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교양인/사회과학

더블스피크

by 교양인 2025. 8. 29.

더블스피크 _ 윌리엄러츠

 


 

“계엄령이 계몽령으로, 폭동이 저항권으로 분칠되는 어둠의 시대를 명료하게 헤쳐 나가게 해줄 교양 필독서” _ 조효제(성공회대 명예교수)

 

말이 진실을 감추는 방식을 밝힌
더블스피크에 관한 고전적 저작

언어가 진실을 감추고 권력을 미화할 때, 우리는 어떤 현실을 마주하게 되는가? 

영국 작가 조지 오웰이 소설 《1984》에서 묘사한 ‘뉴스피크(newspeak)’와 ‘이중사고(doublethink)’ 개념은 훗날 ‘더블스피크(doublespeak)’라는 말로 확장되어 거짓을 진실처럼 포장하는 말의 힘을 경고하게 되었다. 《더블스피크》는 그러한 언어의 실제 모습을 추적하고 언어의 악용을 분석하는 데 평생을 바친 미국의 언어학자 윌리엄 러츠의 대표작이자 ‘더블스피크’라는 개념이 대중화되는 데 결정적 영향을 끼친 책이다. 

《더블스피크》는 언어가 어떻게 정치와 권력의 도구가 되어 사회적 기만을 가능케 하는지 통렬히 파헤친 고전적 저작이다. 정부의 공식 담화, 기업 광고 문구, 언론 보도와 일상의 언어에 이르기까지 우리 곁의 말들 속에 숨은 기만적 의도를 날카롭게 드러낸다. 러츠는 풍부한 사례를 통해 권력자들이 책임 회피와 여론 조작을 위해 어떻게 말을 조작해 왔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사람을 죽였다”는 사실을 “생명의 불법적 또는 임의적 박탈”이라고 표현하고, 군사 작전의 민간인 희생을 “부수적 피해”로 얼버무리는 식의 완곡어법이 대표적인 예다. 언뜻 그럴듯해 보이는 이러한 말들이 실은 진실을 희석하고 거짓을 은폐하는 도구임을 저자는 예리하게 지적한다.

정당한 정부를 불법적으로 전복하는 행위를 ‘정부 탈안정화’라고 표현하고, 거짓말을 ‘효력을 상실한 발언’이라고 부른다면, 책임을 회피하고 나쁜 짓을 미화하고 부정적인 일을 긍정적인 일로 포장하고 불쾌한 것을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드는 이중화법을 구사하는 것이다. 이중화법은 소통하는 척하면서 사실상 소통을 거부하는 말이다. 우리의 현실 인식을 바꾸고 우리의 사고를 오염시키기 위해 고안된 말이다. 이런 말들은 우리의 문화와 문명을 발전시키고 보전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 기만의 언어는 의심과 냉소와 불신, 그리고 궁극적으로 적대감을 낳는다. (41쪽)

 

언어는 어떻게 권력의 도구가 되고,
대중의 판단력을 마비시키고,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가

저자는 더블스피크가 단순한 말장난이나 수사가 아니라 대중의 판단력을 마비시키는 위험한 무기라고 경고한다. 정치 연설의 미사여구, 관료 조직의 난해한 전문용어, 광고 속 과장된 표현 등 다양한 형태의 더블스피크가 모두 진실을 흐리는 공범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언어는 겉으로는 소통을 가장하지만 실상은 생각을 멈추게 만들고, 잘못을 덮어 권력을 공고히 한다. 이 책은 언어 뒤에 숨어 작동하는 권력의 의도를 낱낱이 해부함으로써, 우리가 당연시했던 말들이 어떻게 우리의 시야를 가려 왔는지 깨닫게 한다. 

 

1989년 초판 출간 이후 《더블스피크》는 언어와 권력 문제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필독 고전으로 자리매김했다.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진실을 둘러싼 ‘언어의 전쟁’은 계속되고 있으며 오히려 더 교묘해지고 있다. 가짜 뉴스와 ‘탈진실’의 시대를 통과하는 오늘의 독자들에게 이 책의 통찰은 더욱 절실하다. 말의 이면을 읽어내는 눈을 뜨는 것, 그것이 혼돈의 시대에 진실을 지키는 첫걸음임을 《더블스피크》는 묵직하게 일깨워준다. 

“언어의 목적은 진실을 전달하는 것입니다. 이는 민주주의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모든 시민이 나라가 직면한 문제에 대해 결정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이런 문제들을 명확하고 정직한 언어로 토론할 수 없다면, 유권자들은 제대로 된 선택을 할 수 없습니다.” (윌리엄 러츠)

 

1945년 일본 천황은 이렇게 항복을 선언했다. “전황이 반드시 일본에 유리하게 전개된 것은 아니다.” 1983년 대한항공 007편을 격추시킨 소련 정부는 이렇게 사건을 설명했다. “대공 방어용 요격 전투기가 항공기를 멈추라는 지휘본부의 명령을 수행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정확하지도 않다. 이중화법의 목표와 쓰임새는 회색의 언어로 인간의 정신을 교묘하게 비틀고 조종하는 데 있다. 이런 식의 화법을 구사하는 순간, 언어는 강력한 유도성 흡인력을 발휘하여 개인과 집단을 부지불식간에 혼돈에 빠뜨린다. 
이중화법 범람의 시대에 우리는 시민, 소비자, 시청자, 학생, 환자, 유권자로서 인지적 좀비가 되어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옹호할 수 없는 것을 옹호하려는 권력가와 자본가의 의도를 충실하게 따르고 있지 않은가? 공자는 정명(正名)을 희구했고, 예수는 “오직 너희 말은 옳다 옳다, 아니라 아니라 하라”고 가르치지 않았던가. 조지 오웰의 《1984》가 이중사고의 조기경보라면, 윌리엄 러츠의 《더블스피크》는 이중화법의 야전교범이다. 계엄령이 계몽령으로, 폭동이 저항권으로 분칠되는 어둠의 시대를 명료하게 헤쳐 나갈 수 있게 해주는 단호하고 신랄한 교양 필독서다. _ 조효제(성공회대 명예교수)

“러츠는 정부, 기업, 언론이 어떻게 언어를 비틀어 사실을 흐리고 책임을 회피하는지를 설득력 있게 폭로한다.” _ 뉴욕타임스

“날카롭고 유쾌하며, 동시에 무섭도록 현실적인 책.” _ 워싱턴포스트

“웃음을 자아내지만, 그 웃음이 오래가지 않는다. 웃음 뒤에 남는 건 불편한 진실이다.” _ 로스앤젤레스타임스

 


 

은폐된 말, 가려진 의미, 삭제된 현실
《더블스피크》가 그 장막을 걷어낸다

‘더블스피크(이중화법)’라는 개념을 대중화하며 그 기만적 속성을 폭로해 온 윌리엄 러츠의 대표작 《더블스피크》가 국내 최초로 출간됐다. 러츠는 정치·경제·군사 영역에서 사용되는 수많은 이중화법 사례를 수십 년간 추적하고 분석하며, 왜곡된 언어가 민주주의를 어떻게 약화시키는지 경고해 왔다. 《더블스피크》는 사회 곳곳에 스며든 언어 조작과 왜곡을 기록한 러츠의 오랜 탐구의 결실이다. 1989년 초판 출간 이후 지금까지 더블스피크에 관한 고전적 저작으로 평가받으며 정치 담론과 광고 언어 연구의 분석 틀을 제공해 왔다. (이번에 출간하는 한국어판은 2015년 개정판을 저본으로 삼았다.) 
가짜 뉴스와 탈진실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 책은 권력의 언어에 휘둘리지 않고 스스로 비판적으로 생각하기 위한 지적 무기이자 생존 매뉴얼이 되어줄 것이다. 

 

‘이태원 참사’가 아니라 ‘사고’? 주 69시간 노동이 ‘근로시간 유연화’? 
- 가짜 뉴스와 탈진실의 시대에 넘쳐나는 이중화법  

[계몽령] 2025년 1월 23일 탄핵심판 4차 변론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변호인이 사용. 불법 비상계엄을 국민 계몽 조치로 미화하고 옹호하는 시도로 비판받았다.

[재의요구권] 2024년 6월 윤석열 정부의 법무부가 ‘대통령 거부권’을 지칭하며 사용. 법률 용어라는 근거를 내세웠지만 잦은 거부권 행사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줄이려는 더블스피크였다.

[근로시간 유연화] 2023년 3월 고용노동부 장관이 발표. 주 52시간제를 유지한다고 했지만 연장근로 단위 확대를 통해 사실상 주 69시간 노동까지 허용하는 방침이었다. 장시간 노동을 ‘유연화’로 포장하는 말. 

[이태원 사고] 2022년 10월 29일에 일어난 이태원 참사에 대해 정부가 ‘참사/희생자’ 대신 ‘사고/사망자’라는 용어 사용을 지시했다. 사건의 성격과 책임을 희석하는 더블스피크. 

[대안적 사실] 사실이 아닌 주장을 그저 “다른 유형의 사실”인 양 포장한 표현이다.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사용하면서 널리 알려진 말.

[고강도 심문 기법] 가혹한 고문. 미국 정부가 물리적, 심리적 고문을 정당화하기 위해 사용한 용어. 

[특별 군사 작전]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칭한 표현. 침략 전쟁이라는 부정적 인식을 감추고, 공격 행위를 그럴듯하게 포장한다. 

[부수적 피해] 미국 국방부가 군사 작전에서 민간인 사망이나 민간 시설 파괴를 지칭할 때 사용하는 표현. 민간인 학살·피해라는 현실을 ‘부수적’이라는 말로 축소해, 전쟁 책임과 도덕적 비극을 희석하는 전형적인 군사 더블스피크.

[희망퇴직] 기업들이 정리해고를 미화하여 부르는 말. 겉보기에는 직원이 ‘자발적으로’ 회사를 떠나는 것처럼 포장하지만, 실제로는 강요에 가까운 해고 수단이다. 

[4대강 살리기] 2008년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국가 하천 정비 사업 명칭. 대규모 토목공사를 생태 복원으로 포장하는 말.

[올바른 역사교과서] 2015년 박근혜 정부가 역사 교과서 국정화 과정에서 사용한 표현. 국정화를 ‘올바름’으로 규정해 다양성과 비판을 가린다는 비판을 받았다.

 

옹호할 수 없는 것을 옹호하기 위한 말 

흔히 ‘이중화법’으로 번역되는 더블스피크는 사실과 진실을 의도적으로 감추거나, 왜곡하거나, 심지어 정반대로 뒤집는 언어를 가리킨다. 영국 작가 조지 오웰이 에세이 <정치와 영어>(1946)에서 경고한 해로운 정치적 언어, 현실을 왜곡하고 은폐하는 언어가 바로 오늘날 우리가 더블스피크라고 부르는 것이다. 

오웰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 시대에 정치적인 말과 글은 주로 옹호할 수 없는 것을 옹호하는 데 쓰인다. …… 정치적인 언어는 주로 완곡어법과 논점 회피, 그리고 순전히 아리송한 표현으로 이루어진다. …… 정치적 언어는 …… 거짓말을 진실처럼 들리게 만들고, 살인을 존경할 만한 행동으로 만들며, 순전한 풍문을 확실한 사실처럼 보이게 만들기 위해 고안된다.” (24, 25쪽) 

 

이중화법은 “부주의나 게으른 사고의 산물이 아니”라 “치밀한 사고의 산물”이다. 단순한 말실수가 아니라 의도적으로 대중의 정신을 조종하기 위해 고안된 언어다. 

정치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다만 “잘못 말한” 것일 뿐 

저자는 이중화법의 남용이 표현상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대중의 사고와 공적 담론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언어가 정치적 힘을 행사하는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음을 자각하고 이를 감시할 책임이 우리 모두에게 있음을 일깨운다. 

이중화법의 목록은 끝이 없으며, 만약 당신이 이 문제에 계속 관심을 기울여 왔다면 자신이 목도한 사례를 덧붙일 수도 있을 것이다. 독자 여러분 모두 이 문제에 관해 적극적인 비평가가 되어주기를 바란다. 이중화법을 인식하고 맞설 때 비로소 우리의 언어에서 이중화법을 걷어내는 진전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 이 책이 사실을 감추는 대신 드러내고, 책임을 회피하는 대신 받아들이고, 사고를 방해하는 대신 촉진하는 공적 언어를 만드는 데 보탬이 되길 바란다. 그리고 모든 참여자가 서로 상대의 말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을 여는 데도 힘이 되기를 바란다. (‘머리말’에서) 

이중화법은 음험하다. 사람들과 사회 집단들 간의 소통이라는 언어의 기능을 오염시키고 결국은 파괴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이중화법이 널리 쓰이다 보면 어느새 정치 영역에서 통용되는 신조어가 되고 화자와 청자 모두 이런 언어를 자신이 정말로 이해하고 있다고 확신하게 된다. 얼마 뒤 우리는 정치인들이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니라 ‘잘못 말할’ 뿐이고, 불법 행위가 아니라 단순히 ‘부적절한 행동’이며, 사기와 범죄 음모가 단지 ‘오증명miscertification’일 뿐이라고 정말로 믿게 될지 모른다. (41, 42쪽)

 

“우리는 언어의 비판적 소비자가 되어야 합니다”

이 책을 다룬 한 인터뷰에서 러츠는 “이 책이 실제로 세상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기를 기대하나요?”라는 질문을 받았다. 러츠는 이렇게 답했다. 

저는 이 책이 미디어 시대를 살아가기 위한 생존 매뉴얼 같은 역할을 하길 바랍니다. 사람들이 언어의 소비자로서 깨어 있길 바라는 겁니다. 우리는 물건을 살 때 꼼꼼히 따져보는 소비자가 되어야 한다고 말하곤 하지요. 마찬가지로 사회에서 쓰이는 언어도 그냥 받아들이지 말고 꼼꼼히 따져봐야 합니다. 우리는 상품의 소비자인 동시에 언어의 소비자니까요. 우리는 언어의 비판적 소비자가 되어야 합니다. (정부 담화, 공공기관의 문서, 법률 용어, 기업 광고에서) 허술하고 결함 있는 언어를 만나면 고장 난 가전제품을 반품하듯이 돌려주고 '제대로 된 언어, 명료한 언어'로 바꿔 달라고 요구해야 합니다.

 



더블스피크로 둘러싸인 세상

조지 오웰은 에세이 <정치와 영어>에서 정치 언어가 “완곡어법과 논점 회피, 그리고 순전히 아리송한 표현으로 이루어”지고 “거짓을 진실처럼 보이게” 한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이러한 기만적 언어가 정치 영역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우리의 일상 곳곳에서도 오웰이 우려했던 상황을 마주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중화법을 어떻게 찾아낼 수 있을까? 이 책은 이중화법의 유형을 네 가지로 분류하면서 각각의 유형을 깊이 있게 살핀다. 부드럽거나 긍정적인 단어를 통해 불편한 현실을 가리는 ‘완곡어법’, 특정 전문 집단 내부에서 주로 쓰는 말을 사용해 외부인을 배제하는 ‘전문용어’, 장황하고 난해한 말로 책임을 회피하는 ‘관료적 어법’, 의미를 과장하는 ‘부풀리기’가 그것이다. 

‘살해’가 아니라 ‘불법적이거나 임의적인 생명 박탈’

완곡어법이 듣는 이를 오도하거나 기만하기 위해 사용되는 경우에 이는 이중화법이 된다. 예를 들어 1984년에 미 국무부는 앞으로 연례 국가별 인권 보고서에서 ‘살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그 대신 ‘불법적 또는 임의적 생명 박탈’이 더 정확한 표현이라고 주장하면서 이 문구를 사용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문구를 채택한 진짜 목적은 단지 미국이 지지하는 나라이거나 자국 시민의 인권을 존중한다고 미국이 인증한 나라에서 정부의 승인을 받아 살인이 벌어지는 당혹스러운 상황을 회피하려는 것이었다. (15, 16쪽) 

‘선제 반격’이란 말은 먼저 공격했다는 뜻  

네 번째 이중화법은 평범한 것을 비범해 보이게 만들고, 일상적인 일을 인상적인 사건으로 보이게 하고, 보통 중요하게 간주되지 않는 사람이나 상황이나 사물을 중요한 것처럼 보이게 하고, 단순한 것을 복잡해 보이게 만드는 부풀려진 언어다. …… 펜타곤의 이중화법에서 ‘선제 반격’은 미군이 먼저 공격했음을 의미한다. ‘사방의 적과 교전을 시작했다’는 말은 미군이 매복 공격을 당했다는 뜻이다. (20, 21쪽)

소비자를 현혹하는 더블스피크의 마법

광고 속 이중화법은 소비자를 유혹하는 강력한 마케팅 전략이다. ‘저칼로리’ ‘프리미엄’ ‘신제품’ 같은 광고 문구는 특별한 품질 보증처럼 소비자의 지갑을 열게 한다. 식품 기업과 광고주 들은 교묘한 이중화법을 구사하며 가격을 높이면서도 소비자에게 더 나은 제품을 선택했다는 착각을 심어준다. ‘무설탕’ 과자, ‘라이트’ 맥주, ‘빠르게 효과적인’ 아스피린에 이르기까지, 저자는 광고 속 이중화법의 사례를 면밀히 살피면서 실제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광고 문구가 어떻게 소비자를 현혹하고 제품의 가치를 부풀리는지를 보여준다.

‘라이트’ 맥주, 가벼운 음식의 비밀 

몇 년 전부터 다이어트 맥주라는 게 등장했지만 잘 팔리지 않았다. 그러다 밀러브루잉컴퍼니 같은 마케팅 천재들이 나서서 ‘다이어트’를 ‘라이트lite’로 바꾸고, 운동선수 출신 모델을 대거 동원해서 ‘덜 배부른’ 맥주의 장점을 극찬하면서 판도가 완전히 달라졌다. 우리는 가벼운 음식이 정말로 무엇인지, 왜 가볍다고 하는지 알지 못하지만 슈퍼마켓에서 가벼운 음식을 사는 경우에 한 가지 사실은 알고 있다. 값이 비싸다는 것이다. …… 법적으로 보면 제조업체는 비교되는 제품보다 불과 몇 칼로리 낮은 제품에도 ‘라이트’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다. (59, 60쪽)

충치를 ‘예방한다’고 말하지 않고 충치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말하는 이유

어느 치약 광고는 “충치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말하는데, 실제로 충치를 예방해준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어느 액체 세제 광고는 “집 안 세균을 없애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하지만 실제로 세균을 죽인다고 말하지 않으며, 또한 어떤 세균을 죽이는지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는다. …… 광고에서 ‘도움이 된다’라는 교묘한 말을 찾아보기 시작하면, 높은 출연 빈도에 깜짝 놀랄 것이다. 그리고 이 말을 사용하는 광고의 주장을 분석해보면, 그 광고들이 사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는 걸 발견하게 될 것이다. (141, 142쪽)

노동자를 해고하지 않으면서 해고하는 법

기업은 이익을 위해 그 누구보다 이중화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신제품 개발에 성공한 것처럼 홍보할 수 있고, 실적이 부진해도 기업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포장할 수 있다. 직원을 해고하거나 정리해고를 진행할 때도 기업은 이중화법을 남발한다. 직원들은 절대로 해고되거나 정리해고되지 않는다. ‘선별 배제’ ‘직무 면제’ ‘계약 유지 종료’ ‘노동력 조정’ ‘인원 감축’ ‘비갱신’될 뿐이다. 저자는 “지금은 시기가 좋지 않고, 사업이 불황이며, 인력을 내보내야 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려는 기업은 절대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주식 시장은 무너지지 않는다, ‘후퇴’하거나 ‘완화’될 뿐

월스트리트는 정크본드(쓰레기 채권)를 찍어내듯 이중화법을 양산한다. 업계 간행물에서 주식 시장이 ‘무너졌다’는 글을 보는 경우는 드물다. 다른 이들은 주식 시장이 무너졌다고 말할지 몰라도 월스트리트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주식 시장이 ‘후퇴’하거나, ‘완화’되거나, ‘기술적 조정이 있다’거나 ‘기술적 정정이 이루어진다’거나, 혹은 ‘이윤 확보 때문에 주가가 하락’하거나 ‘거래량 감소로 하락’하거나 ‘기반을 다소 잃었다’고 말하는 쪽을 선호한다. (30~31쪽) 

정리해고의 다른 말은 ‘무기한 휴업’ 

기업들이 노동자를 해고할 때 이중화법을 구사하는 이유는 그런 언어가 분명한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 LTV코퍼레이션은 1985년 펜실베이니아주 앨리퀴파에 있는 철강 공장의 노동자 600명을 해고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회사는 정리해고를 ‘무기한 휴업’이라고 불렀다. 명목상 공장을 완전히 폐쇄한 것이 아니었기에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에게 퇴직 수당이나 연금을 줄 필요가 없었다. (208쪽) 

권력의 무기가 되는 더블스피크

이중화법은 거의 모든 나라의 지도자들이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즐겨 쓰는 언어 전략이다. 이 책은 미국, 영국, 러시아, 일본, 이스라엘,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세계 각국의 정부와 정치인이 구사한 이중화법의 사례를 바탕으로 삼아 언어가 어떻게 현실을 조작하고 대중을 통제하는 도구로 기능하는지를 보여준다. 저자는 이중화법이 결코 대중과 소통하거나 대중을 설득하는 언어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현실을 통제하고 권력을 독점하며 저항의 가능성마저 봉쇄하는 무책임하고 비민주적인 언어라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1919년 3․1운동을 ‘폭동’이라 불렀다 

새로 나온 교과서에서 일본의 중국 침략은 일본의 ‘진출’로 바뀌었다. 1910년 조선 병합은 일본군 ‘진출’과 ‘총독부’ 설치가 되었고, 일본의 점령에 맞선 1919년 3·1운동은 ‘폭동’이 되었다. …… 조선의 마지막 왕은 그냥 ‘물러났다’. ‘개정판’ 교과서들은 한국의 젊은 여성 수천 명을 강제로 전선에 끌고 가서 일본군 ‘종군 위안부’로 활용한 사실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243쪽)

“민주주의와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라는 거짓말 

1973년 선거로 뽑힌 살바도르 아옌데 고센스 정부를 전복하고 권력을 잡은 칠레의 군사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는 1984년 계엄령을 선포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지금 어느 때보다도 우리를 통치하는 제도적 질서를 굳건하게 수호해야 하는 것은 민주주의와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입니다.” …… 피노체트는 민주주의를 보호하기 위해 민주주의를 전복하고, 민주주의를 구하기 위해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자들의 오랜 전통을 이어 나갔다. (251쪽)




지은이 _ 윌리엄 러츠(William Lutz)
미국 뉴저지 럿거스대학 영문학 명예교수. ‘더블스피크(doublespeak)’ 연구의 권위자. 수십 년 동안 정치, 군사, 기업, 언론에서 사용하는 기만적 언어의 실태를 분석하고 이러한 언어의 오용이 민주주의에 끼치는 해악을 비판했다. 특히 ‘더블스피크’라는 용어를 대중적으로 확산시키고 공공 언어의 투명성 확보를 위한 사회적 실천에 앞장섰다. 영문학 박사 학위뿐 아니라 법학 박사 학위도 보유하고 있으며, 펜실베이니아 변호사 협회 회원이기도 하다. 전미영어교사협회(NCTE)의 ‘공공 더블스피크 위원회’ 의장을 역임했고, 주요 언론 매체와 학술지에서 활발히 활동했다. 저서로 《더블스피크》 외에 《커뮤니케이션의 시대》, 《뉴 더블스피크》, 《케임브리지 미국 영어 유의어 사전》(공저) 등이 있다. 

옮긴이 _ 유강은
국제문제 전문 번역가. 옮긴 책으로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분쟁의 아주 짧은 역사》, 《불평등 사회의 인간 존중》, 《국가는 어떻게 무너지는가》, 《냉전》, 《특권계급론》, 《내전은 어떻게 일어나는가》, 《팔레스타인 종족 청소》, 《비너스의 사라진 팔》, 《야망계급론》, 《가짜 민주주의가 온다》, 《능력주의》, 《불평등의 이유》, 《병목사회》 등이 있다. 《미국의 반지성주의》로 제58회 한국출판문화상(번역 부문)을 수상했다.

'교양인 > 사회과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신병의 신화  (3) 2024.11.01
우리에겐 논쟁이 필요하다  (0) 2024.05.22
다시 페미니즘의 도전  (0) 2023.11.29
왜 어떤 정치인은 다른 정치인보다 위험한가  (0) 2023.05.23
불신당하는 말  (0) 2023.03.14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