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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석 사상으로 다시 읽는 요한복음
★ 2008년 문화관광부 우수교양도서
예수를 배반한 것은 유다가 아니라 바울로다!
기독교와 불교, 노장(老莊) 사상, 공자와 맹자의 사상을 하나로 꿰는 자신만의 독특한 사상 체계를 세운 다석 류영모의 사상으로 <요한복음>을 다시 읽는다. 예수의 진정한 가르침은 무엇이며, 그 뜻은 어떻게 왜곡되었는가? 다석 사상을 세상에 널리 알리는 데 평생을 바친 류영모의 참제자 박영호가 바울로의 교회 신앙, 대속 신앙을 비판하면서 예수의 영성신앙의 핵심이 담긴 <요한복음>을 꼼꼼히 따져 읽는다.
동서고금의 종교와 철학을 하나로 꿴 진리의 사람, 다석 류영모
다석 류영모는 생전에는 함석헌과 김흥호 같은 20세기 한국 기독교를 이끈 ‘지도자들의 스승’으로서 알려졌다. 1981년에 세상을 떠난 후에야 예수의 가르침을 줄기로 불교, 노장 사상, 공자와 맹자의 사상을 하나로 융합하여 독창적인 종교철학의 체계를 세운 철학자로서 조명받기 시작했다. 함석헌과 류영모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함석헌 사상은 다석의 갈비뼈 하나를 풀어놓은 것에 불과하다’고 입을 모은다.
최남선, 정인보, 이광수 등과 문우(文友)로서 교유했으며, 1910년대 조선의 3대 천재로 불렸던 류영모는 31세 때 고당 조만식의 뒤를 이어 오산학교 교장을 역임했으며, 한학, 기독교, 불교, 동양철학, 서양철학에 두루 능통한 대학자였다. 1928년부터 YMCA에서 연경반(硏經班) 모임을 맡아 1963년까지 30년이 넘도록 강의를 하였다. 그러나 그는 세상에 나아가 이름을 떨치는 대신 은둔하여 농사를 짓고 후학을 가르치며 깨달음의 길을 걷는 데 평생을 바쳤다. 특히 그는 51세에 삼각산에서 하늘과 땅과 몸이 하나로 꿰뚫리는 깨달음의 체험을 한 뒤로, 하루 한 끼만 먹고 얇은 나무판에 홑이불을 깔고 잠을 잤으며 새벽 3시면 일어나 정좌하고 하느님의 뜻을 생각했다. 세 끼를 합쳐 저녁을 먹는다는 뜻에서 호를 다석(多夕)이라 하였다. 하루 하루를 평생으로 생각하며 산 류영모는 한국 기독교 역사에서 기인 중의 기인으로 손꼽힌다.
모든 종교와 사상은 하나로 통한다
류영모는 평생 예수를 스승으로 섬겼으나 성경을 절대시하는 생각에서 벗어나 석가, 노자, 장자, 공자, 맹자, 소크라테스 등 인류 역사에 등장한 모든 성인들을 두루 좋아했다. 그는 성경과 함께 동서고금의 다양한 사상과 종교를 공부하고 일상에서 성인의 삶을 실천한 끝에 근본적인 깨달음을 얻었다. 그것은 바로 “생사(生死)와 애증(愛憎), 욕망의 노예인 ‘제나(自我, ego)’에서 벗어나 진정한 ‘나’인 ‘얼나’로 솟나야(부활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또한 류영모는 바로 이것이 예수와 공자, 노자, 붓다가 인류에게 가르쳐주려 한 것이었음을 깨달았다. 모든 성인들의 가르침은 하나로 통한다. 예수가 ‘자유를 얻는다’라고 한 말과 붓다가 말한 ‘불성을 깨닫는다’는 같은 말이었다. 다만, 예수가 ‘성령’이라 부른 것을 노자는 ‘도’라 말했으며, 석가는 ‘다르마’라 불렀을 뿐이다.
모든 종교와 사상이 외형은 달라도 근원으로는 하나임을 밝힌 다석 사상은 시대를 앞선 종교 다원주의적 철학으로서 많은 학자들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다석 류영모의 참제자가 쓴 ‘다석 사상으로 다시 읽는 <요한복음>’
《잃어버린 예수》를 쓴 박영호는 다석의 직제자로서 오늘날 다석이 남긴 말과 글의 뜻을 온전히 풀이해 알려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다. 다석에겐 함석헌이나 김흥호 같은 세상에서 유명한 제자들이 있지만, 다석의 가르침을 몸과 마음으로 오롯이 실천한 참제자는 박영호뿐이라 할 수 있다. 박영호는 스승의 가르침을 따라 평생 동안 소박하게 농사 짓고 진리를 탐구하며 스승의 사상을 널리 알리는 데 힘쓰며 살아 왔다. 류영모가 생전에 자신의 전기 집필을 박영호에게 맡긴 것은 그가 다석 자신의 삶과 사상을 가장 온전히 이해하고 충실하게 전달할 수 있는 참제자임을 인정한 것이었다.
《잃어버린 예수》에서 박영호는 예수의 진정한 가르침을 드러내기 위해 다석 사상을 토대로 <요한복음>을 새롭게 읽는다. 오늘날 대다수 기독교인들은 성경에 쓰여진 말씀이 곧바로 예수의 가르침이라고 믿으며, <사도행전>으로 대표되는 교회 중심주의 신앙이 오늘날 기독교의 근본 줄기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육체 부활 신앙, 대속 신앙, 교회 신앙은 사도 바울로의 것이지 예수의 가르침이 아니다. 예수 사후 바울로와 그를 따르는 무리가 예수의 제자들을 제치고 성경 편집과 그리스도교의 주도권을 잡고서 예수의 가르침을 왜곡해 전파했던 것이다. 저자 박영호는 바울로에 의해 세워진 지금의 기독교 신앙은 유대교의 변형에 불과하다고 단언한다.
바울로는 몸나의 영생을 갈구하는 육체 부활 신앙이다. 또 예수가 제물이 됨으로써 아담의 원죄가 대속되었다는 대속신앙이다. 끝으로 바울로는 교회 지상주의자라 할 정도로 교회에 집착하는 교회신앙이다. 그러나 예수의 영성신앙은 제나(자아)가 죽음으로써 하느님이 주시는 영원한 생명인 얼나로 부활하는 것이다. 예수의 영성신앙은 석가가 말한 불성을 깨달아야 한다는 것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이것은 보통 사람들에게는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여기에서 예수의 영성신앙이 쇠락하고 바울로의 대속신앙이 득세하게 된 것이다. - 30~31쪽에서
<요한복음>은 예수의 말씀을 본래 뜻에 가장 가깝게 전하는 영성신앙의 핵심이다. 다석 사상의 출발점도 다름 아닌 <요한복음>이었다. 저자 박영호는 다석 사상을 따라 바울로의 육체 부활 신앙과 대속 신앙, 교회 신앙을 해체하고, 영성에 의한 자기 구원과 끝없는 사랑의 실천이란 가르침을 전해준 예수의 참모습을 드러낸다.
지은이 소개
박영호(朴永浩, 1934~ )
1934년에 태어난 박영호는 공업학교를 다니던 중 6․25가 일어나 열일곱 살에 헌병대에 징집되었다. 살벌한 전장에서 그는 죽이는 사람과 죽어가는 사람, 죽은 사람을 수없이 목격하였다. 밤이 되어 눈을 감아도 해골과 시체들이 눈앞에 떠다녔다. 그렇게 신경쇠약에 걸려 삶과 죽음의 문제를 고민하며 방황하던 중 톨스토이를 알게 되었다. 그는 톨스토이의 《참회록》을 읽고 ‘하느님’을 알게 되었으며 비로소 마음의 평화를 찾을 수 있었다.
톨스토이 전집을 다 읽고 난 뒤 그는 우연히 <사상계>에서 함석헌 선생의 ‘한국 기독교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란 글을 읽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 함석헌도 자신과 마찬가지로 톨스토이 사상에서 감화를 받은 사람임을 알아본 박영호는 곧바로 함석헌에게 편지를 쓰고 이후 40~50통의 서신을 교환했다. 1956년 천안에 농장을 마련한 함석헌 선생이 농사짓고 공부하는 공동체를 만들어 같이 지내자고 청하자 그곳으로 곧장 달려가 스승과 함께 생활하였다. 낮에는 과수원에 똥거름을 주고 밭을 매는 고된 농사일을 하고, 밤에는 성경, 톨스토이, 사서삼경, 고문진보, 간디 자서전을 같이 읽고 토론한 시간이 3년이었다. 비록 몸은 힘들었지만 마음은 기쁨으로 충만한 시간이었다. 농장에서 보낸 시간은 그에겐 영적으로 새로 나기 위한 준비 기간이었다. 그렇게 준비가 되었을 때, 그를 깨달음의 길로 이끌어줄 새로운 스승을 만날 수 있었다.
1959년 함석헌을 떠나 서울로 올라와 함석헌의 스승인 다석 류영모의 강의를 듣기 시작했다. 늘 “농사짓는 사람이 예수”라고 말하며 스스로 농사를 지어 먹고 살았던 다석 선생처럼 제자 박영호도 농사짓는 일을 양심적으로 참되게 사는 유일한 길이라 확신했다. 그리하여 그는 경기도 의왕에 6천 평 농장을 개간해 밭을 일구면서 짬짬이 책을 읽고, 매주 금요일이면 서울 YMCA 연경반(硏經班)에서 류영모의 강의를 듣고, 댁으로 찾아가 다시 가르침을 받으며 5년의 세월을 보냈다.
1965년 어느 날 스승이 ‘단사(斷辭)라는 말을 꺼냈다. 이젠 스승을 떠나 독립해 혼자 살아가라는 말이었다. 눈물을 흘리면서 스승을 떠난 그는 5년간 이를 악물고 혼자서 공부해, 정신이 지향해 나가야 할 방향을 세 가지로 정리한 그의 첫 책 《새 시대의 신앙》을 출간했다. 그 무렵 류영모 선생으로부터 ‘졸업증서-마침보람’이라 쓰인 봉함엽서를 받았다. 다석 류영모의 참제자로 인정한 것이었다. 스승으로부터 정신적으로 독립했다는 확인이기도 했다. 그 뒤 류영모는 박영호에게 자신의 전기 집필을 맡겼다. 1971년부터 준비한 다석 전기는 1984년에야 책으로 나왔다. 스승이 읽은 책을 모두 독파하고, 스승이 살아온 이야기를 구술받고, 스승이 평생 써온 일지를 필사하면서 10년 자료를 준비한 후 스승이 돌아가신 1981년부터 글을 쓰기 시작해 만 13년 만에 완성한 것이다.
박영호는 지금껏 다석 류영모에 관한 책을 열 권 넘게 써 스승을 세상에 알렸다. 류영모 전기인 《진리의 사람 다석 류영모》 외에도 《다석 류영모 어록》《다석 류영모 명상록》《다석 류영모의 얼의 노래》《다석 마지막 강의》 등이 있고, <문화일보>에 다석 사상에 관한 글을 325회 연재한 후 이를 묶어 〈다석사상전집〉(전 5권)을 간행하였다. 또한 《잃어버린 예수 - 다석 사상으로 읽는 요한복음》《메타노에오, 신화를 벗은 예수》《다석 류영모가 본 예수와 기독교》 등을 썼다. 지금 그는 다석 사상을 연구하는 이들에게 절실한 ‘다석 류영모 낱말 사전’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앎과 삶이 하나였던 큰 사람, 다석 류영모
다석 류영모는 불경, 성경, 동양철학, 서양철학에 두루 능통했던 대석학이자 평생 동안 진리를 좇아 구경각(究竟覺)에 이른 우리나라의 큰 사상가였다. 그는 우리 말과 글로써 철학을 한 최초의 사상가였으며, 불교, 노장 사상, 공자와 맹자 등을 두루 탐구하고 기독교를 줄기로 삼아 이 모든 종교와 사상을 하나로 꿰는 한국적이면서 세계적인 사상 체계를 세웠다. 모든 종교가 외형은 달라도 근원은 하나임을 밝히는 다석의 종교관은 시대를 앞선 종교 사상으로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1890년 3월 13일 서울에서 태어난 류영모는 어려서부터 서당에서 사서삼경을 배웠다. 그러던 중 한국인으론 첫 YMCA 총무를 지낸 김정식의 인도로 서울 연동교회 신자가 되어 16세에 세례를 받았다. 1907년 서울 경신학교에 입학해 2년간 수학했으며, 1910년 20세에 남강 이승훈의 초빙을 받아 평북 정주 오산학교 교사로 2년간 봉직하였다. 이때 오산학교에 기독교 신앙을 처음 전파하여 남강 이승훈이 기독교에 입신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광수, 정인보와 함께 1910년대 조선의 3대 천재로 불렸다. 1921년(31세)에 고당 조만식 선생 후임으로 오산학교 교장이 되어 1년간 재직하였다. 그때 함석헌이 졸업반 학생이었다. 1928년부터 YMCA에서 연경반(硏經班) 모임을 맡아 1963년까지 30년이 넘도록 강의를 하였다.
처음 세례를 받고 몇 년 동안 정통 기독교인이었으나 톨스토이의 영향을 받아 무교회주의적 입장을 취하게 되었으며, 그 뒤로 교회에 나가지 않고 평생 성경을 읽고 예수의 가르침을 실천하였다. 성경 자체를 진리로 떠받들며 예수를 절대시하는 생각에서 벗어나 예수, 석가, 공자, 노자 등 여러 성인을 두루 좋아하였다. 나아가 《노자(老子)》를 한글로 완역하는 등 여러 성인의 말씀을 우리 말과 글로 알리는 일에 힘썼다. 우리 말과 글을 사랑하여, 한자를 쓰는 대신 옛말을 찾아 쓰거나 ‘씨알(민중)’ ‘얼나’ ‘제나’ 같은 말을 만들어 썼다.
류영모는 생활에서도 성인의 삶을 실천했다. 51세에 믿음에 깊이 들어가 삼각산에서 하늘과 땅과 몸이 하나로 꿰뚫리는 깨달음의 체험을 하였다. 이때부터 하루 한 끼만 먹고 하루를 일생으로 여기며 살았다. 세 끼를 합쳐 저녁을 먹는다는 뜻에서 호를 다석(多夕)이라 하였다. 얇은 나무판에 홑이불을 깔고 누워 잠을 잤으며, 새벽 3시면 일어나 정좌하고 하느님의 뜻을 생각했다. 평생 무명이나 베로 지은 거친 옷에 고무신을 신고 다녔다. 늘 “농사짓는 사람이야말로 예수다.”라고 말했으며, 가족과 함께 직접 농사를 지어 먹고 살았다. 1981년 2월 3일 18시 30분, 이 땅에서 90년 10개월 21일을 살다가 숨졌다.
생전에는 함석헌의 스승으로만 알려졌으나, 지금은 독특한 신관과 인생관을 지닌 철학자로서 다석 류영모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2005년에 다석학회가 만들어진 데 이어 2007년 10월 5일에는 한국의 내로라하는 철학자들과 종교학자, 재야 학자들이 모여 ‘재단법인 씨알’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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