 우리’임을 호소하는 등 평화를 위해 힘썼다.
고요하라
벽의 돌들에 귀를 기울여라.
침묵하라,
벽들이 말하려 한다.
그대의 이름을
누가(잠잠하라)
그대인가(이 돌들처럼 잠잠하라).
생각하지 마라.
그대가 무엇인지
언젠가 무엇이 될지는 더더욱
그보다
그대 자신인 것이 되라(하지만 누구인가?)
생각으로는 알 수 없는
그대가 모르고 있는 자신이 되라.
- <침묵 속에서>에서
“고요 안에 자리를 잡으면 바람 소리, 물소리, 심지어 벌레들이 기어가는 소리 등 온갖 소리에 귀가 열린다. 온몸의 살갗과 존재의 모든 부분이 열려 진리를 들을 준비가 된다. 그때 벽이, 벽의 돌들이 살아서 건네는 말을 들을 수 있다. 그 말은 ‘생각으로는 알 수 없는/ 그대가 모르고 있는 자신’을 향한 말, 참된 존재를 향한 말이다. 오로지 잠잠하게 침묵해야 듣게 된다. 생각으로는 알 수 없는 말, 비밀스레 불타오르는 혹은 빛나는 그 말을.” (127쪽)
나는 공부했으나
공부는 아무것도 가르쳐주지 않았다.
나는 배웠으나
곧바로 모든 것을 잊었다.
잊어버리자, 지식으로 무거워졌다.
견딜 수 없는 텅 빈 지식으로
- <지혜로움>에서
“삶의 진실에 눈뜨게 하는 것들은 공부로 배운 지식에서 오지 않는다. 진정한 이해의 무게감을 감당할 수 있는 앎은 텅 빈 지식이고, 머리가 아니라 가슴이 열려 흘러나오는 지혜다. 그 지혜로 지나가는 이웃에게 미소 지을 줄 알고, 가로수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의 느낌을 새롭게 감지할 수 있다. 다정한 손길, 따뜻한 말 한마디, 겸손하고 진실한 태도는 열린 가슴의 지혜가 몸으로 드러난 모습이다.” (129쪽)
“발걸음마다 피는 꽃”
- 틱낫한, ‘깨어있는 마음’으로 마주하는 삶
베트남 출신의 승려 틱낫한(1926~ )은 달라이 라마와 함께 이 시대의 살아 있는 부처로 존경받는 선승이다. 불교사상의 사회적 실천을 강조해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강연 활동을 하는 교사이자 평화운동가이고 환경운동가이다. 또, 100권이 넘는 방대한 저서를 출간한 작가이자 시인이기도 하다.
젊은 시절에 틱낫한은 베트남의 참상을 알리고 전쟁 반대를 호소하기 위해 1968년 프랑스로 건너가 불자평화대표단 단장 일을 맡았다. 그후 베트남 전쟁이 종식되었지만 다시는 조국으로 돌아갈 수 없는 망명자의 삶을 살았다. 1982년부터 프랑스에 정착하여 보르도 인근에 명상 공동체 ‘플럼빌리지’를 세우고 이끌고 있다.
‘반전 시인’ 틱낫한은 베트남의 참상을 담은 시를 영어로 써서 전 세계에 알렸다. 그는 망명지에서 조국의 소식을 듣고 괴로워하면서도 마음의 중심을 잃지 않고 비폭력과 평화, 자비의 가르침을 설파했다. 또한 틱낫한은 베트남의 젊은이들이 비극적 전쟁으로 지쳐 갈 때, 어떤 상황에서도 깨어있기(mindfulness) 수련을 해야 하는 이유와 그 실천 방법을 알리고자 했다. “매 순간 현존하며 삶과 만나기 위해서는 밥을 먹을 때나 일을 할 때나 걸을 때나 깨어있는 마음을 지녀야 한다.”는 것이다. 틱낫한 사상의 또 다른 정수는 ‘서로 안에 있음(interbeing)’ 사상이다. 그에 따르면, 세상 만물이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나’는 곧 ‘너’임을 깨닫는 순간, 내면에서 저절로 자비의 마음이 일어나게 된다. 지금도 그는 ‘깨어있기’와 ‘서로 안에 있음’을 일상에서 실천하도록 사람들을 일깨우고 있다.
해가 내 안으로 들어온다.
구름과 강과 더불어 내 안으로 들어온다.
나 또한 강으로 들어간다.
구름과 강과 더불어 해로 들어간다.
우리가 서로 안에 들어가지 않는
그런 순간은 없다.
그렇지만 내 안으로 들어오기 전,
해는 이미 내 안에 -
구름과 강과 더불어 내 안에 있었다.
강으로 들어가기 전,
나는 이미 그 안에 있었다.
우리가 서로 안에 들어가 있지 않는
그런 순간은 없었다.
- <서로 안에 있음>에서
“모든 사물은 무수한 인연에 상호 의존하여 성립되므로 겉으로 별개인 듯 보여도 그 본체는 하나라는 사상이다. …… 이것이 아주 작은 것에도 큰 것이 포함되고 서로가 서로 안에서 발견되는 마음자리다. 이 자리를 깨친 사람은 분리된 ‘나’를 내세우고 주장하기 위해 벌이는 온갖 심리 게임을 훌쩍 넘어설 것이다. 자신 안에서 해와 강을 보고, 거리나 타인들 속에서 자신을 보기에 세상 모든 것들과 연결을 이룰 것이다. 아주 광대한 마음 안에서 매 순간 영원을 살 것이다.” (187쪽)
나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있다.
아니다, 울고 있는 게 아니다.
나의 외로움을 따뜻하게 해주려고,
지켜주는 두 손으로
길러주는 두 손으로
내 넋이 분노 속에서
나를 떠나지 못하게 막으려고,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있는 것이다.
- <따뜻함을 위하여>
“때로 고통이 극에 달한 순간, 가슴이 무너지고 넋이 떠나버릴 것 같은 분노의 순간을 경험한다. 무엇도 나를 달래줄 수 없을 듯한 그 순간에도 두 손이 있으면 나를 감쌀 수 있다. 두 손만 있으면 자신의 외로움을 따뜻하게 다독일 수 있다. 마지막까지 절망해버린 사람, 세상에는 희망을 걸 만한 그 무엇도 남아 있지 않다고 고개를 떨구는 사람에게, 이 시는 가만히 위로의 빛을 비추어준다. 자신의 힘으로 넋을 지킬 수 있다고, 두 손만 있어도 자신을 일으켜 세울 수 있다고.” (214쪽)
엮고 옮기고 해설한 이
이현경
의사소통 전문가. 교육학 박사.
대학 시절 사회 현실에 눈떠 민주화 운동에 참여하고 노동교육 발전에 힘썼다. 그 후 인간관계의 갈등 해결에 주목하여 의사소통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강의해 왔다. 사회 문제나 갈등의 근본적 해결을 고민하면서 인간 내면의 변화가 중요함을 깨달았다. 이를 위해 몸과 마음과 영혼의 통합적 성장을 다룬 가르침들을 섭렵하며 마음공부를 해 왔다. 깨어있기(mindfulness)에 기반을 두고 의사소통과 자기성찰을 통합적으로 다룬 《온전함에 이르는 대화》, 삶의 괴로움에서 벗어나 자신의 영혼에 눈뜨도록 이끌어준 28권의 책에 관한 기록인 《영혼을 깨우는 책읽기》를 썼다.
현재 의사소통 교육 및 강연을 하며, 교육센터 ‘마음의 씨앗’(blog.naver.com/innerteacher)에서 ‘마음비추기 피정’ 진행자로도 활동 중이다.
email_ hklee108@naver.com
차 례
들어가며 / 감사의 말
1장 사랑의 연금술 / 루미의 시
여인숙
생각 너머
이 고독
너 자신의 신화를 펼쳐라
모든 것을 사랑에 걸어야 하리
새벽의 산들바람
내면에는 가을이 필요하다네
새로운 사랑 안에서 죽어라
지금 우리가 가진 이것
나는
풍경 뒤에
나는 있다 그리고 없다
달콤쌉싸름한
사랑의 연금술
우리는 피리와 같으니
•루미의 삶과 시 세계
2장 가슴을 따라 내 님께로 / 카비르의 시
그대 안에서 님을 찾으라
꽃들의 정원으로 가지 말아요
물과 물결
모든 숨의 숨
달이 내 안에서 빛나건만
가슴을 따라 내 님께로
깨어나라
이 진흙 항아리 안에
어느 강기슭으로 건너려는가
마음의 그네
살아 있는 동안
물속의 물고기가 목마르다
수행자
환영을 떨쳐버리는 길
이 몸은 님의 현악기니
•카비르의 삶과 시 세계
3장 침묵이 손짓하는 곳으로 / 머튼의 시
침묵 속에서
지혜로움
신성한 가슴
줄곧 아래로
침착한 수도자의 영혼 안에 있을 때
저 홀로 부르는 노래
멋지고 꾸밈없는 예배
그대가 천상의 빛을 찾는다면
밤에 꽃피는 선인장
나무들이 무를 말하는 겨울을 사랑하라
이방인
인간은 도 안에서 태어난다
나의 끝에 나의 시작이 있다
큼과 작음
신발이 잘 맞을 때
•머튼의 삶과 시 세계
4장 발걸음마다 피는 꽃 / 틱낫한의 시
서로 안에 있음
숲에서
변형된 환영
만월
수레바퀴 멈추기
여행
하나됨
파드마파니
삶과 죽음
늙은 탁발승
따뜻함을 위하여
모두를 원한다고 말하리라
참된 유산
산책 명상
호흡
•틱낫한의 삶과 시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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